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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없는 교육계·대학가 만들자"
[2018년 특별기획] 교육계·대학가 적폐청산 시리즈④
2018년 01월 22일 (월) 16:13:13

[대학저널 정성민 기자] 적폐청산이 화두다. 적폐(積弊)란 오랜 기간 동안 쌓인 관행, 부패, 비리 등을 뜻한다. 따라서 적폐는 국가 발전을 위해 반드시 청산돼야 한다. 교육계와 대학가도 마찬가지다. 교수 막말, 교사 성추행, 사학비리 등 교육과 대학 발전을 위해 청산해야 할 적폐가 허다하다. <대학저널>이 '2018년 특별기획'으로 교육계·대학가 적폐청산 시리즈를 연재한다. 네 번째 순서로 교육계와 대학가의 갑질 실태를 짚어본다. 

갑질 만연···폭언에 폭행도 불사
2017년 8월 김희수 건양대 총장이 사퇴를 선언했다. 김 총장은 1990년 건양대를 설립한 뒤 2001년부터 건양대 총장을 맡았다. 그러나 17년 만에 돌연 총장직에서 물러났다. 김 총장의 아들인 김용하 건양대 부총장도 사퇴했다. 

이유는 김 총장과 김 부총장의 갑질 의혹이 외부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건양대병원 노조가 건양대병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732명 가운데 30여 명이 김 총장과 김 부총장에게 수첩으로 맞거나 귀를 꼬집히는 등 폭행과 폭언을 당했다고 답했다. 건양대 교직원들 사이에서도 김 총장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갑질은 계약 또는 권리관계에서 갑을(甲乙)의 '갑'과 접미사인 '질'의 합성어다. 계약 또는 권리관계에서 우위에 위치한 갑이 약자인 을에게 부당행위를 일삼을 때 갑질이라는 용어가 사용된다.

갑질 논란은 주로 기업체에서 발생하고 있다. 윤홍근 BBQ 회장은 가맹점을 대상으로 갑질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남양유업은 일명 밀어내기(구입 강제 행위)를 통한 '대리점 갑질'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그런데 교육계와 대학가에서도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건양대 사례뿐 아니라 한국교통대 A교수는 2017년 11월말 실시된 최종 입시 면접장에서 수험생들에게 인권침해성·지역비하성 발언 등을 일삼아 갑질 면접 논란에 휩싸였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전지부는 지난 2일 대전 소재 모 고교 교장의 갑질 의혹에 대해 대전시교육청의 특별감사를 요구했다. 2016년 6월에는 인천 공립초등학교 모 교감이 여교사를 양궁 과녁 앞에 세워두고 여교사에게 활을 쐈다.  

2015년 인분교수 사건은 더욱 충격적이다. 당시 경찰 수사에 따르면 강남대 B교수는 대학원생 제자 C씨를 자신이 대표를 맡고 있었던 디자인 관련 학회 사무국에 취업시킨 뒤 C씨가 일을 잘 못한다는 이유 등으로 2013년 3월부터 약 2년간 폭행하고 인분을 수차례 먹였다. 심지어 B교수는 아프리카TV(인터넷 방송 매체)를 통해 폭행 장면 등을 생중계했다. 2017년 2월 서울대에서는 일명 '스캔 노예 ' 파문이 불거졌다. 피해 대학원생들은 담당 교수의 무리한 지시 때문에 4명의 대학원생이 1년 동안 8만 페이지 이상 문서를 4000여 개 PDF 파일로 스캔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상하 관계에서 갑질 논란 발생
일부 상급자의 그릇된 인식이 문제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김양섭)는 2017년 11월 22일 김 모 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앞서 김 씨는 2017년 6월 13일 연세대 제1공학관 4층 김 모 교수 연구실 앞에 텀블러로 만든 사제폭탄을 설치, 김 교수에게 2도 화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논문 작성 과정에서 김 교수가 심한 질책과 모욕성 발언을 하자 범행 계획을 세웠다.

교육계와 대학가의 갑질 논란을 종합하면 결론은 하나다. 신분 또는 직급의 상하관계에서 갑질 논란이 발생한다. 총장 대 직원, 교수 대 학생(대학원생), 관리자(교장 또는 교감)와 평교사, 선배와 후배등이다. 쉽게 말해 신분상·직급상 상급자가 하급자를 대상으로 갑질을 일삼는다. 

