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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교과서 검정 전환, '기대 반 우려 반'
엇갈린 교육계 반응, 검정 전환 환영vs이념 논쟁 우려
검정 교과서 심사 완화 두고 입장 대립
2019년 01월 09일 (수) 15:56:23
   
사진 출처: pxhere

[대학저널 신영경 기자] 교육부가 최근 초등학교 교과서 세 과목을 검정체제로 전환한다고 발표하자 교육계는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칫 과거 국정 역사교과서의 이념 논쟁이 다시 점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교육부, 초등 교과서 검정화 추진

교육부는 지난 3일 '교과용도서 다양화 및 자유발행제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초등 국정교과서 일부를 검정체제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과서 발행을 통해 교육과정 자율화를 지원하고, 경쟁을 통한 품질 향상과 교사·학생의 교과서 선택권을 보장하겠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즉 기존 국정교과서의 획일화 문제를 개선하면서 교과서가 교육과정을 다양하게 해석하고 학교 현장에 창의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현행 교과서 발행 체계는 국정과 검정, 인정으로 나뉜다. 국정교과서는 정부가 저작권을 가지며, 검정교과서는 출판사와 집필진이 저작권을 갖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심사를 받는다. 인정교과서의 경우 교육감이나 출판사가 저작권을 갖고 시·도 교육감이 심의한다.

교육부는 초등 3∼6학년의 사회·수학·과학 교과용도서 65책을 국정에서 검정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초등 3·4학년은 2022년 3월에 적용되며, 초등 5·6학년은 2023년 3월부터 검정교과서로 배우게 된다. 다만 초등 1·2학년은 국정 체제를 유지한다.

교육계 반응 상이…이념논쟁 확산 우려

이를 두고 교육계는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사단체인 '좋은교사운동'은 지난 7일 초등 교과서 검정 체제 전환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들은 "국가가 하나의 사상을 학생에게 주입하거나 강요해서는 안 된다"며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토의·토론하는 과정이 민주 시민을 기르는 데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검인정제도의 도입은 좋은 교과서를 만들기 위한 출판사들의 노력을 촉진하고, 교육 주체들은 좋은 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한다. 교육과정은 연구와 심의 과정을 거치며 검인정 교과서 체제 역시 심의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이념 편향의 문제를 우려할 필요가 없다. 쟁점이나 가치 판단이 필요한 주제는 토의·토론·탐구로 풀어 가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는 7일 초등 교과서의 검정화 전환에 대해 “학교 교과서 선택권과 다양성 확대를 위한 발행체제 개선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검정 교과서화는 사회적·교육적 합의가 우선”임을 강조했다. 또한 이념 역사 논란과 갈등이 있었던 과거 검정 역사교과서 사례가 초등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총은 입장문을 통해 “과거 중등 검정 역사교과서도 금성교과서, 교학사 교과서 논란과 갈등이 심했다. 아울러 지난해 초등 새 국정 역사교과서 교육과정에서의 갈등을 되짚어 볼 때, 교과서의 이념적 편향성 여부에 대한 시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교과서 갈등에 따른 피해와 혼란은 결국 학교와 학생이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고 전했다.

'수정지시에서 권고로'…검정 교과서 심사 완화

교육부는 검정 심사 절차도 대폭 완화했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교육부는 1~2차 본심사를 통합, ‘수정 지시’를 ‘수정 권고’로 완화해 검정 심사 절차를 간소화하는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검정심사 제도의 규제 완화를 통해 교과용도서의 질을 보장하면서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과서 개발을 지원한다는 것이 목적이다.

기존에는 검정 심사 때 수정사항이 있어 심사진이 수정을 요청하면, 이를 반드시 반영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권고만 하고 수정 여부는 집필진이 선택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집필진이 수정 권고를 따르지 않아도 강제할 방법이 없어 편향 문제에 대한 견제가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일각에서는 허술한 검사절차로 인해 편향된 교과서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쏟고 있다. 이에 제대로 된 검인정 교과서 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총은 “논란이 되는 내용에 대해 수정 권고나 수정 요청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수정 권고 거부 교과서와 그 내용을 학교에 공지해 선택권을 돕겠다는 발상이라면, 이는 학교에 온전히 책임을 떠넘기고 갈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강 건너 불구경’ 식의 심사 약화로 수정 권고를 거부하는 교과서가 속출한다면, ‘제2의 역사교과서 파동’은 불 보듯 뻔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감한 내용이 포함돼 있는 초등 사회 등의 교과서는 사전 합의를 통해 집필 내용 기준안을 만들고, 이를 준수하도록 하는 등 엄격한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교총 측의 주장이다.

또한 교총은 "올바른 교과서를 갖고 학생에게 가치중립적인 교육을 하는 일이 중요하다. 교육현장이 이념 편향 논란에서 벗어나 전문적이고 독립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여건부터 마련돼야 한다. 교육부는 초등교과서의 검정교과서 전환 과정에서 교총이 제기한 우려사항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고, 교육현장과 국민의 여론을 수렴해 반영해달라"고 촉구했다.

교육디자인네트워크와 좋은교사운동은 교육과정에 관한 거버넌스를 구축해 미래형 교육과정을 구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심의 기준 완화와 함께 자유발행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론과 실천을 겸비해 전문성과 역량을 갖춘 교원들이 많다. 이러한 교원들이 집필을 주도하고, 교수들이 검토를 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동시에 교과서와 교육과정 검토 과정에서 시민사회관계자, 학부모, 학생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교과 이기주의가 작동하는 시스템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 검인정 교과서는 정부의 심의기준이 지나치게 높아 까다롭고 세세하게 규정돼 있다. 그렇기에 심의기준을 통과하면 결과적으로 출판사마다 교과서가 비슷한 경향성을 보이고 있다. 검인정다운 검인정, 자유발행제 같은 검인정 체제로 갈 수 있도록 심의기준을 완화해야 한다. 국가교육회의와 교육부는 구시대의 유물과 과감하게 결별하고, 미래사회와 혁신교육의 관점에서 교과서와 교육과정 정책을 새롭게 설정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신영경 기자 ykshin@d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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