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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등록금 동결에 내년 대학 재정난 최악 예고
대학들 인상 한도 결정에도 패널티 우려에 동결·인하 가닥
사회 분위기도 무시 못해…“보편적 지원방안 절실” 한 목소리
2018년 12월 26일 (수) 16:35:55
   
사진출처: 연합뉴스

[대학저널 신효송 기자] 등록금 인상 한도가 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대학들 입장에선 ‘그림의 떡’이다. 인상 시 받는 불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등록금 외 수입요소도 주는데다 인건비·관리비 인상, 강사법 시행 등 해결과제가 늘어 내년도 대학들의 재정난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반값 등록금’ 도입 11년…대학 기자재, 연구환경 급속도 ‘악화’
대학 등록금에 대한 논란은 2000년대 중후반부터 본격화됐다. 매년 6% 수준으로 상승하는 등록금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이 커지기 시작한 것. 실제로 2001년 국·공립대, 사립대의 평균 등록금이 각각 480만 원, 243만 원이던 것이 2010년에는 754만 원, 444만 원으로 늘어났다. 사립대는 57.1%, 국·공립대는 82.7%까지 인상된 것이다. 

등록금으로 인한 가계 부담이 커지자 2008년 정부는 ‘반값등록금’ 정책을 도입했다. 국가장학금 규모를 늘리고, 등록금 인상 시 정부재정지원사업 패널티가 부과됐으며, 2011년에는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까지 설정하는 등 등록금 상승을 억제했다. 대학들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1년간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하는 등 반값등록금 정책에 부응했다. 그러나 등록금 동결·인하가 장기화되자 부작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에 따르면, 대학 기계기구매입비는 2011년 3622억 원에서 2016년 2978억 원으로 644억 원 감소됐다. 연구비는 5397억 원에서 2016년 4655억 원으로 743억 원 감소됐다. 실험실습비는 2011년 2145억 원에서 2016년 1940억 원으로 205억 원 줄었고, 도서구입비는 2011년 1511억 원에서 2016년 1387억 원으로 124억 원 줄었다. 대학의 교육여건 개선 투자가 위축되고 있는 것.

실험실습기자재 노후화도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2005년 이후 2017년까지 연구수행주체별 3000만 원 이상 연구장비 구축 현황을 보면 전체 5만 9830건 가운데 지자체출연연구소 25.7%(1만 5366건), 정부출연연구소 24.1%(1만 4398건)인 데 반해 대학은 0.8%(478건)에 불과했다. 전체 구축액(10조 1685억 원)에서도 정부출연연구소는 32.5%(3조 3020억 원)를 기록했다. 하지만 대학은 1%(994억 원)에 그쳤다. 연구 환경이 개선되지 못하면 대학의 교육여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대교협은 반값등록금 정책이 국내 대학들의 고등교육경쟁력과 국가경쟁력 하락으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IMD(스위스 로잔에 위치한 국제경영개발연구원) 교육경쟁력 평가와 World Economic Forum(이하 WEF)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 국내 대학들의 고등교육경쟁력 순위와 국가경쟁력 순위가 동반 하락했기 때문이다.

인상하는 건 자유지만 사실상 ‘불가능’ 
등록금은 매년 대학이 자율적으로 책정하게 돼 있다. 교육부가 제시한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 기준만 맞춘다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대학들은 등록금을 쉽사리 올리지 못한다. 각종 패널티와 여론 때문이다.

등록금을 인상하면 해당 대학은 국가장학금 Ⅱ유형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장학금은 대학이 약 70%, 재단이 약 30%의 비용을 부담해 학생들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등록금을 인상할 경우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장학혜택이 줄어들 뿐 아니라 대학 이미지도 나빠질 수밖에 없다. 

또한 등록금 인상 시 대학재정지원사업 참여가 불가능했었다. 사업에 참여하려면 국가장학금 Ⅱ유형 조건을 만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6년 기준 대학재정지원사업 규모는 1조 5000억 원이며, 국가장학금 Ⅱ유형은 5000억 원 수준이다. 등록금 인상으로 총 2조 원에 달하는 국가지원금을 저버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여론이다. 현 대학 등록금이 정부가 추진하는 반값 등록금에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4년 경희대가 등록금을 3.7% 인상하기로 결정하자 학생들이 거세게 반발해 결국 동결된 일이 있었다. 2015년에는 이화여대가 2.4% 인상을 추진하자 학생들이 반발해 똑같이 동결된 사례가 있다. 등록금 인상 발표와 동시에 학생들의 반발이 이어지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도 사실상 여론의 눈치를 보는 실정이다. 올해 1월 열렸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서 각 대학 총장들은 참석한 교육부 관계자들에게 수년째 이어진 등록금 동결에 대한 고통을 호소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 측은 “등록금 인상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대학 총장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대정부적인 요구를 함으로써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결국 일련의 이유들로 인해 대학이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정부사업 패널티 삭제에도 내년 재정난 최악 예고
2019년 대학 재정에 있어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다. 좋은 소식은 등록금 인상이 내년도 정부재정지원사업에 연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교육부 대학재정장학과 관계자는 “그간 국가장학금 Ⅱ유형과 정부재정지원사업이 연계돼 있었고, 등록금과 관련한 정책유도지표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내년에 시행되는 통합사업인 ‘대학혁신지원사업’에는 등록금 등 사업목적과 무관한 유도성 지표들이 폐지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대학들의 숨통이 조금 트일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를 인지하고 있는 대학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도 직접 취재를 하고나서야 알 수 있었던 것처럼 공식적인 발표가 없었기 때문이다.

