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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훈 미림여고 교장] "학교 운영의 중심은 학생, 학생이 즐겁고 행복해야"
[대학저널 특별 인터뷰] 고교 교장에게 듣는다
2018년 05월 29일 (화) 14:22:02

인재대본, 육영보국 건학이념으로 설립글로벌 여성 리더 산실로 ‘우뚝’
2015년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
교육과정, 평가, 대입 지도 등 대대적 혁신
전국 최초 공정성심의위원회 설치, 등교지도 폐지

서울대 등 유수 대학 합격률 상승

   
 

[대학저널 정성민 기자] 글로벌 여성 리더의 산실, 미림여자고등학교.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하고 있으며 올해 개교 39주년을 맞았다. 과거 학력고사 시절 전국 수석, 자연계열 여자 전국 수석, 이화여대 전체 수석, 서울교대 전체 수석을 배출했다. 특히 2015년 자사고에서 일반고 전환은 학교 발전의 전기(轉機·전환점이 되는 기회나 시기)가 됐다. 실제 미림여고는 자사고 시절 서울대 합격자가 매년 1명 정도에 불과했지만 일반고 전환 이후 2017학년도 입시에서 5명이 서울대에 합격했다.

바로 변화와 혁신의 결과다. 주석훈 미림여고 교장은 2016년 부임 이후 ‘학생 중심 경영’을 모토로 삼고 미림여고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등교지도를 과감히 없앴고 전국 최초로 공정성심의위원회(학업성적관리위원회+차별방지위원회)를 설치했다. 수업은 학생참여형으로 바꿨고 학생들의 진로와 전공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미래인재역량강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또한 학생들을 위해 댄스교실을 만들었다. 탁구대도 8대 구입했다. 주 교장은 오직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즐겁고, 재미있고, 자기주도적으로 하는 데 변화와 혁신의 초점을 맞췄다. 이는 자연스레 서울대 합격자 증가 등 대학 진학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주 교장은 “과거에는 학교 중심, 교사 중심으로 학교가 운영됐다. 하지만 이제는 학생 중심으로 가야 한다”면서 “미림여고의 주인은 학생이다. 학생이 있기 때문에 학교 건물과 교사가 필요하다. 학생이 없으면 교사도 존재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대학저널>이 주 교장을 만나 미림여고의 변화상과 성과, 주 교장의 교육철학 등을 들어봤다.  

먼저 <대학저널> 독자들에게 교장 선생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미림여고 교장 주석훈입니다. 한영고와 한영외고 교사로 근무한 뒤 2011년 10월부터 2016년 2월까지 인천하늘고 교감을 지냈습니다. 이어 2016년 3월부터 미림여고 교장을 맡고 있습니다.”

미림여고는 2015년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했습니다. 과도기적 시기에 교장을 맡으셨다고 볼 수 있는데요.
“자사고나 일반고 모두 학생 교육기관입니다. 그런데 학생이나 학부모의 기대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일반고 전환 당시 1학년 학생들 가운데 120명 정도가 전출을 갔습니다. 학생들이 빠지면 학교 경영 입장에서 굉장히 부담됩니다. 그러나 학교법인이 손실 비용을 부담했습니다. 2016년과 2017년 학교법인이 매년 약 15억 원을 지원했습니다. 덕분에 교사들이 동요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학교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교장 부임 이후 학교를 어떻게 이끌어 오셨습니까?
“다른 학교가 잘하는 것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물론 다른 학교가 잘하는 것을 따라가면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빠른 추격자)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림여고만의 특징이 없습니다. 미림여고 교사들과 학생들에게 ‘퍼스트 무버(first mover·선도자)’가 되자고 강조합니다. 미림여고는 다른 학교들이 하지 않는 것을 많이 합니다. 교장 부임 이후 등교 지도를 없앴고, 전체 조회를 바꿨고, 수업방식과 교실 등을 바꿨습니다.”

   
 

구체적으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제일 먼저 학생이 주인공이 되는 길을 생각했습니다. 미림여고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즐겁고, 행복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학생들이 지금까지 자라면서 봤던 세계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면서 꿈꿀 세계가 크고, 넓고, 다양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에 학생들의 진로와 전공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미래인재역량강화 프로그램’을 도입했습니다. ‘미래인재역량강화 프로그램’은 대학 교수님들이나 전문가들을 초빙, 강의를 듣는 것입니다. 강의는 1회성으로 진행되지 않습니다. 하나의 주제를 4~7주에 걸쳐 심도 있게 다룹니다. 강의는 토론, 발표, 연구활동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학생들이 전공 분야 전문지식을 쌓고 미래인재 핵심역량인 자기 주도적 탐구능력을 강화시키는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학생들이 어떤 이유로든 차별받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교장이 되면서 일반고의 경우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학교 명예를 드높인다고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학생을 성적으로, 가정형편으로 차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위해 특별반을 만들고, 공부 잘하는 학생들에게 좋은 자습실 자리를 배정하고, 공부 잘하는 학생들의 봉사활동이나 경시대회까지 관리하는 것을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특히 학생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전국 최초로 공정성심의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공정성심의위원회 산하에는 학업성적관리위원회와 차별금지위원회가 있습니다. 학업성적관리위원회는 모든 학교에 있지만 차별금지위원회는 미림여고에만 있습니다. 미림여고는 공정성심의위원회를 운영하며 불평등 요소들을 철저히 제거하고 있습니다.”

