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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침해 근절해야 교육이 산다"
[2018년 특별기획] 교육계·대학가 적폐청산 시리즈⑤
2018년 01월 29일 (월) 12:23:49

[대학저널 정성민 기자] 적폐청산이 화두다. 적폐(積弊)란 오랜 기간 동안 쌓인 관행, 부패, 비리 등을 뜻한다. 따라서 적폐는 국가 발전을 위해 반드시 청산돼야 한다. 교육계와 대학가도 마찬가지다. 교수 막말, 교사 성추행, 사학비리 등 교육과 대학 발전을 위해 청산해야 할 적폐가 허다하다. <대학저널>이 '2018년 특별기획'으로 교육계·대학가 적폐청산 시리즈를 연재한다. 다섯 번째 순서로 교권침해 실태를 짚어본다.

폭행과 폭언에 성폭행 교권침해 심각
교권침해에 교사 사기 '추락'

#1. 경기 이천경찰서는 2015년 12월 기간제 교사를 폭행하고 기간제 교사에게 욕설한 혐의(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경기 소재 A고등학교 학생 5명을 입건했다. 당시 SNS를 통해 A고등학교 학생들이 남교사를 폭행하고 욕설하는 동영상이 공개됐다.

#2. 2016년 6월 3일 전남 신안 섬마을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학부모 3명이 여교사를 성폭행했다. 학부모 3명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징역형(17년~25년)을 선고받았다.

#3. 2016년 8월 29일 오후 9시 40분경 강원도 철원 소재 B고교 교무실(2층)로 학부모 C씨가 찾아왔다. C씨는 자신의 자녀가 학교폭력으로 징계(사회봉사)를 받은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소란을 피웠다. 이어 C씨는 교감실(1층)로 장소를 옮겨 교사들과 대화를 나눴으며 학교폭력자치위원회 명단과 연락처를 요구했다. C씨는 "명단과 연락처를 내놓지 않으면 죽이겠다"며 D교감을 흉기로 위협했다.

매년 교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하윤수·이하 교총)에 따르면 2016년 교총에 총 572건의 교권침해 상담사례 건수가 접수됐다. 2006년(179건)에 비해 300% 증가한 수치다. 상담사례 건수는 2000년대 중반까지 100건대를 기록한 뒤 2007년 204건이 접수, 처음으로 200건대를 넘겼다. 이후 2012년 335건으로 300건대를 넘기 시작했다. 2014년에는 439건으로 400건대를 돌파했다.

또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홍철호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학생이나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행위는 2012년 7971건, 2013년 5562건, 2014년 4009건, 2015년 3460건, 2016년 2574건 등 총 2만 3576건에 달했다. 교권침해 유형으로는 학생에 의한 폭언·욕설이 전체의 62.7%(1만 4775건)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수업 방해(20.7%·4880건) ▲기타(10.8%·2535건)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2.0%·464건) ▲학생에 의한 폭행(1.9%·461건) ▲교사 성희롱(1.9%·459건) 순이었다.

특히 2016년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성추행과 성희롱 등 여교사의 교권침해가 심각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여성위원회와 전문산하기구 참교육연구소가 2016년 6월 10일부터 12일까지 전국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여교사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총 1758명 응답)를 실시한 결과 여교사의 70.7%가 교직 생활 동안 성희롱·성폭력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가해자는 교장과 교감 등 학교 관리자가 72.9%로 가장 많았다. 동료교사도 62.4%로 비율이 높았다. 학부모와 지역주민의 가해 사례도 있었다.

문제는 교권침해가 교사들의 사기 추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산교총(회장 박종필)이 2016년 5월 발표한 '제36회 스승의 날 기념 설문조사(부산 시내 초·중학교 교사 823명 대상)' 결과에 따르면 '교사들의 교직에 대한 사기는 최근 1~2년간 어떻게 변했다고 생각하는가?'는 질문에 '떨어졌다'가 78.7%로 응답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교사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이유로는 교권침해(58.9%)가 1위로 꼽혔다.

박종필 부산교총 회장은 "교사들은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위한 인재 양성에 헌신한다는 사명감만으 교직을 지키고 있다"면서 "그러나 교권침해 등으로 인해 교직 만족도와 학생지도 열기가 점차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년 교권침해가 발생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교권침해를 근절하지 않으면 학교교육 정상화도 요원하다. 사진은 학교 수업장면(대학저널 자료 사진)

교사 권위 추락, 학생인권 강조에 교권 '뒷전"
최근 일련의 교권침해 사례가 발생하기 이전 교육부는 2012년 8월 '교권보호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교권침해 가해 학생 대상 교육 강화 ▲학생 이외 사람(학부모 등)이 교권침해 시 가중 처벌(기존 형법상 범죄보다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 ▲피해 교원 대상 상담·치료 지원 ▲현장 교원 대상 법률 상담 강화 ▲교권침해 축소 보고 또는 은폐 시 학교장 징계 ▲'학교교육분쟁조정위원회'→'학교교권보호위원회' 개편 ▲교육청 '시도교권보호위원회' 설치 등이다.

