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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없어야 아이들의 미래가 있다"
[2018년 특별기획] 교육계·대학가 적폐청산 시리즈⑥
2018년 02월 03일 (토) 15:00:34

[대학저널 정성민 기자] 적폐청산이 화두다. 적폐(積弊)란 오랜 기간 동안 쌓인 관행, 부패, 비리 등을 뜻한다. 따라서 적폐는 국가 발전을 위해 반드시 청산돼야 한다. 교육계와 대학가도 마찬가지다. 교수 막말, 교사 성추행, 사학비리 등 교육과 대학 발전을 위해 청산해야 할 적폐가 허다하다. <대학저널>이 '2018년 특별기획'으로 교육계·대학가 적폐청산 시리즈를 연재한다. 여섯 번째 순서로 학교폭력 실태를 짚어본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학교폭력 피해
#1. 지난 1월 29일 충주경찰서에 따르면 학부모 A씨는 자신의 아들(18)이 동네 선후배들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A씨는 "가해자들이 아들을 불러내 집단폭행했다.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고 CCTV가 없는 곳으로 데려가 때렸다"면서 "동네 후배인 B군(16)은 2년 전에도 아들을 폭행했는데 이번에는 용서할 수가 없어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2.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형사합의1부는 지난 2월 1일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의 가해자인 C양(15), D양(15), E양(14)의 선고공판에서 부산가정법원 소년부 송치를 결정했다. 앞서 C양 등은 2017년 9월 1일 밤 10시경 부산 사상구 엄궁동 소재 공장 근처에서 다른 중학교 여자 후배를 집단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3. 서울 성동경찰서는 성동구 소재 초등학교 F군 등을 서울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했다고 지난 1월 15일 밝혔다. F군 등은 2017년 봄 교실에서 G(13)군을 때리고, 2017년 가을에는 수학여행 숙소에서 G군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G군은 2017년 11월 19일 아파트에서 투신했지만 나뭇가지에 걸려 목숨을 건졌다. 당시 G군은 "반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어 힘들다"는 내용의 편지를 품고 있었다.

학교폭력이 아이들의 꿈과 미래를 짓밟고 있다. 교육부(부총리 겸 장관 김상곤)의 '2017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만 8000명(0.8%)의 초·중·고 학생들이 학교폭력 피해를 입었다. 학교폭력 피해유형은 언어폭력(35.6%)이 가장 많았고 집단따돌림(16.4%), 스토킹(11.1%), 신체폭행(11.0%) 순이었다.

물론 학교폭력은 정부와 학교의 노력으로 점차 감소되고 있다. 또한 과거에 비해 신체폭행 발생 비율은 적다. 그러나 학교폭력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특히 학교폭력 연령대가 초등학생까지 낮아지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초등학생 학교폭력 실태와 대응방안' 연구보고서를 보면 모든 학교급에서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이 낮아지고 있지만 초등학교는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비해 피해 응답률이 높았다. '2017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기준 학교급별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초등학교 1.4%(1만 7500명) ▲중학교 0.5%(7100명) ▲고등학교 0.4%(3500)였다. 2016년 동일 기간 대비 초등학교만 학교폭력이 0.1%p 증가했다. 중·고등학교는 동일했다.

학교폭력이 자살로 이어지고 있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2011년 대구 중학생이 집단따돌림으로 자살, 충격을 줬다. 최근에는 전북 전주에서 여중생이 아파트 15층에서 투신, 자살했다. 자살 여중생 역시 폭언과 폭행 등 지속적으로 학교폭력에 시달렸다. 

