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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일 진선여고 교장]"실패해도 극복할 수 있는 교육으로 학생들의 진정한 성숙 실현해야"
[대학저널 특별 인터뷰] 고교 교장에게 듣는다
2018년 07월 02일 (월) 17:15:10

지덕 겸비한 창조·민주적 여성 양성 위해 설립…지역 내 명문고로 ‘부상’
‘학생친화적 학교’, ‘성장이 보이는 학교’ 내세우며 학생행복 실현
체계적이며 엄격한 교내활동 운영해 수시모집에서 좋은 성과 거둬

   
 
꿈이 있고 소통하는 학교, 진선여자고등학교.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하고 있으며 올해로 개교 42주년을 맞았다. 대한불교 진각종에서 운영하고 있는 진선여고는 지덕을 겸비한 창조적이고 민주적인 여성을 기른다는 목표 하에 전 교직원이 훌륭한 인재양성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현재는 지역 내 명문고라는 평판이 자자하다. 2018학년도 대입에서 수시 9명, 정시 6명의 서울대 최초합격자를 배출, 수시 기준 전국 1위 여고로 올라서는 성과를 냈기 때문. 하지만 진선여고의 장점은 입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17년 9월 취임한 조남일 교장을 중심으로 ‘학생친화적 학교’, ‘성장이 보이는 학교’로 발전해가고 있다. 특히 2017년 9월 취임한 조남일 교장은 우수한 학생은 더욱 우수하게, 평범하거나 부족한 학생은 자신의 장점을 찾을 수 있도록 ‘균형 잡힌 교육’을 실현하고 있다. 또한 조 교장은 “학교는 학생의 자아정체성을 바로 세워줌으로써 올바른 어른이 될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저널>이 조 교장을 만나 진선여고의 변화상과 성과, 조 교장의 교육철학 등을 들어봤다.

Q. 먼저 <대학저널> 독자들에게 교장 선생님과 진선여고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진선여고 교장 조남일입니다. 저는 1986년부터 진선여고에서 근무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 2년 간 다른 여중에서 근무한 것과 진선여중에서 2년 6개월 간 교장 생활을 한 것을 제외하고는 진선여고에서만 교사로 활동했습니다. 내 삶을 바친 곳이라는 생각에 학교에 대한 애정이 남다릅니다.

진선여고는 대한불교진각종에서 운영하고 있는 종립학교입니다. 진각종의 종지를 바탕으로 지덕을 겸비한 창조적이고 민주적인 여성을 기른다는 목표하에 1977년 개교, 2018년 2월까지 39회 졸업생을 배출한 강남의 명문사학 여자 고등학교입니다.

우리 진선여고의 장점은 첫째 ‘학생친화적 학교’입니다. 진선여고는 교무실의 문턱이 낮습니다.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교무실을 드나들며 교사에게 질문과 상담을 하는 등 사제 간 정이 돈독합니다. 이는 학교의 성향이 선생님들에게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우리 학교는 불교학교이다 보니 교사들이 편안하고 안정적인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성장이 보이는 학교’입니다. 입학 당시 성적이 비슷해도 학년이 오를수록 진선여고에 입학한 학생이 다른 학교에 입학한 학생보다 더 좋은 성적을 보입니다. 이는 지역사회에서도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종교학교에 대한 우려와 편견이 일부 있을 수 있지만, 진선여고는 교육에 있어 종교적 색채가 없으며 종교를 학생들에게 강요하지 않습니다. 학교에 대한 평판이 좋아지면서 오히려 학교가 가진 불교적인 면을 좋아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있을 정도입니다.”

Q. 교육자에게 있어 교육철학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교장 선생님께서 평소 갖고 계신 좌우명과 교육철학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중학교 교장 시절, 한 학생과 면담을 한 적이 있는데, 매우 논리정연하게 저에게 얘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제가 학생에게 얘기를 하니 전혀 듣질 않았습니다. 성장은 하고 있지만, 몸과 마음이 불균형적으로 크면서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고등학교에서 이러한 불균형적인 성장을 한 학생의 균형을 맞춰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의 자아정체성을 바로 세워줌으로써 올바른 어른이 될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합니다.

때문에 고등학교 시절에는 기본적으로 몸과 마음이 강건해야 합니다. 또한 자기 자신은 물론 주변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학교에서는 ‘지·덕·체’를 바탕으로 한 전통적인 교육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아울러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을 위한 미래교육도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래교육을 위해서는 학교가 ‘즐거운 활동공간’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수업은 문제 해결시간이 돼야 하고요.