좋은 소식은 한 가지지만, 나쁜 소식은 수두룩하다. 첫째는 등록금 외 수입의 감소다. 교육부는 2월 전국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 330개교로부터 2022년까지 입학금 전면 폐지 이행 계획을 수립, 제출받은 바 있다. 국공립대는 2018년 입학금이 폐지됐으며, 사립대는 단계적으로 입학금을 단계적으로 감축한 후 최종적으로 폐지한다. 4년제 대학 기준 대학이 걷는 입학금 전체 규모는 2300억 원에 달한다. 입학전형료 또한 인하됐다. 교육부는 지난 2017년 '2018학년도 대학별 입학전형료 인하 시행계획'을 발표하고, 대학들의 대입전형료 인하를 유도했다. 실제로 대학들이 2017년 얻은 입학전형료 수익은 전년 대비 6.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는 강사법 시행이다. 시간 강사의 신분보장과 처우개선 등을 남은 고등교육법 개정안 일명 강사법이 내년 8월부터 전면 시행된다. 하지만 대학들은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대교협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이하 전문대교협)는 공동성명을 통해 "대학은 그동안 등록금 동결, 교내장학금 대폭 확대, 입학금 단계적 폐지 등으로 수입은 줄고 지출구조만 확대돼 이미 재정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며 "현행 강사료를 유지하더라도 개선안을 실행하려면 매년 3000억 원 이상의 재정이 추가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대학들의 우려에 정부도 예산 편성 대책을 내놨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방학 중 임금 지급을 위한 450억 원, 강의역량 강화를 위한 100억 원 등 관련 예산 550억 원을 통과시켰다. 교육부는 국립대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위해 1123억 원을 편성해뒀다. 그러나 두 예산을 합쳐도 대학들이 필요로 하는 재정에는 못 미치는 실정이다.

세 번째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한 추가 재정지출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교직원 임금인상을 피할 수 없는 실정이다. 청소노동자 등 용역인원에 대한 임금 인상도 불가피하다. 이마저도 교육부는 청소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장려하고 있는 실정이라 대학들의 고민이 클 수 밖에 없다. 이외에도 대학기본역량진단 3주기에 대비한 교수충원, 물가 상승에 따른 기자재구입비, 건물관리비 증가 등 대학 재정난 최대 위기는 사실상 확정이나 다름없다.

내년에도 동결 가닥…보편적 지원방안 절실
장기간 계속된 등록금 동결·인하. <대학저널> 취재 결과 대학들은 내년에도 ‘울며 겨자먹기 식’ 등록금 동결·인하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A대학 관계자는 “등록금을 2.25% 올려서 얻는 수익보다 동결·인하 시 지원금이 더 크기 때문에 쉽사리 올릴 수 없다”라며 “인건비와 기타 고정 지출을 동결해도 각종 기자재나 학생 비품비용은 꾸준히 오르고 있어 더욱 힘든 상태다”라고 말했다. B대학 관계자는 “우리 대학은 작년 기조에 따라 동결로 결정했다. 학생 수는 줄고 등록금은 장기간 동결 중이다. 여기에 입학금도 인하되는 터라 교직원 복리후생도 함께 동결된 상태”라며 “무엇보다 학생들은 새로운 교육환경을 요구하고, 교육부 또한 각종 평가에서 교육의 질을 강조하는데 대학 재정은 부족하니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행정업무 부담과 취업률 저하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C대학 관계자는 “교직원 정년퇴직이 속속 발생함에도 재정 부족으로 수년째 신규채용이 되지 않아 업무 부담이 과중되고 있다”며 “또한 예전에는 학과나 부서마다 조교생들이 많이 채용돼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는데, 현재는 이마저도 축소돼 학생들의 취업률 저하가 우려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단순히 등록금을 인상시켜 대학을 배불리자는 것이 아니다. 학업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대학이 장학금을 늘릴 수 있는 여유가 충분해지는 등 순기능도 분명 존재한다”라고 지적했다.

대학들은 현재 분위기 상 등록금을 인상하는 건 어렵다는 것을 대부분 수긍하고 있다. 연구비 수주, 재투자, 외국인유학생 유치 등 대학 내 자구책을 마련해 극복하겠다는 답을 내놨다. 하지만 이마저도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더 늦기 전에 해결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현재 대학들이 기대하는 해결책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이다. 초·중등교육 재원을 위해 걷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처럼 대학에도 교부금을 골고루 지원하자는 것. 그러나 대교협, 전문대교협,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등 많은 대학 협의체에서 해당 법안의 필요성을 재차 주장하고 있지만, 국회에서는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장호성 대교협 회장은 “우리나라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지원 규모는 GDP 대비 0.9%로 OECD 34개국 가운데 최하위권 수준이며, 민간 부담 규모인 1.3%보다 낮은 실정”이라며 “국가의 재정지원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대학교육계의 숙원인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효송·임지연·김등대 기자 공동 취재)


신효송 기자 shs@d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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