(재)푸른나무 청예단(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사장 문용린, 이하 청예단)은 "온몸이 피투성이가 돼 또래 앞에서 무릎을 꿇고 흐느끼는 청소년, 폭행으로 멍이 들고 퉁퉁 부어 알아볼 수 없는 얼굴로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청소년, 폭력의 고통으로 혼자 외롭게 꽃다운 목숨을 던지는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했을 청소년 등 사경으로 내몰린 이들의 공포와 고통이 얼마나 컸을까"라면서 "학교폭력은 더욱 잔인해지고 있으며, 고통을 호소하는 청소년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출처: 청예단

예방교육 강화, 제도·법 개정 시급
학교폭력은 성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과 함께 4대 사회악으로 꼽힌다. 따라서 학교폭력 예방과 근절은 아이들의 미래와 국가 발전을 위해 선택이 아닌 필수다. 미국과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학교폭력 예방과 근절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90년대 이후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인식, 1995년 처음으로 범정부 차원에서 '학교폭력근절종합대책'이 발표됐다. 2004년에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예방법)'이 제정, 5년마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이 수립·시행되고 있다. 제1차 기본계획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제2차 기본계획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시행됐다. 제3차 기본계획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시행된다. 문재인 정부도 2017년 12월 22일 ▲위기 가정 역량 강화 ▲학교폭력 근절 예방 노력 강화 ▲학교 밖 청소년 지원 강화 ▲소년사법체계 기능 개편 ▲범정부 협업, 정부 공유 체계 개선 등을 담은 '정부 합동 학교 안팎 청소년 폭력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 아이들은 여전히 학교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학교폭력 연령대는 낮아지고 있으며, 학교폭력의 잔인성과 흉포성(凶暴性·흉악하고 포악한 성질)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학교폭력이 사이버 공간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에 보다 근본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예방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한유경 이화여대 교수는 "선진국은 이미 강력한 조치나 처벌 기준 강화보다 학교폭력 예방교육 중요성을 더욱 확신하고 있다"며 "잠재해 있는 학교폭력에 지혜롭게 대처해 나가는 것은 처벌이 아니라 교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배우고, 경험하는 교육의 힘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폭력 상황에 당면했을 때 당황하지 않고 건강한 방어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게 변화시키는 것, 가해학생이 피해자의 아픔을 공감하고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뉘우치게 하는 것도 교육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주고 인성교육을 꾸준히 실시한다면, 우리나라 학교 문화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학교폭력 예방교육 모습(대학저널 자료 사진)

학교폭력 예방과 근절을 위한 제도 정비도 시급하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가 대표적이다. 학폭위는 '학교폭력예방법'에 의거, ▲학부모 대표 ▲판사·검사·변호사 ▲해당 학교 관할 경찰서 소속 경찰 공무원 ▲의사 자격증 보유자 ▲학교폭력 예방·청소년 보호 전문가 등 5인 이상 10인 이하로 구성된다. 단 학부모 대표가 과반수를 차지해야 한다.  

