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공무원 준비, 사라진 대한민국의 꿈"
"너도나도 공무원 준비, 사라진 대한민국의 꿈"
  • 임승미 기자
  • 승인 2018.03.02 0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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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9세 청년층 일하고 싶은 직장 1위, 국가기관

[대학저널 임승미 기자] 공무원 준비 열기가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공무원을 꿈이라고 말하는 중·고등학생도 적지 않다. 현재 대한민국 청년들의 꿈은 공무원으로 귀결되는 분위기다. 실제로 통계청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만 13∼29세 청년층이 일하고 싶은 직장으로 첫 손에 꼽은 곳은 국가기관(25.4%)으로 나타났다.

"내 꿈은 공무원!" 공시생으로 넘쳐나는 대학가
실제로 대학가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으로 넘쳐난다. 사이버국가고시센터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 2017년 9급 국가공무원 공채 최종합격자 4994명 중 전체 23.91%가(1194명) 24-25세이다. 26-27세가 21.85%(1091명)로 뒤를 이었으며 ▲28-29세 15.64%(781명) ▲30-31세 9.49%(474명) ▲22-23세 9.07%(453명) 순으로 나타났다. 즉 대학 졸업을 앞두고, 혹은 대학 졸업 후 공무원 시험에 뛰어드는 대학생들이 상당수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대학 도서관에는 전공책 대신 공무원 시험을 위한 문제집으로 공부하는 학생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너도나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대학들 역시 앞 다퉈 공무원 준비를 독려하고 있다. 심지어 공무원 사관학교라는 슬로건을 내건 학교도 있다. 고시반과 함께 공무원반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학교들도 적지 않다. 학생들은 공무원 합격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두고 삼삼오오 모여 스터디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같은 세태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월 29일 기업인 초청 조찬 강연에서 "중국 대학은 졸업생 절반이 창업에 뛰어드는데 한국 대학생은 절반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너도나도 공무원 준비? 고등학생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에는 고등학생들도 공무원 시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인사혁신처가 발표한 자료를 지난 2017년 9급 국가공무원 공채 필기시험 연령별 합격자 현황을 살펴보면 18-20세 필기시험 합격자는 38명으로 지난 2016년 필기시험 합격자 26명보다 12명이나 증가했다. 애초부터 진로를 공무원으로 정하고 고등학생 때부터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지난 2012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국가직 지역인재 9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역인재 9급은 전국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전문대학 출신의 우수 인재를 공직에 채용하는 제도다. 고등학교와 전문대학에서 동시에 선발하고 있지만 선발인원 대다수가 고등학생이다.

인사혁신처가 발표한 지난 2017년 지역인재 9급 수습직원 합격자 학력별 통계를 살펴보면 전체 선발인원 170명 중 고등학교가 전체 87%(148명)을 차지했다. 이 때문에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의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의 경쟁률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고용 안정성·워라벨 보장으로 공무원 인기
그렇다면 대한민국 청년들이 공무원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직업 안정성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대기업은 높은 연봉을 보장하는 반면 국가기관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고용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하다. 때문에 안정적인 공무원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또한 요즘 젊은 세대들은 '워라벨(Work-life Balance)'을 중시한다. 워라벨이란 일에만 치중하지 않고, 일과 생활에서 균형을 잡는 것을 의미한다. 워라벨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과감하게 퇴사를 결정하기도 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306개 기업을 대상으로 '2016년 신입사원 채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이 27.7%로 나타났다. 즉 고용안정성과 워라벨이 보장되는 행복한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이 선택한 직업이 바로 공무원인 것이다.

공무원 준비에 열을 올리는 이유 중 또 다른 하나는 공무원 채용인원이 매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가장 많은 인원을 선발하는 9급 국가공무원 공채 채용인원을 살펴보면 지난 2010년 이후 선발예정인원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올해 선발인원은 4953명으로 지난 9년 사이에 선발인원은 약 2.9배 늘어났다. 지난 5년간 국가직 9급 공채 선발인원 현황을 살펴보면 ▲2014년 2150명  ▲2015년 3700명 ▲2016년 4120명 ▲2017년 4910명 ▲2018년 4953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공무원을 희망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면서 공무원을 준비하는 청년의 수 역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7년 9급 국가공무원 공채 필기시험에는 사이버국가고시 통계에 따르면 약 17만 명의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이 몰렸다. 지난 2016에 이어 역대 최다 응시인원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지난 2010년부터 9급 국가공무원 공채 필기시험에 접수한 인원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공무원 합격률 2% 내외, 기회비용 손실 크다
공무원을 준비하는 청년들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대한민국을 이끌어나갈 청년들이 더 이상 공무원 외에 꿈을 꾸지 않는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누구나 공무원을 꿈꿀 수 있지만 누구나 공무원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무원에 합격하는 인원은 전체 응시인원의 2% 수준(국가공무원 9급 공채 기준)에도 못 미친다.

지난 2017년 9급 국가공무원 공채 필기시험에 접수한 인원은 22만 8368명으로 이중 4994명만이 최종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전체 접수인원 중 2.19%만이 합격한 것이다. 물론 공무원이 국가직 9급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찰, 소방직, 지방직, 교육행정직 등 다양한 직렬이 있지만 이 역시도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특히 공무원 준비 기간 동안 많은 시간, 비용 등 많은 기회비용이 요구된다. 청년층(15~29세)이 공무원 시험 준비에 매달리면서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17조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시간, 인적 자원이 낭비된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인사혁신처와 함께 최근 3년 내 임용된 국가공무원 1065명을 대상으로 한 '공무원시험 준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시험 준비를 시작한 뒤 최종합격까지 소요된 기간은 평균 2년 2개월로 확인됐다. 전체 수험기간 동안 주거비·식비·교재비·학원비·용돈을 모두 합했을 때 지출한 금액은 월평균 61만 9천 원인 셈이다.

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2년 2개월 동안 평균 1609만 4000원의 비용을 지출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지 못했을 경우 취업준비 기간과 비용 등을 고려한다면 더 많은 지출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시간은 시간대로 돈은 돈대로 소비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지만 자발적으로 공무원을 그만두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 2015년 한 해 동안 의원면직(자발적 퇴직)한 공무원은 1만 7835명(국가직 1만 5535명, 지방직 2300명)이었다. 특히 하위직의 경우 낮은 임금과 처우 때문에 공직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청년 실업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공무원을 많이 선발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많은 학생들이 꿈이나 적성과 상관없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공무원 시험을 고려하고 있다면 본격적인 준비에 앞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공무원이 자신의 적성과 맞는지' 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무작정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보다는 내가 관심을 갖고 잘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꿈을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대학 취업컨설턴트는 "요즘 많은 학생들이 취업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과 정규직 전환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부담감을 동시에 갖고 있어 안정적인 공무원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공무원처럼 안정적인 직장이 많다면 자신의 전공을 살려 일반 기업과 창업을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작정 공무원 준비를 하는 것보다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창업 쪽으로 관심을 기울인다면 또 다른 길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대학생 예비 창업자들을 위해 정부에서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교육부와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대학발(發) 기술창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최근 기획재정부는 대학창업 지원을 추진하도록 새로운 업무 시스템인 '대학창업 플랫폼'을 구축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취업컨설턴트는 "최근 학교를 비롯해 정부에서도 대학생 창업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이 이뤄지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며 "학생들이 도전정신을 갖고 창업 등 눈을 돌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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