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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유치원 사태에 학부모들 좌불안석
사립유치원 "유치원은 '개인 자산'" vs 정부 "공공성 확립돼야" 대립
폐업유치원 속출하자 학부모 불안…여당 측 "현장 목소리 수렴할 것"
2018년 11월 08일 (목) 16:27:32

[대학저널 임지연 기자] 비리 유치원 발표의 후폭풍이 거세다. 현재 전국에 폐원을 준비하고 있는 사립유치원은 38곳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전국 각 시·도교육청은 폐원을 강행하려는 유치원을 우선 감사 대상으로 정해 특정감사를 실시하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립유치원과 정부. 그 줄다리기에 믿고 아이를 맡길 유치원이 없어진 학부모와 학부모의 불신으로 억울하게 죄인 취급을 받는 교사만 속 타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사립유치원 비리 6254건, 8625만 원 적발
국·공립유치원보다 건수 약 10배, 액수 약 263배 높아

   
10월 25일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유치원 공공성 강화 당정협의 현장(출처: 박용진 의원 블로그)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10월 25일 ‘국회 공공성 강화 당정협의’에서 사립유치원의 집단행동에 대해 “아이들을 볼모로 궁지에 내모는 행위는 무관용 조치하겠다”며 “정부는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발언의 계기는 ‘2018 국감’에서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제기한 ‘사립유치원 비리’ 의혹에 있다. 박용진 의원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유치원 감사·지도점검(2013~2017년) 결과, 감사에서 사립유치원 비리가 6254건, 8625만 원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이는 국·공립유치원보다 건수로는 약 10배, 액수로는 약 263배 더 많은 결과다. 지도점검 역시 사립유치원이 8218건, 64억 206만원으로 드러나 국·공립유치원의 약 8배, 액수로는 약 42배 높은 수치를 보였다.

비리 유형도 다양했다. 교직원 복지 적립금 명목으로 설립자 개인 계좌에 돈을 쌓아두다 적발되거나 개인 차량의 유류비로 지출하고, 쇼핑을 하거나 실제보다 많은 돈을 업체에 지급한 뒤 차액을 챙겼다. 이런 사실이 드러나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진 곳도 있었으나 사입유치원의 경우 개인이 운영한다는 이유로 감사에 적발돼도 명단이 공개되지 않았다.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지자 비리 유치원 명단을 공개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각 시·도교육청은 2014년 이후 자체 기준에 따라 일부 유치원을 선별해 실시한 감사 결과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박용진 의원은 “전국 4000여 개의 유치원을 모두 감사했으면 훨씬 많은 유치원의 회계 부정, 운영 문제점이 드러났을 것”이라며 “감사를 받기 싫다면 세금으로 지원도 받지 말아야 한다. 반드시 세금에 대한 감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에 공개된 감사 결과는 앞서 언급된 것처럼 유치원을 선별해 실시한 결과이기 때문에 전수조사가 진행된다면 비리 유치원 명단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확률이 높다. 이에 학무모 및 관련 시민단체들은 “전체 사립유치원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의 유아교육 문제에 대한 미온적 태도가 일 키워
사실 유치원 비리 의혹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유아교육 확대 단계에서 민간 영역에 기댄 탓이 컸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1981년 ‘유아교육진흥종합계획’을 세워 본격적으로 유아교육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당시 정부는 취원율을 38%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교사자격증이 없는 사람도 한시적으로 유치원을 운영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이때 전국에 민간 유치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회계 운영에도 개입하지 않는 등 각종 규제를 완화했다. 1980년 861개였던 사립유치원은 1988년 3402개로 대폭 증가했다.

현재 전국 유치원 9021곳 가운데 사립 유치원은 4220곳이며, 2018년 전국 유치원생 67만 5998명 가운데 50만 3628명, 74.5%가 사립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이에 반해 최근 10년간 취원율은 21%에서 4% 밖에 상승하지 않았다. 그간 사립유치원의 교육적 기여와 함께 정부의 미온적인 유아교육 대책을 동시에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과 교육부는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국·공립 유치원 취원율 40% 조기 달성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 2022년으로 설정한 국·공립 유치원 증설 계획을 2021년으로 한해 앞당긴 것이다. 또한 내년 신설 예정인 500개 학급 외에도 500개 학급을 더 확보하고, 법·제도 정비로 다양한 형태의 국공립 유치원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21년까지 국·공립 취원율을 40%까지 올릴 수 있다.

