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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법 시행에 대학들 '예산부족' 성토
7년여 끝에 강사법 통과…내년 8월부터 시행
대학들 예산 3000억 필요…몇몇 대학 강사 해고 예고
교육위 "더 지체할 수 없는 사안…예산 확보할 것"
2018년 11월 30일 (금) 10:51:35

시간 강사의 신분보장과 처우개선 등을 남은 고등교육법 개정안 일명 강사법이 내년 8월부터 전면 시행된다. 하지만 대학들은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으며, 이미 시간강사 해고를 예고한 대학도 있어 큰 파장이 예상된다.

강사법은 지난 2010년 조선대 시간강사가 강사의 열악한 처지를 유서에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계기로 발제된 법안이다. 2011년 국회에 통과됐으나 현재까지 네 차리에 걸쳐 유예되며 정착되지 못했다.

이에 '대학 강사 제도개선 협의회'는 여러 관계자들과의 논의를 거쳐 지난 9월 「대학 강사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에는 ▲강사에 교원 신분 부여 ▲임용기간 보장 ▲교수시간 표준화 ▲임금 및 퇴직금 보장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대학 강사 제도개선 협의회가 '대학 강사제도 개선안'을 발표하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국회 교육위원회 이찬열 위원장(바른미래당)은 10월 본개정안을 발의, 지난 15일에는 교육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시켰다. 지난 29일 교육부가 국회 본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내년 8월 1일부터 시행이 확정됐다.

이찬열 위원장은 "일명 ‘보따리 장수’로 불릴 정도로 열악한 처우에 내몰린 시간강사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민국 교육계의 오랜 갈등이었던 시간강사법 문제가 드디어 해결의 단추를 끼웠다"라고 말했다.

강사법 시행에 대해 대학들은 '취지는 공감하나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는 11월 9일 문희상 국회의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대학의 준비 미흡과 정부의 재정지원 없이 시행될 경우 강사의 대량 실직 가능성이 있고, 대학원생 등의 강사기피로 학문후속세대 육성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또한 강사수급 경직화로 교육과정의 다양한 운영 및 학생의 교과목 선택권 축소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협의회 측은 "강사법 시행을 위해서는 강사 인건비의 국고지원이 필요하다. 아울러 혼란을 방지하고 대학 내 규정 개정 등 준비를 위해 시행을 1년 유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김인철 회장(한국외대 총장)이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건의문을 전달하는 모습 (출처: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실제로 강사법 시행 전부터 일부 대학들은 강의 수, 졸업학점을 축소하거나 강사 해고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 대학의 경우 아예 시간강사들에게 내년 재계약 불가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시행 전부터 강사법이 삐걱거리는 이유는 바로 예산문제다. 강사법 개선안 발표 직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는 입장문을 통해 "강사법 기본 취지는 이해하고 시간강사 처우개선을 위한 노력도 지속하겠으나, 노력만으로는 실질적인 이행이 어렵다"고 밝혔다.

두 협의회는 "대학은 그동안 등록금 동결, 교내장학금 대폭 확대, 입학금 단계적 폐지 등으로 수입은 줄고 지출구조만 확대돼 이미 재정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며 "현행 강사료를 유지하더라도 개선안을 실행하려면 매년 3000억 원 이상의 재정이 추가된다"고 설명했다.

대학들의 우려에 정부도 예산 편성 대책을 내놓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방학 중 임금 지급을 위한 450억 원, 강의역량 강화를 위한 100억 원 등 관련 예산 550억 원을 통과시켰다. 교육부는 국립대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위해 1123억 원을 편성해뒀다. 그러나 두 예산을 합쳐도 대학들이 필요로 하는 재정에는 못 미치는 실정이다.

또한 사립대만을 위한 별도 예산은 책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립대가 압도적으로 많은 국내 대학계에서는 큰 파장이 예상된다. 한 사립대학 관계자는 "사립대학에 대한 정부의 강사 처우 개선 지원은 단순히 인건비 지원 차원이 아니다. 대학의 미래는 그 사회의 미래다. 국가의 흥망은 대학과 비례한다"고 지적했다.

전문대의 경우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도권 전문대 예산 담당자는 "전문대는 일반대학보다 시간강사 등 비전임교원에 강의를 맡기는 경우가 많다. 일부 대학은 50%가 넘는 인원이 시간강사 등 비전임교원으로 구성돼 있다"며 "가뜩이나 정부예산이 일반대학에 집중된 상태에서 전문대로 들어오는 재정지원은 적을 것이다. 강사법이 시행되면 교육의 질은 물론 학교 운영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대학들의 볼멘 소리에도 현재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교육위원회 이찬열 위원장은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이라는 서울대가 사실상 강사법에 반대하는 입장서를 발표했고, 사립대학 총장들은 예산을 확보할 시간을 더 달라고 한다. 법안이 유예되던 그 긴 시간 동안 대체 무엇을 했는지 반문하고 싶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여기에서 멈추면 앞으로 더 얼마나 많은 세월이 걸릴지 모른다. 하루빨리 관련 예산을 확보해 고등교육 정상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찬열 위원장이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 자리에서 2019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출처 의원실 홈페이지)

(신효송·유재희 기자 공동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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