   
 

물론 인문계 고등학생이라면 입시공부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하루하루 스트레스의 연속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하루 한번이라도 크게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교사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큰 소리로 웃는다면, 힘들지만 밝고 환한 분위기의 학교로 거듭날 것이라 생각됩니다.”

Q. 교장 선생님께서 오랫동안 교직 생활을 하시면서 이뤄내신 업적과 성과들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거창하게 업적이라 불릴 것은 아니지만, 33년 동안 조금이나마 우리나라 공교육 발전에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교직 생활 처음 10년 동안은 수업을 잘하는 교사가 되고자 노력했습니다. 이를 위해 EBS 강사, 교재집필, 교과서 집필 그리고 1997년도 수능출제 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했습니다.

모두 알다시피 강남에는 입시학원이 많습니다. 학원 교사들의 실력에 뒤처질 수 없다는 생각에 서점에서 몇십 권의 교재를 구매해 교과서에 없는 내용을 체크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중간의 10년은 3학년 담임을 맡아 학생들의 진학지도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학생들이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에 합격할 수 있도록 족집게처럼 맞추려 노력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10년은 교감, 교장직을 맡으며 학교발전과 관리, 경영 등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Q. 우리나라 교육은 대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실제 고등학교도 좋은 대학 보낸 학생들의 숫자가 ‘명문’의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철학자 루소가 “교육의 목적은 기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만드는 데 있다”고 강조했듯이 교육은 학생들을 올바르게 가르치고, 학생들이 자신의 꿈과 희망을 찾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입니다. 교장 선생님께서는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에 대해 어떻게 진단하고 계시며, 우리나라 교육이 발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 고견을 부탁드립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고등학교 현장을 중심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입시는 교육활동의 결과로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정반대의 상황입니다. 입시가 정해져 있고 학생들은 거기에 맞춰가고 있습니다. 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명문대에서 합격결과를 발표하면 거기에 맞춰 학생들을 진학 지도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공교육 정상화는 불가능합니다. 좀 더 넓게 보자면 이는 사회의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대학을 나와야만 대접받는 세상에서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조성돼야 한다고 봅니다.

아울러 지금보다 예체능 교육이 더욱 활성화돼야 합니다. 우리교육은 현재 이기는 공부, 성공하는 공부만 시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이 지고 실패합니다. 즉 이들에 대한 배려와 실패했을 때 극복하는 교육이 없습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예체능 교육입니다. 우리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운동경기를 장려하고 있습니다. 경기를 하면 이길 수도, 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진심과 열정을 다해 경기에 임하면 지더라도 즐겁게 질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학생들이 더욱 발전하고 건강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아울러 음악, 미술교육을 통한 정서적인 성숙, 다양한 인문교육을 통한 지적인 성숙도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어느 쪽 한쪽으로 편향되지 않는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있다고 생각합니다.”

Q. 하지만 현실적으로 고등학교 입장에서 대입 지도는 가장 중요한 사명일 것입니다. 진선여고는 학생들의 대입 지도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십니까? 진선여고만이 자랑하는 교육프로그램이나 교육과정이 있다면 함께 말씀을부탁드립니다.
“진선여고는 영재교육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습니다. 1학년은 수학, 2학년은 인문사회와 자연과학영재반을 구성하고, 3학년은 ‘진선아카데미’를 바탕으로 한 심화교육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작년에만 수시에서 서울대 의예과 2명을 진학시킬 정도로 우수한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하위권 학생들 또한 학교수업에 잘 따라올 수 있도록 수준별 교육의 일환인 분반 수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부 하나에만 초점을 두지 않고 다양한 활동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공부만 잘 하는 학생이 있는 반면, 공부 외요소에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학생들을 위해 동아리, 토론대회, 창의탐구학습제 등을 운영해 학생들이 자신의 장점을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엄격하고 체계적인 교내활동도 진선여고의 자랑입니다. 현재 자체적으로 대회를 운영해 상을 수여하는 것이 63여 개 있습니다. 이 가운데 교과영역을 제외하면 40여 개이기 때문에 열심히만 한다면 누구나 수상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근래 학생부종합전형 때문에 일부 고등학교에서 마구잡이식으로 경시대회를 열고 상을 남발하는 사례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우리 진선여고는 교육부 권고사항인 응시자의 20% 기준보다 훨씬 낮은 4~5%에게만 상을 수여하고 있습니다. 경시대회도 일부가 아닌 전교생을 대상으로 토너먼트를 열어 공정한 경쟁을 펼치도록 하고 있습니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지만, 모든 학생들에게 똑같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대학에서도 높게 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수시모집으로 한해에만 서울대에 9명이 합격하는 성과를 거둠으로써 수시에 강한 학교라는 인식이 박혀 있습니다.”

