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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공약 '고교학점제', 현장조사는 ‘들쑥날쑥’”
2022년 전면도입 약속했으나 결국 3년 유예
시범학교 볼멘소리에도 현장조사 일체 없던 곳도
전문가, “점진적·체계적 현장조사 우선시해야”
2018년 08월 31일 (금) 18:13:44

[대학저널 최진 기자] 2022년 도입 예정이던 '고교학점제'가 3년 뒤인 2025년으로 유예됐다. 교육부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준비해나가겠다고 했지만, 기본적인 현장조사 조차 실시하지 않은 시범학교도 있는 것으로 파악돼 논란이 예상된다.

핵심공약으로 야심차게 출발…최근 3년 유예 결정
‘고교학점제’는 교실 혁명을 통해 공교육을 혁신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이다. ‘고교학점제’는 대학교처럼 고교생들이 교과목을 선택하고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이수하는 제도다.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실시한 시민 여론조사에서 73.9%의 지지율을 기록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교육부는 2017년 11월에 고교체제 개편과 대입제도 개선 등을 위해 2022년부터 ‘고교학점제’를 전면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이러한 진로·적성 맞춤형 수업으로 미래인재를 양성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하지만 지난 8월 17일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 발표에서 ‘고교학점제’ 시행은 2025년으로 연기됐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차질 없이 준비해나가겠다는 이유에서다. 2021년까지 학점제 도입기반을 마련하고 2022년부터 2024년까지 학점제를 부분 도입해 2025년에는 전면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러한 단계적 고교학점제 시행계획과는 별개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 내용은 ‘수능전형 비율 확대’와 ‘수능 상대평가 유지’가 골자인 만큼 일각에서는 ‘고교학점제’ 자체가 실종됐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수능으로 획일화된 평가를 하는데, 진로·적성 과목선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이미 지난 3월부터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로 선정됐던 교육현장에서는 더욱 혼란스러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말로는 추진, 뒤에서는 나 몰라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대학저널>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연구·선도학교 상황에 대해 “시범학교 운영이 올해 1년 차라서 현재로서는 학교 현장이 혼란스럽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고교학점제’ 시범학교에 대한 현장조사는 따로 진행하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컨설팅을 운영하기 때문에 학교에서 어려움을 호소할 경우 해결책을 제시해주며 실태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평가원의 대답과 달랐다.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로 선정된 수도권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라고 해도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묻는 교육관계자는 한 명도 없었다”라며 “연구학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면서 학점제를 추진한다, 연기한다고 하는데, 교사 입장에서 보면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선정 이후 30년 교직생활 중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현재 학교 현장상황을 “죽어날 지경”이라고 성토했다. 선택과목 확대로 인한 수업부담과 학점제 관련 업무까지 늘어나 체력적인 한계를 느끼고 있으며, 교사들이 지친상태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학교 분위기가 좋을 수 없다고 했다.

학생들에 대해서는 “수업은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하지만 정해주는 과목만 배웠던 학생들에게 갑자기 적성이나 진로를 위해 과목을 선택하라고 하니, 막막하고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면서 “특히 학점 이수·미이수에 대한 법령조차 마련되지 않아, 학생들의 대입 진로에 대한 불안과 고민이 크다’고 했다.

학교별 생각 달라…현장조사 통한 개선이 최우선
‘고교학점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정책 시행에 신중해야 한다는 학교도 있다. 선도학교로 선정된 한 수도권 고등학교 담당자는 “‘고교학점제’는 대통령공약이다. 그래서 공약실행을 위해 교육과정평가원이나 여러 곳에서 학교를 방문했다. 과목이 늘어나 교사의 부담은 늘었지만, 교육 선진화로 가기 위해서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교사로서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고교학점제’에 대한 현장의 만족도나 불만은 학교마다 다르다. 과목 확대에 대한 부담을 상쇄해줄 대안을 마련한 학교는 괜찮겠지만, 그렇지 못한 학교는 교사들이 힘들 수밖에 없다”라며 “‘고교학점제’는 절대 쉽게 도입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학생의 과목 선택권이 늘어난다는 것과 ‘고교학점제’는 다른 문제라고 짚었다. 학생 자신이 선택한 과목의 이수·미이수에 따른 결과가 대입진학과 연결돼야, 실질적인 교육제도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했다. 현재 고등학교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수업을 전개하는 것이 ‘고교학점제’ 전면시행을 보장해주지는 못한다고 봤다.

이렇듯 학교현장에서는 고교학점제와 관련해 다양한 애로사항과 현실적인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평가원은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인 현장조사를 통한 개선방안 마련과 중·장기적 관점에서 실행의지를 내비쳐야 할 것이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교육부는 교육발표에서만 자율성을 확대하겠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지금 같은 상황이면 2025년이 된다고 해도 ‘고교학점제’는 시행할 수 없다. '고교학점제' 시행 일자를 2025년으로 연기한다고 했으면 지금부터라도 점진적이고 체계적으로 시범학교를 살피면서 ‘고교학점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진 기자 cj@d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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