학교폭력이 신고되면 통상 14일 이내에 학폭위가 개최된다. 학폭위는 사안 보고, 피해측·가해측 사실 확인, 의견 진술과 질의응답 과정을 마친 뒤 피해 학생의 보호 조치와 가해 학생의 선도·교육 조치를 결정한다. 결과는 서면으로 통보되고, 피해측과 가해측은 결과에 불복할 경우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문제는 학폭위에 대한 불신이 크다. 특히 학부모 대표가 과반수를 차지하면서 전문성이 꾸준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또한 학교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사실이 기재, 학부모들의 갈등이 빈번하다. 국가인권위원회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폭위 재심 청구가 2013학년도 701건에서 2016학년도 1149건으로 증가했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수는 "학부모들은 온정적 관점에서 학교폭력 사안을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며 "같은 지역 내 거주하는 가·피해 학부모들과의 갈등을 피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고,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 같은 학교의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성이 높은 조치를 내리는 데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폭위 남발도 문제다. 현장 교사들은 사소한 말싸움이나 신체 접촉 등을 이유로도 학폭위를 소집한다며 애로점을 호소하고 있다. 한 고교 교사는 "학교폭력 증가로 학폭위 운영에 대한 교사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학폭위를 외부전문기관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것이 교육계의 주장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2017년 10월 11일부터 17일까지 전국 유·초·중·고 교사 등 119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9.4%가 '학폭위의 외부전문기관 이관이 적절하다'고 답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학부모가 처음부터 변호사에게 의뢰, 법적 대응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학폭위가 전문적으로 대처하는 데에 한계가 드러나는 등 사실상 학폭위가 제 역할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법 개정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 이후 현재 '소년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미성년자이지만 학교폭력의 잔인성과 흉포성을 고려한다면, 강력한 처벌이 불가피하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소년법'등 관련 법률 개정 과정에서 형사 미성년자 연령 하향 등 주요 쟁점을 소년 교화와 사회 복귀 지원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선진국형 학교경찰제도 도입···국민적 관심 중요
학교폭력 예방과 근절을 위해 선진국형 학교경찰제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학교별로 퇴직, 현직 경찰관들이 상주하고 있다. 반면 최종술 동의대 교수에 따르면 미국 로스앤젤레스는 학교경찰국을 독립부서로 보유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학교경찰국은 학교 경찰서비스를 담당하며, 시경찰(Metropolitan Police Department)보다 기동력이 우수하다. 또한 로스앤젤레스 학교경찰국 소속 경찰관들은 시경찰과 달리 소년법 교육훈련을 이수해야 한다. 로스앤젤레스 학교경찰국은 학교폭력 등 학생들의 위법행위를 예방하고, 학생들을 보호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최종술 교수는 "특별시·광역시·도교육청에 학교경찰 기구를 설치, 국가경찰기구와는 별도로 학교경찰을 운영한다"면서 "각 시·도교육청에서 학교경찰 사무를 수행하되 일반 교육행정 업무와 다른, 학교 경찰업무의 특수성과 전문성이 고려돼야 하고 학교경찰관 채용 등 별도 인사관리가 선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최 교수는 "각 지방경찰청과 경찰서에 학교경찰 업무 수행 부서나 기구를 별도 설치하는 방안과 현행 지방자치단체장 소속 기구로서 자치경찰기구를 설치, 학교경찰 역할과 기능을 지방정부 임무로 부여하는 방안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학교폭력 예방과 근절을 위해 결국 국민적 관심과 지지가 가장 중요하다. 청예단은 "학교폭력 근저에는 시기·질투·미움·억울함·분노·스트레스가 깔려있다. 이런 부정적 감정이 감사·용서·화해·양보·희생·존경의 긍정적 감정으로 전환될 때 학교폭력은 줄어들고, 화해가 일어나며, 용서와 양보가 가능하다"며 "푸른나무 청예단은 학생들이 서로 화해하고, 용서하며, 양보하는 용기와 습관을 갖도록 비폭력 문화를 확산하는 블루셔츠 운동(사회 전체 관심 속에서 청소년이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비폭력 문화운동)과 Apple Day(사과의 날) 등을 더욱 널리 펼치고자 한다.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 지지와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청예단은 ▲학교폭력 피해 청소년이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 구축과 발생부터 치유까지 One-stop 통합 지원 강화 ▲학교폭력으로 인한 자살시도 학생과 자살 유가족을 위한 특별 지원 ▲학교폭력 전담 특화 기관 신설을 통한 학교폭력 예방·근절 집중 지원 ▲개인적 특성·폭력 유형별 맞춤형 개입·지원과 사후관리 강화 ▲폭력에 노출된 학교 밖 청소년 관리 체계 재검토와 실효성 있는 대안 모색 ▲현장 의견을 반영한 법률 개정과 예산·전문인력 투입 ▲청소년 선도·보호를 위한 소년법 세부 규정 강화와 경찰·검찰·법원의 협업체제 보완 및 강화 ▲학교폭력의 저(低)연령화, 방관 문화, 디지털시대 변화 추세에 따른 맞춤형 교육과 학교·교사의 현장 대응력 강화 ▲부모의 학교폭력 교육 강화와 이수 의무화 등을 대국민 캠페인으로 제안했다.


정성민 기자 jsm@d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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