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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침반 잃은 '유치원 3法'… 정부·與-野 합의점 도출 시급
"유치원 3법 갈길 멀다"…한국당 입법안, 한유총과 '한 괘'
"유치원 운영어렵다?" 폐원 신청 증가…학부모 불안감 고조
2018년 11월 28일 (수) 14:27:29
   
▲ 28일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자체 법안을 만들어오겠다던 자유한국당이 법안을 마련해 오지 않으면서 유치원법은 논의 테이블에도 오르지 못했다.

[대학저널 유재희 기자]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유치원 3법 법안 통과를 두고 여야가 뚜렷한 방안을 모색하지 못한채 혼선을 빚고 있다. 유치원 3법에 대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측의 반발도 거세다. 점입가경으로 유치원들이 정부의 압박과 유치원 3법 여파로 인해 운영상 어려움을 토로하고 폐원을 신청하는 사례가 늘자 학부모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한 달 넘게 표류 중인 사립유치원 정상화. 정부와 사립유치원, 여당과 야당 간 합의점 도출이 시급하다.

 

비리 적발로 시작된 유치원 3法 발의…통과는 미지수

이번 사태의 시발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였다. 당시 박용진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2014~2017년 감사 결과를 공개한 결과 사립유치원 1878곳에서 비리 5951건이 적발됐다. 이 유치원들은 유치원 교비로 명품백과 성인용품을 샀고, 노래방과 숙박업소에서 결제도 했다. 원장 개인 차량의 기름값, 아파트 관리비 등을 내는 데 교비를 사용한 유치원도 있었다. 개인 계좌에 목돈을 쌓아놓고 만기환급형 보험에 수 천만원을 넣어둔 경우도 적발됐다.

이에 대해 박용진 의원은 10월 23일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 유아교육법, 학교급식법 일부 개정안 법률안)을 제출했다.

‘박용진 유치원 3법’에는 유아교육법 내에 회계프로그램 사용을 명시해 투명한 회계를 보장하는 것과 기존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바꾸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또 사립학교법 내에서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이나 재산을 교육목적 외로 부정하게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밖에도 학교법인 이사장이 원장을 겸직할 수 있는 조항을 삭제해 유치원 감사 리스트가 공개되고 논란이 된 셀프징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외에도 학교급식법을 개정해 유치원 역시도 학교급식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고자 했다. <상세설명 표1 참조>

   
▲ <표1> 유치원 3법 및 후속 개정안 주요사항


사립유치원 "사유재산 관여 말라"…야당은 한유총 편?

하지만 국민적 지지를 등에 업고 있는 박 의원의 유치원 3법의 앞길은 가시밭길이 예고된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과 자유한국당의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유총 측은 박용진 3법은 사립유치원의 사유재산권을 부정하는 철학 위에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한유총 측은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교육부·여당·일부 언론들이 주장하는 사립유치원 소득세 혜택은 사실이 기반되지 않은 가짜뉴스이며, 소득없는 사립유치원에 수 조원의 세금 혜택도 가능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사립유치원 교지, 교사에 대한 시설이용료는 생산원가 회수 차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상세설명 표2 참고>

   
▲ <표2> 한국유치원총연합회 28일 보도자료 정리

사립 유치원에 대한 세금혜택 주장과 관련해 김주일 공인회계사는 “공립유치원의 결산자료 등을 살펴본 결과 공·사립 유치원의 불평등 지원이 엄청나서 놀라고 있는데 근거 없는 사립유치원 면세혜택을 거론하는 교육부를 이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 27일 이덕선 한유총 비대위원장은 “회계 투명성이나 안전한 급식에 대해서는 충분히 협력할 생각”이라면서도 “박용진 3법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정부 통제로 학습자율권이 위축되고, 사멸할 수 있어 이를 국민에게 알리려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유총은 오는 29일 서울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단 성토대회를 추진 중이다.

