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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고 사태, '학종 불신'으로 이어져
시험지 유출 사건 증거 속속 드러나…피의자들은 부인
'학종 불신'으로 확대…시민단체, 전 고교 전수조사 요구
2018년 10월 26일 (금) 13:19:04

[대학저널 임지연 기자]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며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지난 25일 숙명여고 2학기 중간고사 성적표가 학생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져 전 교무부장 A씨의 딸들의 성적이 어떻게 나왔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숙명여고는 9월 28일부터 일주일간 치룬 중간고사 성적표를 지난 23일 학생들에게 전달했다. 이 성적표에는 석차가 나와 있지 않아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담임교사에게 물어보면 본인의 석차는 확인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A씨의 두 딸이 속한 학급 학생들은 본인의 석차를 확인하고, 주변 친구들과 공유해 A씨 딸들의 석차를 역추적했다. 그 결과 두 학생의 이번 성적은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성적과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역시 지난 23일 두 학생의 2학기 성적을 전달받아 1학기 성적과 비교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두달간의 조사, '의혹'에서 '사건'으로

숙명여고의 ‘시험지 유출’ 의혹은 8월 11일 국민청원 게시판에 숙명여고 일부 학부모들이 “쌍둥이인 두 딸이 성적이 갑자기 오른 것은 아버지인 교무부장 A씨가 성적 조작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의혹 제기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의혹이 제기되자 당시 교무부장이던 A씨는 “두 딸이 중학교 때 자율형 사립고와 특수목적고 진학을 준비할 정도로 성적이 좋았다”며 “1학년 1학기에는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학교에 적응하고, 학원 등을 다니며 성적이 오른 것”이라고 숙명여고 홈페이지에 해명글을 올렸지만 오히려 의혹이 확산되자 해당 글을 삭제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8월 16일부터 22일까지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의혹 관련 집중 감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교무부장 A씨가 해당 학년의 문제지와 정답지를 검토·결재하는 과정에서 정기고사 자료를 유출했을 개연성은 있으나 뚜렷한 증거를 찾지 못해 감사로는 밝힐 수 없다고 판단, 서울시교육청은 8월 31일 경찰에 본격적인 수사를 의뢰했다.

이후 경찰은 수사를 통해 A씨가 시험지 또는 정답을 확인한 후 딸들에게 미리 전해준 단서를 잡아냈다. 또한 확보한 물증을 토대로 해당 교사를 검찰에 송치하고, 딸들에 대해서도 부친과 공모 관계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해 학생들을 피의자로 입건,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휴대전화에서 미·적분, 과학탐구, 문학 등 3과목의 시험 관련 정보가 확보됐다. 경찰은 A씨가 시험 전 학생들에게 관련 정보를 전해줬는지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학교 측 "현재 처벌 어렵다"…경찰조사도 난항

최근에는 쌍둥이 학생들이 교내 상을 11번이나 받은 사실이 알려져 “내신 특혜도 받은 것이 아니냐”는 추가 의혹이 제기됐다. 교내 수상실적은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학생의 관심이나 학업 능력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이에 숙명여고 학부모들은 10월 22일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해를 넘겨 성적이 정정되면 다른 학생들의 수시 지원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학년이 바뀌기 전에 쌍둥이 학생들의 성적을 0점 처리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숙명여고는 “대법원의 판결까지는 학교가 징계할 근거가 없다”며 “판결 전 학교가 임의대로 0점 처리하는 것은 성적 조작이 된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퇴학 처분 역시 “학생생활지도 징계 기준에 따라 ‘형법상 유죄로 판결된 학생’에 대해서만 퇴학 처분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대로라면 두 학생에 대한 징계조치에 길게는 2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된다. 또한 현재 쌍둥이를 포함한 피의자 6명은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수사 진행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두 학생이 “모르겠다”고 일관할 뿐 아니라 경찰조사 당시 한 학생이 호흡 곤란 등으로 병원에 이송되는 등 조사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경찰관계자는 “학생이 입원 중이라 조사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11월 초까지는 수사를 결론 낸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성적 조작 '불똥'이 학종 불신 '큰불' 키워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이 10월 16일 기자회견을 갖고 '전국 고교 수시비리 전수조사'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두달간의 사건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숙명여고 앞에는 학부모들의 항의성 촛불집회가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학부모들은 항의의 표시로 검정색 옷을 입고 흰 리본을 교문에 달아놓고, 이번 사건에 대한 명백하고 빠른 진상조사 촉구를 요구하고 있다. 일부 학부모 사이에서는 학교와 당사자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한 숙명여고 사태는 '학종 불신'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끊임없이 제기됐던 '학종 공정성 논란'과 '내신 비리'가 이번 사건을 통해 공론화된 것.

이에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대표 이종배, 이하 공정모임)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은 학생부종합전형은 즉각 폐지할 것과 수시전형 비중을 20% 이하로 대폭 축소할 것, 정시비율을 80% 이상 대폭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또한 이번 숙명여고 사태는 학생부종합전형 불신으로 번지고 있다. 끊임없이 제기됐던 내신 비리가 이번 사건을 통해 공론화된 것. 

공정모임 측은 “내신 비리는 대입의 근간을 흔드는 중차대한 문제다. 내신을 기반으로 하는 수시전형 비율이 80%에 달하는 현실에서 내신 비리가 끊임없이 적발되고 있어 학생과 학부모들은 분노하고 있고, 더 이상 수시전형을 신뢰하지 않는다”며 “엄정한 수사를 통해 수시비리를 끝까지 파헤쳐야 하고,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를 전수조사 해 또 다른 수시비리가 없는지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지연 기자 jyl@d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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