Q.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창의와 융합’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교육은 무엇이라 보십니까?
“기본적으로 수업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학교 자유학기제와 같은 교육 프로그램과 재정지원을 통해 토론이나 연구를 하며 성과를 보이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우리 학교에서도 토론식 수업, 프로젝트 수업, 탐구 수업 등 교사들이 다양한 수업 프로그램을 개발해 교과별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토론수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큰 힘이 됩니다. 대표적인 예가 CEDA토론(교차조사 연계 토론)입니다. CEDA토론은 주로 3인1조로 이뤄 진행됩니다. 입론, 교차조사, 반론 세 부분으로 구성되며 각 토론자는 발언 순서에 상관없이 세 부분을 모두 경험하게 됩니다. 몇 년 전 벌어진 바둑 인공지능과 프로기사의 대결 이후 사람들은 향후 인공지능을 앞설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집단지성 즉 여러 지식인이 한꺼번에 대응하면 인공지능을 이길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존재합니다. CEDA토론처럼 많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모여 지식을 네트워크화하는 것이 미래사회에 대비하는 길입니다.”

   
 

Q. “용장 밑에 약졸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를 학교에 빗대면, 좋은 교사들 밑에서 좋은 학생들이 나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진선여고 교사들은 학생들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앞서 얘기했지만 ‘학생친화적 학교’를 만든 것은 모두 교사들의 노력입니다. 수업시간, 쉬는시간 구분 없이 학생들과 밀접하게 생활하며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는 것은 하루아침 사이에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진선여고 교사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학생의 눈높이에서 학생들을 본다는 것이 의미가 있습니다.

수업외 활동에 대한 열의도 대단합니다. 현재 진선여고는 50개이상의 공식동아리, 40개 이상의 자율동아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동아리를 맡을 수 있는 실무 교사는 60명 내외입니다. 즉 한 교사가 동아리를 많으면 두 개, 세 개까지 담당할 정도로 학생들의 교육활동에 열정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학습교재를 직접 만들어서 수업에 반영하거나, 학생들의 사고력 향상을 위해 논술수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Q. 최근 대대적인 교육개혁들이 예고되거나 추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개혁에 따른 학교현장의 혼란도 불가피한 실정입니다. 교장 선생님께서는 정부가 성공적으로 교육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하다고 보시며, 고등학교 교장 입장에서 정부에 당부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진정한 교육개혁은 입시가 아닌 교육환경의 개선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처음 담임을 할 무렵 한 교실에는 70명이 있었습니다. 모두가 어려운 시대였고 학교도 마찬가지였기에 이를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지금은 한 교실 학생 수가 30~40명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예전보다 풍족한 시대가 됐고 가정 내 생활환경도 좋아졌습니다. 그러나 학교환경은 그대로입니다. 가정에서 흔히 쓰이는 비데도 없고 체육복을 갈아입을 공간이 없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학생들은 여전히 꽉 끼는 교복을 입고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예전시대 예전교육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렇듯 구 세대적이고 열악한 교육환경이 개선된다면 좀 더 밝은 환경 속에서 학생들이 자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교육 최전선에서 지도자로서 활약하고 계십니다. 학생,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저희 세대만 해도 출세를 강요받았지만, 이제는 그런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성공하는 것만이 삶이 아닙니다. 가까운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학부모들이 내 자녀의 성공이 아닌, 행복에 초점을 뒀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찾아줄 수 있는 교육이 학교에서 실현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고교 교장으로서 대학에 전하시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교육활동의 결과로 입시가 행해지길 바랍니다. 대학에서 입시요강을 발표하면 그것을 고등학교가 따라가게 만드는 제도는 재고했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대학이 고등학교 교육에 많은 관심을 갖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헤아려줬으면 합니다. 대학에 관한 더 자세한 정보를 공개한다면, 현행 줄 세우기식 진학지도가 아닌 진정한 진로지도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아울러 대학에서 우수한 학생뿐 아니라 부족한 학생도 행복할 수 있는 교육을 실현해주길 바랍니다. 많은 대학에서 우수한 학생만 뽑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대학 스스로 교육의 질을 향상시켜 부족한 학생도 따라올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어 줬으면 합니다.”


신효송 기자 shs@d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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