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 지나친 간소화는 '독'이 될수도"
"학종, 지나친 간소화는 '독'이 될수도"
  • 김등대 기자
  • 승인 2019.01.08 2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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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편집국 김등대 기자

[대학저널 김등대 기자] 교육부가 2018년 12월 17일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 작성 및 관리지침 개정안'을 행정예고할 것이라 밝혔다. 학생부 비교과 기재사항을 간소화해 객관적인 내용 중심으로 담음으로써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의 신뢰를 높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비교과 기재사항을 지나치게 간소화해 학종 도입 취지가 무색하다는 비판이 일부 거론되고 있는 상태다.

교육부는 2018년 8월 학생부 개선 방안을 포함한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과 고교교육 혁신방안'을 발표하면서 '학생부 간소화'를 예고했다. 학생부 기록 항목 수와 분량을 대폭 축소해 그간 논란이 있었던 '사교육 유발 요소'를 없애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생각이었다.

같은해 12월 교육부는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 일부개정안을 행정예고할 것이라 밝혔다. 개정안에는 학생부의 신뢰도를 높이고 교사의 학생부 기록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학생부 간소화 방안이 추가됐다. 고등학교 학생부는 학부모 정보와 학생의 진로희망사항이 삭제됐다. 아울러 편법 기재 논란이 있었던 소논문은 모든 교과목에서 기재할 수 없다. 수상경력은 기재하되 학기당 한 번, 총 6회로 횟수 제한을 둔다. 자율동아리 활동도 학년당 한 개에 한해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사항만 기재할 수 있다.

이번 학생부 개선 방향을 한 단어로 요약한다면 '간소화'다. 그러나 비교과 영역의 지나친 간소화로 학생의 정성적 평가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일부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입학전형을 담당하는 대학의 한 교수는 "학종의 취지는 학생들의 성장 과정을 학생부를 통해 보자는 취지인데, 자율동아리 같은 활동은 삭제하고 교사들이 기록하는 글자 수도 줄여버리면 무엇을 보고 학생들을 뽑아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학종은 학생부 교과 성적과 비교과 활동에 대한 정성적 평가를 종합해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이다. 전형의 취지도 학생은 꿈을 찾아 자신의 특성을 개발하고, 대학도 결과보다 과정을 평가하자는 것이다. 학종에서 자기소개서, 봉사활동, 수상경력, 동아리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이 반영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대학은 학종을 통해 학생의 성장 과정, 학문적 관심, 적성 등을 입체적으로 판단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교육부의 학생부 개선안은 '간소화'에 치중한 나머지 학종의 전형 취지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비교과 기록 제한이 강화됐다. 쓸 거리도 줄어들고 기입할 글자 수도 축소된 학생부는 단순해진다. 특히 글자 수를 제한하면 실적 위주로 학생부가 채워질 우려가 있다. 활동의 과정을 설명할 여지가 좁아 결과를 내세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입학담당 교수의 말처럼 현 학생부 개선안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대학 입장에서는 학종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학생을 선발하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선발전형으로서 학종이 힘을 잃는다면 대학의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다. 교육계가 대학별고사 부활을 염려하는 것은 괜한 걱정이 아닐 것이다.

학생부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학생부가 변별력 있는 대입요소로 기능해 학종의 전형 취지가 훼손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교육부가 '불신'이라는 빈대를 잡으려다 '학종'이라는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앞으로 대학과 고등학교, 시민단체 등 다른 기관의 목소리를 교육부가 경청하고 지금보다 나은 합의점을 찾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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