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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의 언어 급식체, 문제일까? 문화일까?"
대부분의 청소년들 급식체 사용…급식체에 대한 논의 ‘현재 진행 중’
2018년 04월 05일 (목) 15:20:05

[대학저널 임승미 기자] 'ㅇㅈ(인정, 인정 하냐는 의미)', 'ㅇㄱㄹㅇ(이거레알, 이거 진짜라는 의미)', '오진다(대단하다는 의미)' 등은 누군가에게는 생소하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친근한 말들이다. 바로 급식체다. 10대들이 주로 사용하는 언어로 어른들의 경우 얼핏 봐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급식체가 세대 간의 소통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 국어 파괴까지 우려된다. 청소년들이 급식체를 사용하기 이전에 제대로 된 국어교육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초·중·고교생 70% "급식체 사용한다"
요즘 10대 학생들 사이에서는 '급식체'로 대화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급식체는 학교 급식을 먹는 중·고등학교 청소년들이 주로 사용한다고 해 급식체라고 불린다. 일반적으로 온라인 커뮤니티나 메신저를 통해 10대들이 사용하던 용어들이 은어처럼 퍼져나간 것으로 볼 수 있다.

스마트학생복이 SNS를 통해 초·중·고교생 총 758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평소 급식체를 사용하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 약 71.8%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그렇다’고 답했다. 그 중 과반수가 넘는 약 52.4%의 학생이 ‘자주 사용한다’고 답변했다. 대부분의 10대 학생들이 급식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급식체를 사용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약 60.8%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쓰다 보니 재미있어서’라고 답했다. 이어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기 때문에’라는 답변이 약 11.5%를 차지했다. 또한 ▲표준어보다 사용하기 편해서(11.4%) ▲친구들이 계속 쓰기 때문에(6.5%) ▲우리들만의 언어라서(4.5%) 라는 답이 뒤를 이었다. 

청소년들은 급식체만으로도 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급식체를 즐겨 쓰고 있는 것이다. 이에 다양한 대중매체에서도 급식체를 즐겨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에서 급식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모습을 쉽게 만날 수 있다. tvN SNL에서는 '설혁수의 급식체 특강'이라는 코너를 통해 급식체를 활용한 개그를 선보이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메신저에서만 사용되던 급식체가 미디어에서도 여과 없이 사용되고 있다. 미디어의 높은 파급력으로 급식체를 사용하지 않았던 청소년들마저도 이제는 급식체가 일상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ㅇㄱㄹㅇ ㅂㅂㅂㄱ(이거레알 반박불가, 반박하기 힘들 정도로 논리적인 주장을 지지한다는 의미)'라는 초코케이크도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급식체가 우리 생활 깊숙하게 자리하면서 다양한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tvN SNL 화면캡처

급식체, 세대차이와 한글파괴의 주범?
급식체가 세태차이와 한글파괴를 일으키는 주범이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급식체를 처음 접한 어른들에게는 급식체가 큰 충격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고3 자녀를 둔 학부모는 "아이가 처음 급식체를 사용했을 때에는 외국어 인 줄 알았다”며 “아이가 일상생활에서도 자연스럽게 급식체를 사용하는 데 가끔은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느낌이 들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급식체를 사용하는 청소년들도 나름의 사정이 있다. 군포 용호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강 모 군은 "대부분의 친구들이 급식체를 사용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급식체를 사용하게 됐다. 가끔 친구들이 쓰는 급식체를 못알아 들으면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진다는 의미)라며 놀림을 받기도 한다"며 자연스럽게 급식체를 사용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강 군에 따르면 이미 학교에서는 급식체가 자연스러운 언어가 돼 버린지 오래다. 교사들도 급식체에 대해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는다고. 강 군은 "선생님들은 대부분 급식체를 이해못하시는 것 같다. 몇몇 선생님들만이 급식체의 의미를 묻지만 욕이 아닐 경우에는 그냥 듣고 넘기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동작구 S중학교 김영희 교사 역시 급식체가 학교에서 종종 사용되고 있다고 했다. 김 교사는 "수업 중 교사와 학생 간에 급식체를 사용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학생들이 친구들과 수업시간에 토론을 하거나 일상적인 대화를 할 때에 주로 사용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사는 "급식체를 자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인지 발표를 하거나 창작을 할 때 가끔 급식체가 툭툭 튀어 나오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급식체가 국어를 해치는 것은 분명하나 그럼에도 국어 파괴의 주범까지는 아니라는 것이 김 교사의 생각이다. 김 교사는 "급식체가 한국어를 오염시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언어는 변하는 속성이 있고 나는 아이들을 통해 그 변화를 보는 것이 재밌다. 그래도, 언어라는 것은 사람 그 자체를 나타내기 때문에 듣기 좋고 쉽게 소통이 되는 언어를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급식체에 대한 의견 엇갈려
급식체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진호 교수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청소년 시절, 젊었을 때는 ‘기성세대는 우리랑 생각이 달라서 말이 잘 안 통한다’ 그런 생각이 많다. 우리끼리만 알아들을 수 있는 뭔가 은어라든지 젊은이들만의 표현을 만들어내는 성향이 예나 지금이나 많이 있다. (최근에는)이런 현상이 더 강화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국어학자들 사이에서도 이런 현상에 대해서 견해 차이가 있다. 저는 긍정적으로 볼 측면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창조자의 의도를 자유롭게 벗어나다보면 2차적인 발명도 생겨나고. 거기서 창조적인 아이디어, 발상법도 생겨난다. 급식체 등이 우리의 문화 다양성, 우리의 언와와 문자와 관련된 문화 다양성을 증대시킨다고 생각할 수가 있다"고 밝혔다.

김영희 교사 역시 "잠시 급식체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지나치게 거북하거나 세대 간의 소통을 저해할 경우에는 조심스럽게 부드럽게 친절하게 소통의 방식들을 서로 터득해 가야한다"며 "아이들은 아이들이기 때문에 재미있고 감각적인 것들에 호기심이 많다. 그렇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아이들은 지혜롭고 때가 되면 버려야 할 것은 버릴 줄 안다. 그러니, 어른이 먼저 편안하게 다가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일부 급식체 중에는 누군가를 조롱하거나 희화화 하거나 다소 음란한 의미가 담겨 있는 경우가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EBS 뉴스 <하재근의 문화읽기>에서 "(일부 급식체는) 각 단어에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 있는데도 아무 생각 없이 장난으로 쓴다는 것이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언어생활 전반에 걸쳐서 펼쳐져 있다 보니까 국어 파괴나 우리말 파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이 나오고 있다. 진짜 문제는 그런 우려를 많이 하는 기성세대야말로 국어 파괴의 주범"이라며 "기성세대부터 우리말을 제대로 쓰고 우리말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려는 노력을 해야 10대들의 언어생활도 거기에 따라서 발전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급식체가 10대들의 문화라는 데에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급식체가 세대 차이를 유발하고 국어를 다소 파괴한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학교에서는 무조건 급식체를 사용하는 학생들을 제지하거나 무시하기 보다는 그들이 올바른 국어를 습득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게 교육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임승미 기자 lsm@d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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