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반격, '스쿨미투' 급속도 확산
학생들의 반격, '스쿨미투' 급속도 확산
  • 임지연 기자
  • 승인 2018.09.20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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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초·중·고 50여 개 이상 학교 문제학교로 지목…폭로 연일 이어져
전문가 "성비위 사건, 학교 역할이 중요"

[대학저널 임지연 기자] 광주의 한 여고 교사 2명이 제자를 성희롱·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의혹이 제기된 나머지 교사 17명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구속된 교사들은 지난 2016년부터 2018년 7월까지 광주 모 고교 교실에서 학생들의 신체를 만지거나 외모를 지적하는 등의 성희롱·성추행을 저지른 혐의를 받았으며 조사 결과, 제자들의 속옷을 만지거나 외모에 대해 평가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반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학교는 남성 교사 절반이 성폭력 가해자(38명 중 18명, 47%)라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지며 논란이 되고 있다. 구속된 1명은 이 학교에서 다른 여고로 옮겨 근무 중이었다.

이 사건은 해당 학교 학생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계정을 만들어 피해 사례를 모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국민신문고에도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내 성희롱 등을 폭로하는 ‘스쿨미투’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스쿨미투’는 지난 7일 충청북도 한 여중 재학생과 졸업생이 SNS(트위터)에 익명으로 불법 촬영(몰카) 사건과 교내 성폭력에 대한 학교의 대응이 미흡했음을 주장하는 글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다른 초·중·고교에서도 비슷한 제보가 해시태크 ‘#스쿨미투’를 달고 이어지며 확산됐다. 현재 50여 개 이상 학교가 문제 학교로 지목됐고, 지금도 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가 된 것은 남성 교사가 여학생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발언을 한 것이 많다. 부산의 한 중학교 A교사는 치마를 줄인 학생에게 “치마를 그렇게 입으면 침 질질 흘린다”고 말하거나, 체벌을 주기 위해 한 학생에게 ‘엎드려뻗쳐’를 시키고 치마를 입은 학생이 머뭇거리자 “네 속옷 보게 엎드리라”고 하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의 한 사립여고에서도 B교사가 “지금 당장 옷을 벗고 화장실에 가서 자신을 기다리면 수행평가 만점을 주겠다”, “여자가 납치당하는 이유 중 하나는 여성의 짧은 바지 때문이다”라며 성희롱과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고, 수업 시간에도 “길가면서 여자 여러 명 강간하는 생각을 했다”, “생리한다고 화장실 간다고 하면 기분 더럽다”라고 말했다고 해당 학교 ‘스쿨미투’ 계정에 올라왔다.

허리를 쓰다듬거나 엉덩이를 치는 등 신체 접촉을 한 경우도 있다. 인천의 한 중학교 ‘스쿨미투’ 계정에는 C교사가 여학생들의 허리를 쓰다듬고, 엉덩이를 치고 꼬집는 행위를 했다는 제보가 올라왔다. 다른 학교에서도 신체를 주무르고, 안마를 시키는 등의 성추행이 만연했다.

인격모독도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 서울의 한 외국어고 D교사는 여학생들의 체격과 몸무게를 조롱하는 발언을 일삼고, 교복이 맞지 않는 3학년 학생들에게 ‘돼지증’을 부여해 사복을 입고 다니게 했다는 믿기 힘든 폭로까지 터져 나왔다.

이에 지역 시민단체들은 성명서를 내며 전수조사와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으며, 해당 지역 교육청은 진상 규명을 위한 조사를 실시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해당 학교도 가해 의혹 교사들을 수업에서 제외시키고, 사실 관계 확인에 나서고 있다. 

그렇다면 왜 ‘스쿨미투’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것일까? 노선이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그 이유를 ‘달라진 사회 인식’과 ‘높은 SNS의 접근성’에서 찾았다.

노선이 활동가는 “최근 ‘미투’ 운동을 통해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공감을 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10대 청소년들 역시 경험을 이야기했을 때 공감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며 “SNS는 접근성이 높은 채널이다. SNS가 개별적으로 존재했던 경험을 연결할 수 있는 매개가 됐고,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확신을 하게 된 것이다. 재학생뿐 예전에 다녔던 졸업생 등 비슷한 경험을 했던 사람들의 증언이 모이고 쌓이면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을 멈춰야한다는 인식이 높아지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또한 노 활동가는 예방교육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교직원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성폭력이 만연한 이유에 대해 “청소년을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바라보지 않는 차별적인 인식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는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예방교육이고, 또 다른 하나는 교원을 대상으로 하는 예방교육이다. 그 중 교원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은 성인 간의 성희롱·성폭력을 다루는 경우가 많다. 본인이 가르치고 있는 청소년들과의 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로 다루지 않는 것이다.

노 활동가는 “이런 차별적인 인식과 성차별적인 인식이 더해졌을 때 성희롱, 성폭력 등으로 발현되는 것 같다”며 “교원을 대상으로 하는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을 학교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성폭력·성차별 내용으로 구성하고,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얼마나 많은 인권침해를 가하고 있는지 많이 이야기하고 다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노 활동가는 “제도적 변화도 필요하지만 학교에서도 구조적, 제도적으로 이런 상황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처벌하고 규율할 것인지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학교가 나서서 학생을 색출하고, 올린 글을 지우게 하는 등 2차 가해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미투 주체를 단속하는 데 급급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 근본은 성차별·성폭력이 일어날 수 있는 학교 환경 자체가 문제다. 이러한 인식을 명확하게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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