자유한국당은 이르면 주중 사립유치원 관련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한국당이 준비하고 있는 법안은 공공성 강화를 위해 회계 구분을 명확하게 하고 사유재산을 인정하는데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사립유치원의 시설사용료를 국가가 보상해주는 내용 등이 담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치원 곳곳 폐원…학부모 속 타들어가

   
▲ 10월 31일 오전 청주시 청원구의 한 사립유치원 정문에 '학부모 긴급회의'를 알리는 안내지가 붙어 있다. 이 유치원은 감사 결과 논란이 일자 원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폐원 신청을 했다.

28일 교육부에 따르면 내년도에 원아 모집을 하지 않거나 문을 닫겠다고 밝힌 사립유치원들은 85곳이다. 지난 12일 기준 60곳에서 2주일 사이 15곳이 늘었다. 박용진 3법이 통과되면 폐원하는 유치원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에서 유치원을 운영하는 한 원장은 “박용진법이 통과되면 유치원 운영이 어려워지니 3000만 원 벌금 물어서라도 폐원을 하겠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로 교육부가 27일 발표한 ‘사립유치원 모집중지 및 폐원 현황’에 따르면 이미 폐원을 승인받은 유치원이 1곳이며, 교육청에 폐원신청을 접수한 유치원은 8곳이다. 나머지 76곳은 학부모와 폐원문제를 협의 중이다.

5세 딸을 둔 김 모(34·서울 구로구) 씨는 “최근 아파트를 이사하면서 오랜 대기 끝에 유치원을 옮겨서 아이가 이제야 적응을 했다"며 "최근 이같은 사립유치원 폐원 논쟁이 불거지면서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 혹시나 내년에 유치원이 사라질까 봐 마음이 편치 않다”고 토로했다.

 

무더기 폐원에도 교육부 강경 대응…학계 전문가도 "유치원 공공성 확립 불가피"

전국 유치원 폐원이 속출하자, 교육부는 이를 막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양새다.

교육부는 지난 1일 사립유치원의 일방적 휴업·폐원을 막기 위해 학부모 사전 동의를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관련 지침(교육과정 및 방과후과정 내실화 계획)을 개정했다. 앞으로는 휴업·폐원하려는 유치원은 학부모 3분의 2 이상의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현재 사립유치원 76곳이 학부모와 폐원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아울러 교육부는 사립유치원 폐원이 추진되는 지역에 우선적으로 국공립유치원을 확충할 방침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13일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추진단 회의에서 “사립유치원 폐원 인원만큼 지역 내 공립유치원을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교육부는 폐원한 뒤 놀이학원 등의 학원 전환을 고려하는 사립유치원에 감사결과 시정여부를 엄격히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모든 지역 유치원이 '처음학교로' 사용을 의무화하도록 교육청 조례제정도 추진하고 지난 27일 △사립유치원 폐원 및 모집 보류 대응방안 △국·공립 유치원 긴급 확충방안 △국·공립 유치원 서비스 개선 방안 △시·도별 국·공립유치원 확충 및 서비스 개선 방안 등을 논의했다.

학계 전문가들도 유치원 교육의 공공성 확립이 우선이라는 의견에 힘을 싣고 있다.

성신여대 권정윤 교수는 지난 20일 '사립유치원 공공성 질 및 제고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사립유치원은 공적교육기관인 학교로서, 공개성, 투명성, 책무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사립유치원의 법인화 유인책으로 학교법인 전환시 사립학교재정결함보조금 형태로 운영비 전액을 지원하는 방안이 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유아교육학 전문가는 "사립유치원을 점차적으로 국공립화 하는 것에 대해 동의한다. 이를 위해 사립유치원을 학교법인으로 전환하거나 국가에 매각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적극 조율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사립유치원은 우리 법상 학원이 아니라 엄연한 학교다. 이 때문에 공공성이 강조되며 국가로부터 설립과 운영에서 감독을 받는다"며 "정부는 국공립유치원을 증설하고, 사립유치원의 공공성을 강화, 회계는 사립학교에 준하도록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유재희 기자 ryu@d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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