전국 시·도교육청도 유치원 안정화 대책을 마련해 발표했다. 2019학년도 유아모집 관련 안정화를 위해 공립유치원 우선 설립과 학급 증설 등 유아교육에 차질이 없게 하겠다는 것과 사립유치원에 대한 감사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에듀파인’과 ‘처음학교’로 등 회계와 원아 입학 등에 공적 성격을 부여하는 시스템 활용도 권하고 있다. ‘처음학교로’는 영유아 및 교직원, 교육·보육 과정, 비용, 예·결산 회계, 영양과 환경위생 등의 유치원 정보를 볼 수 있어 학부모들이 괜찮은 유치원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그동안 학부모가 지원 유치원의 추첨에 직접 참여하기 위해 밤새 줄을 서거나 겸치는 추첨식에 온가족을 동원해야 했던 불편함을 덜 수 있다. 이에 사립 유치원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10월 30일 진행된 유치원·어린이집 공공성 강화를 위한 관계장관 간담회 현장(출처: 교육부 홈페이지)

사립유치원 “유치원은 ‘개인 자산’” vs 정부 “공공성 확립돼야”
부정 비리를 저지른 사립유치원 명단 공개 이후 사립유치원들은 ‘잘못은 있지만 과한 처사다’라며 반발하고 있다. 심각한 비리가 있는 유치원도 있지만 간단한 서류나 회계 미비로 명단이 공개된 곳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비리 유치원’이라는 자극적인 단어 때문에 비리를 저지르지 않은 유치원까지 신뢰도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게 됐다. 그동안 육아 교육문제 해결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다 갑자기 이러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불만은 유치원 폐원으로 이어졌다. 교육부는 지난 6일 전국 38개 사립유치원이 관할 교육청에 폐원 신청을 하거나 학부모들에게 폐원 안내를 했다고 전했다. 현재 폐원을 준비하는 유치원 38곳 중 31곳은 학부모에게 폐원을 안내했고, 5곳은 관할 교육청에 폐원을 신청했다. 나머지 2곳은 이날 이전에 폐원 승인이 났다.

추가로 폐원 의사를 밝힌 유치원 10곳은 경영 악화나 건강 등 개인 사정을 폐원 사유로 들었지만 그 가운데 3곳은 이번 비리 유치원 사태로 폐원을 추진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또한 앞으로 폐원을 검토하는 유치원이 더 나올 것으로 보고 있어 강경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교육부는 폐원을 강행하려는 유치원을 우선 감사 대상으로 정해 특정감사를 실시하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또한 지난 1일 유치원이 폐원하려면 학부모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도록 지침을 개정했다.

교육부의 강경대응에 사립유치원 측도 반발에 나섰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는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가 일방적인 휴원·폐원 조치 시 엄정대응 방침을 밝힌 것에 대해 개인사업자의 운영상 자기결정권마저 엄단하겠다며 겁박한다”며 “이는 형법상 직권남용에 해당한다. 특정감사와 세무조사, 공정거래법 위반을 검토한다 하더라도 별 효과는 없을 것이란 지적도 많다”고 항변했다.

또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국정감사를 빌어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의 감사결과(2013년~2017년)를 ‘비리 리스트’로 둔갑해 발표하고, 유은혜 교육부장관도 10월 18일 성명을 발표하면서 감사결과의 진위여부와는 무관하게 개인사업자인 사립유치원을 비리집단으로 매도한 바 있다”며 “위법도 아닌데 비리라고 국민정서법을 자극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다. ‘지원을 받았으면 감사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 그리고 유치원을 ‘개인 자산’의 영역에 놓고 봐야 한다는 입장도 ‘간섭하지 말라’는 억지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유치원 명예 회복과 제도적 뒷받침 시급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22일(월) 오전 대전의 한 카페에서 사립유치원 학부모와의 간담회에 참석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로 인한 학부모의 걱정과 불안에 공감을 표하고, “학부모 의견을 적극 수렴하여 학부모가 체감할 수 있는 사립유치원 공공성 및 책무성 강화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라고 말했다.(2018. 10. 22. 대전 가데나)(출처: 교육부 홈페이지)

이처럼 사립유치원과 정부 간 의견은 좁혀지지 않은 채 두 달여 간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정작 피해를 보는 것은 유아와 학부모들이다. 유치원이 모집을 중지하거나 폐원하게 되면 어려움을 겪는 것은 1차적으로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아교육에 자부심을 느끼며 일하던 교사들 역시 학부모들의 불신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믿고 맡길 유치원이 없어진 학부모, 학부모의 불신으로 억울하게 죄인 취급을 받아야 하는 교사 양쪽 모두 상처만 받고 해결책이 없는 것이다. 하루빨리 유치원의 명예도 회복하고, 정부에서도 재정 지원분인 만큼 객관적인 투명성을 요구하도록 제도적 뒷받침과 사회적 타협을 시행해야 할 때다.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서 유치원 교육에 공공성을 강화하는 법 개정 회의를 진행했다. 이 회의에서 특위 위원장인 남인순 최고위원은 “원비를 횡령한 유치원은 일벌백계해야 하고 유착된 부분도 명백히 밝혀야 한다. 하지만 비리 유치원이 있다고 해서 모든 유치원이 도매금으로 취급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공공성 강화를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당면 현안뿐 아니라 중기적 대책을 만들기 위해 특위를 구성했다. 우리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특위가 노력하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특위는 유아교육·회계 등 각계 전문가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의견을 듣고 학부모·교사·원장 등 현장 관계자들과도 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또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해 각계 의견을 폭넓게 수렴한 뒤 단기 대책뿐 아니라 중장기적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임지연 기자 jyl@d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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