교육부의 '교권보호 종합 대책' 발표 이후 교권침해는 홍철호 의원 자료를 기준으로 수치가 감소(2012년 7971건→2013년 5562건→2014년 4009건→2015년 3460건→2016년 2574건)하고 있다. 그러나 수치만 줄었을 뿐 교권침해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성폭행, 폭언·폭행 등 교권침해 강도는 심각하다.

그렇다면 교권침해의 이유가 무엇일까? 무엇보다 교사의 권위 추락을 꼽을 수 있다. 다시 말해 과거 세대 학부모들은 가정 형편 등으로 교육수준이 높지 못했다. 따라서 '고학력의 교사와 저학력의 학부모' 관계가 형성되며, 교사의 권위가 인정받았다. 

하지만 대학 진학률이 급격히 상승하며 대학을 졸업한, 소위 고학력 학부모 세대가 대거 등장했다. 또한 학부모들의 경제 수준이 대폭 향상됐다. 이에 학부모들은 학벌, 직업, 경제력 등 다양한 측면에서 학교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자연스레 학생들도 교사의 말보다 학부모들의 입김을 따르고 있다. 한 고교 교사는 "군사부일체는 이제 옛말이다. 교사는 더 이상 존경과 신뢰의 대상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또한 교육계에서는 학생인권조례를 교권침해 원인으로 꼽고 있다. 2010년 경기도교육청을 시작으로 현재 전국 시도교육청들은 학교교육과정에서 학생인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학생인권조례를  제정·공포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인권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인권만 강조하다 보면 역으로 교권이 약화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교권침해 유형으로 학생에 의한 폭언·욕설이 전체의 62.7%(1만 4775건)를 차지한 데에서 잘 알 수 있다. 

교총은 "지금 교육현장은 하루가 멀다 하고 교권침해가 끊이질 않고 있으며 사례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교육현장에서는 학생인권 강조로 인해 과거에 비해 학생생활지도가 더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교권침해가 더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총은 "교총이 전국 교원과 교육전문직 등 11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98.6%가 '과거에 비해 학생생활지도가 더 어려워졌다'고 응답했다"면서 "그 이유로 제일 많이 꼽은 것이 '학생인권만 강조함에 따른 교권의 상대적 약화(31.3%)'"라고 밝혔다. 

주요 선진국, 교권침해 엄정 대처
교육계, '교원지위법' 개정 촉구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교사 폭행사범을 일반 폭행사범보다 가중 처벌하는 등 교권을 법으로 철저히 보호하고 있다. 실제 미국에서는 2014년 초등학교 여교사를 폭행한 학부모에게 징역 20년형이 선고됐다. 당시 학부모는 교사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자 여교사를 밀어 넘어뜨리고 여교사에게 발길질을 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교권침해 예방과 근절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홍철호 의원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교권을 철저히 보호·확립해야 하고, 기본적으로 교권침해 학생·학부모 등에 대한 조치를 대폭 강화하는 동시에 사후 대책보다 예방 방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며 "큰 틀에서는 국·공·사립학교를 모두 포함, 교육부와 교육감 차원에서 실제적인 조치가 반드시 이행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장치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다행히 교육부의 '교권보호 종합 대책' 발표 이후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하 교원지위법)이 2016년 8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교원지위법'에는 학생 등에 의해 폭행·모욕 등 교권침해 발생 시 피해 교원에 대한 보호 조치가 즉시 이뤄지고, 사건 내용과 조치 결과는 교육부 장관이나 교육감에게 보고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교원지위법'이 폭행·협박·명예훼손·모욕 등 교권침해를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미흡하다는 게 교육계의 시각이다. 이에 교총은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 정부와 국회를 대상으로 '교원지위법' 개정 활동을 벌이고 있다.

교총이 제안하는 '교원지위법' 개정의 주요 내용은 ▲교권침해 피해교원 요청 시 지도·감독기관이 교육활동 침해 행위가 위법하다고 판단되면 수사기관에 고발할 수 있도록 법률상 근거 마련 ▲교권침해로 인한 교원의 법적 대응에 있어서도 법률에 지원 절차 규정 ▲학생 보호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특별교육·심리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 과태료 부과 ▲교원과 여타 학생 보호를 위해 교권침해 가해학생 학급교체·강제전학 처분 법적 근거 마련 등이다. 현재 국회에 2건의 '교원지위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하윤수 교총 회장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학부모들이 교사를 신뢰하고 존중하는 문화도 조성돼야 한다. 학부모가 교사를 신뢰하고 존중할 때, 학생들도 당연히 교사를 신뢰하고 존중한다. 조만기 판곡고 교사는 "학부모 시각으로 학교를 바라보면 조금은 마음에 들지 않고, 부족한 부분도 있을 것"이라면서 "이때 적극적으로 학교에 의견을 개진, 발전된 모습으로 바꿔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 교사는 "하지만 학생들 앞에서 불평과 불만을 표한다면, 학생이 교사들에게 갖는 신뢰관계를 허물어뜨리는 것이라고 본다"며 "학생들 앞에서는 자녀의 교사들이 학생에게 맞는 최고의 멘토이자, 입시전문가이면서, 수업 전문가라는 인식을 갖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성민 기자 jsm@d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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