등교 지도를 없애고 전체 조회를 바꿨다는 것이 무엇입니까?
“등교 시간부터 학생들을 기분 나쁘지 않게 만들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학생들은 대체로 교복을 잘 입고 옵니다. 그런데 어쩌다 보면 신발을 제대로 못 신고, 머리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올 수 있습니다. 이것 때문에 지도를 당하고, 벌점을 받으면 학교에 오자마자 기분이 나쁠 수 있습니다. 이에 등교 지도를 없앴고 벌점제도 블루레코드상이라는 상점제로 변경했습니다. 학교는 학생들이 잘못한 것을 지적하고, 단속하고, 징계하면 안 됩니다. 학생들이 잘한 것을 격려하고, 칭찬해야 합니다. 특히 미림여고 관현악단 학생들이 1년에 몇 번 정도 등교 시에 연주를 합니다. 학생들이 학교에 처음 올 때부터 기분 좋게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공부를 잘하느냐, 못하느냐보다 학교생활이 즐거운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학생들이 학교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갈 수 있어야 합니다. 미림여고에서는 전체 조회를 할 때 교장이 훈화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올해 학생들이 준비가 되지 않아 처음으로 훈화를 했습니다. 교장 훈화 대신 학생들이 사회 보고, 질의하고, 발표합니다. 따라서 미림여고 전체 조회는 매우 밝습니다. 이처럼 미림여고 교장 부임 이후 학교가 학생 중심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교과수업과 수행평가는 어떻게 바꿔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해 교과수업과 수행평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2, 3년간 미림여고는 교과수업과 수행평가를 대대적으로 혁신했습니다. 먼저 교과수업은 학생참여형으로 변경하자고 교사들을 설득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교사가 원맨쇼하는 수업이 통하지 않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살아갈 시대에는 교사가 잘 버무려 입에 넣어주는 지식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에 첫 번째로 영어 수업을 바꿨습니다. 미림여고에는 8개반이 있는데 4개반씩 동시에 영어수업을 진행합니다. 각 반의 영어 교사마다 테마를 정합니다. 학생들은 테마를 보고 수업을 선택합니다. 예를 들어 테드(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 동영상 청취반이 있습니다. 학생들은 테드로 외국인 교수의 강의를 듣습니다. 이후 영어로 활동지를 작성하고, 토론하고, 발표 자료를 작성하고, 발표합니다. 과거에는 교사 혼자 수업했습니다. 영어 교육의 목적은 영어로 글을 읽고, 요약하고, 생각을 표현하고, 토의하는 것입니다. 미림여고 수업에서는 다 됩니다. 물론 교사 입장에서는 매우 힘듭니다. 그러나 학생들 입장에서는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고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과학과목도 학생참여형 수업을 위해 교육청에 신청, 미림여고가 선도학교로 지정됐습니다.

미림여고는 고3 학생들의 수행평가 비중도 40~60%에 이릅니다. 고3 학생들에게 교과별 수업이나 수행평가에서 발표나 보고서 작성을 시키면, 탐구주제를 정하거나 관련 논문과 참고 문헌을 검색하는 능력이 과거 졸업생들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3학년 담당 교사들도 놀라워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기주도적 학업역량은 장차 대학에 진학한 뒤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데 중요한 자질이 될 것입니다. 결국 학교 교육의 역할은 학생들이 희망 공부 분야를 자기주도적으로 찾아 탐구하는 과정을 이끌어주고, 도와주는 것이 아닐까요?”

   
 

말씀을 들으니 교장 선생님께서 학생들을 생각하시는 마음이 크신 것 같습니다.
“학생들이 학교에 있으면서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꾸준히 찾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한 한기에 한 번 정도 학년별로 학생들과 직접 대화의 시간을 갖습니다. 학생들의 희망사항을 모두 들어줍니다. 여학생들은 춤추기를 좋아하는데 댄스 교실을 만들었습니다. 과학 시약과 비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1년에 1000만 원씩 예산을 배정했고 탁구대를 8대 구입했습니다. 앞으로 카페 교실, 소규모 공연장, 헬스장, 연주실도 설치할 예정입니다.”

