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미투, 이제는 학교가 응답할 때"
"스쿨미투, 이제는 학교가 응답할 때"
  • 임지연 기자
  • 승인 2018.10.02 16: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수첩]편집국 임지연 기자

[대학저널 임지연 기자] “지금 당장 옷을 벗고 화장실에 가서 자신을 기다리면 수행평가 만점을 주겠다”, “여자가 납치당하는 이유 중 하나는 여성의 짧은 바지 때문이다”, “길가면서 여자 여러 명 강간하는 생각을 했다”, “치마를 그렇게 입으면 침 질질 흘린다”

이 글들은 SNS(트위터)를 통해 교내 성희롱·성폭력을 폭로한 학생들이 자신의 학교 교사가 했던 말이라고 올린 것이다. 이런 글들은 SNS에 ‘#스쿨미투’를 검색하면 쉽게 볼 수 있다. 더한 말도 수두룩하다. 그냥 듣기에도 거북한 말들이 교사의 입에서 흘러나왔다는 것도 충격인데, 대상이 학생이라는 점이 더 큰 충격이다.

이처럼 최근 ‘스쿨미투’를 통해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사의 성희롱·성폭력 사건이 지속적으로 폭로되고 있다. 재학생은 물론 졸업생들까지 폭로에 동참하며 지속적으로 사건이 이어지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 부분은 ‘스쿨미투’의 발단을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스쿨미투’는 충청북도의 한 여중 재학생과 졸업생이 SNS에 불법 촬영 사건과 교내 성폭력에 대한 학교 대응이 미흡했음을 주장하는 글을 올리며 시작됐다. 이후 전국 초·중·고에서 비슷한 제보가 올라오기 시작했고, 현재는 50여 개가 넘는 학교가 문제 학교로 지목됐다. 최근에는 인천에서도 5개 학교가 추가 지목되는 등 계속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스쿨미투가 ‘관련 사건에 대한 학교 대응이 미흡했음을 주장하는 글이 올라오며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미 성희롱·성폭력 사건 신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가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 작금의 사태까지 오게 됐다는 말이다.

이 같은 학교의 태도는 2차 가해로 연결된다. 가해 교사가 글을 올린 학생을 색출해 가만두지 않겠다며 협박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고, 학교가 나서서 글을 지우게 하는 등 학교 이미지 때문에 사건 자체를 묻으려는 시도도 많다. 사과는 하지만 진심이 아닌 형식적인 사과로 더 큰 상처를 입는 경우도 있다. 

이에 반발한 학생들은 학교 벽에 포스트잇을 붙이거나 해당 교사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으로 맞서고 있다. 해당 지역 시민단체들도 성명서를 통해 전수조사와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으며, 교육청도 속속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물론 가해 의혹 교사를 수업에서 제외하고,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등의 행동을 보이고는 있다. 하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교육청에서 마련한 대책을 따르는 것은 차후의 일이다. 당장 해당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을 어떻게 잘 처리할 것이며, 앞으로 같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계획을 구체적으로 내놓아야 한다.

학교에서 성급하게 처벌을 하기 어려운 부분도 분명 있다. SNS 특성인 익명 보장 때문에 억울한 피해를 입는 교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부분 역시 학교에서 어떻게 얼마나 철저하게 조사해 대응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가려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라도 분명한 대책은 필요하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노선이 활동가는 “이 문제의 근본은 성차별·성폭력이 일어날 수 있는 학교 환경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즉, 학교가 먼저 개선되지 않으면 어떤 대책을 마련한다 해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학생도 학교를 구성하는 구성원이다. 어렵게 목소리를 낸 학생들의 용기가 묻히지 않도록 학교는 학생을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바라보고, 다시는 같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리고 만약 같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합당한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명확한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학교가 학생들의 목소리에 응답하는 길일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