더 소개하고 싶으신 미림여고의 교육프로그램이 있습니까?
“1, 2학년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1인 1악기’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주당 1시간씩 관악기(클라리넷, 트럼펫 등)를 악기별로 나눠 그룹지도 또는 개인지도를 받습니다.  학생들은 연주를 통해 예술적 소양을 기를 뿐 아니라 합주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깨닫습니다. 비교과 방과후학교가 많은 것도 특징입니다. 미림여고는 교과 관련 수업 외에 실험이나 토론 수업, 개인 연구 보고서 쓰기, 영어로 연구 보고서 쓰기, 학문적 읽기/쓰기 등 다양한 비교과 강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비교과 강좌를 통해 깊이 있게 독서하고, 학문적 글쓰기 훈련을 하며, 대학에서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일반고 입장에서 대입 지도가 중요하지 않습니까?
“학부모를 만족시키려면 학생들이 대학 진학을 잘해야 합니다. 교장으로 왔을 때 학부모들이 ‘미림여고가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했으니 푸대접을 받는 것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이에 ‘미림여고가 과거보다 나으면 나았지, 예전보다 못한 평가를 받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미림여고가 어떻게 변하고 있으며, 미림여고 학생들이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대학에 소상히 알리겠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대입 실적이 좋으려면 대입제도가 어떤지 알아야 합니다. 현재 대입제도는 정시 중심에서 수시 중심으로 변경됐습니다. 과거 미림여고는 논술과 정시 중심의 학교였는데 수시 중심으로 변경시켰습니다. 동시에 교과수업과 수행평가뿐 아니라 창의적체험활동과 경시대회, 학생부 기록 방식 등도 바꿨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바꾸셨는지 궁금합니다.
“미림여고는 자사고 시절 학생 충원이 되지 않았습니다. 반면 교사는 많다 보니 창의적체험활동 시간이 수업실수에 포함됐습니다. 다시 말해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창의적체험활동을 복원시켰습니다. 창의적체험활동을 학생들이 스스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었습니다. 경시대회는 오픈 텍스트북으로 변경했습니다. 예를 들어 화학경시대의 경우 학생들이 실험실에서 설계하고, 실험하고, 토론하고, 보고서를 작성합니다. 시험 잘 푸는 성격의 경시대회에서는 교과성적이 좋으면 상을 받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의 생각을 평가하기 위해 경시대회를 바꾸자 수상 학생들이 다양해졌습니다. 또한 학생들이 자율동아리 활동을 희망해 교사들과 연결시켰습니다. 이처럼 학교가 변하면서 학생부 기록이 충실해졌습니다. 특히 미림여고는 학생부를 기록할 때 공부 잘하는 학생들과 못하는 학생들을 차별하지 않습니다. 언론 등에서는 1, 2등급 학생들만 써주고 3등급 이하부터는 안 써준다고 하는데 미림여고를 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대학 진학 성과는 어떻습니까?
“자사고 시절 서울대 합격자가 1년에 한 명이거나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2016년 당시 고3 학생들이 서울대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 1단계에서 7명 합격했고, 최종 5명이 합격했습니다. 또한 2016년과 2017년에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서울 유수 대학에 많이 합격했습니다.”

교사들의 노력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미림여고 교사들은 많이 바쁩니다. 교과수업이 학생 활동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교과서 내용과 교육과정을 재조직, 운영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경력이 오래된 교사들도 교수 학습방식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새로운 수업방식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미림여고 교사들은 방학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교사들은 방학 동안 학기 중 학생 활동을 관찰하고 평가한 결과를 학생부에 기재합니다. 학생들이 교과수업과 학교 프로그램을 열심히 수행한 만큼 교사들은 학생들의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하나도 놓치지 않고 기록합니다.”

학부모들을 위해서는 어떤 배려를 하고 계십니까?
“미림여고는 비포 서비스(Before Service·고객이 요청하기 전 먼저 고객의 불만을 해결하는 것)를 강조합니다. 미림여고 홈페이지에 학부모들의 건의내용에 대한 답변을 공지했습니다. 또한 통상 학교 홈페이지 처음에 학교 연혁, 학교장 인사말 등이 나옵니다. 하지만 사실 아무도 관심이 없습니다.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학교에서 전달하는 내용이 무엇인지를 가장 알고 싶어 합니다. 따라서 미림여고는 학교 연혁, 학교장 인사말 등을 맨 뒤로 배치하고 맨 앞에 학생 활동사진을 올립니다. 아울러 학부모들을 위해 건국대·고려대·동국대·숙명여대·성균관대·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포항공대·한국외대·한양대 등의 입학사정관들을 초청, 학부모 아카데미와 대입설명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고교 교장으로서 대학에 전하시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대학의 책무성, 고교와 대학의 연계가 중요합니다. 대학이 특정계층, 특정지역 학생들만 선호하면 오래 가지 못합니다. 대학이 지원자격에 특정자격을 제시, 일반 학생들이 지원하지 못하면 그 대학은 특수 대학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전국 지역별 인구를 감안, 적합한 인재를 선발해야 합니다. 또한 대학 나름의 철학이 있어야 합니다. 대학이 이익만 고려하면 고교와 대학 심지어 중학교와 초등학교 교육까지 망칠 수 있습니다. 대학 교수들이 혹은 대학들이 아무도 생각하지 않은 외국어 능력시험 성적표를 요구, 사교육 광풍을 만들기도 하지 않았습니까?

마지막으로 대학의 학생 선발 단위를 학과별에서 광역으로 바꿔야 합니다. 고교에서 너무 세밀하게 전공을 대비하고 공부하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대학은 무학과로 진학한 뒤 학생 선택에 따라 전공을 정해야 합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겠지만 대학의 이기심을 일정 부분 양보해야 합니다. 그래야 고교 교육이 살고 대학도 삽니다.” 


정성민 기자 jsm@d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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