이는 상급자가 승진, 인사 평가 등에서 하급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교수와 대학원생 관계에서 교수는 논문 심사, 교수 임용에 이르기까지 영향력이 막대하다. 또한 대한민국 사회는 전통적으로 공동체 문화를 중시, 상급자에 대한 예의와 순종을 강조한다. 따라서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지시하고, 하급자는 상급자의 지시를 따르는 것이 일종의 미덕이다.    

하지만 모든 상급자가 권력과 지위를 이용, 하급자에게 갑질을 일삼지 않는다. 결국 일부 상급자들의 그릇된 인식이 문제다. 즉 '상급자이기 때문에 갑질이 당연하다, 갑질을 해도 된다'는 생각이다. 연세대 텀블러 사건 역시 교수의 심한 질책과 모욕성 발언이 원인을 제공했다. 만일 교수의 질책과 발언이 학생 입장에서 정도를 지나치지 않았다면, 연세대 텀블러 사건은 없었을 것이다.

또한 서울대 인권센터와 대학원 총학생회가 2016년 11월 11일부터 20일간 서울대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학원생들은 ▲폭언 및 욕설(33.8%), ▲집단 따돌림과 배제(14.6%) ▲기합 및 구타(3.9%) 등 인권침해를 경험했다. 심지어 14.7%는 '교수의 개인적 업무 수행을 지시받았다'고 답했다. 일부 그릇된 상급자들의 갑질 행태가 개선되지 않으면 제2, 제3의 연세대 텀블러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 

"갑질=범죄행위" 인식···제도 마련 시급
사실 갑질 자체는 범죄행위가 아니다. 범죄행위란 말 그대로 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그러나 갑질이 지나쳐 폭언과 폭행이 되고, 누군가에게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입힌다면 명백한 범죄행위다. 따라서 무엇보다 교육계와 대학가의 갑질 근절을 위해 '갑질이 범죄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이 필요하다. 

만일 갑질이 범죄행위로 이어진다면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교문위) 소속 유은혜 의원은 부산대병원 교수의 전공의 폭행 파문 당시 "교수라는 우월한 지위를 이용, 전공의를 상습적으로 구타한 것 자체가 문제지만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병원의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더 문제다. 교육부는 즉각적인 특별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관련자 전원을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갑질 예방과 근절을 위한 제도적 장치도 속히 마련돼야 한다. 인권센터 설치가 대표적이다. 교문위 소속 노웅래 의원이 전국 237개 대학을 대상으로 인권센터 설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설문에 응답한 97개교 가운데 19개교(19.6%)만이 인권센터를 설치했다. 대다수 대학에서는 갑질 피해를 입어도 신고하거나, 도움을 요청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이에 노 의원은 2017년 7월 27일 대학이 의무적으로 인권센터를 설치하도록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노 의원은 "조교에 대한 노동력 착취 등 각종 인권문제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으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담기구가 부재,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대학 내 인권센터 설치를 의무화해 피해자가 인권문제에 대해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2차 피해를 막는 등 교직원·학생 등 학교 구성원의 인권을 보호하고 권익을 향상시키는 데 이바지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갑질 근절 방안의 일환으로 대학인권센터 설치 의무화 법안이 발의됐다. 동의과학대는 2017년 8월부터 DIT대학인권센터를 대학본관에 설치, 운영하고 있다.  

갑질 문제를 인격 측면에서 풀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전대열 전북대 초빙교수는 '갑질은 범죄행위다'라는 글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권을 가진다고 헌법으로 못 박아 놨기 때문에 계급이 높다고 해서 갑 노릇을 해서도 안 되고, 돈이 많다고 해서 갑이 아니다"며 "당연한 이치가 어째서 아닌 것처럼 둔갑한 것일까? 인격의 타락에 그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인격은 그 사람의 고유한 품격을 말한다. 많이 배우고 좋은 집에서 태어난 사람만이 품격이 훌륭한 것은 아니다"면서 "본인이 자제할 줄 알고 상대를 존중하는 자세를 갖기만 하면 된다. 그동안 갑질에 빠져있던 모든 '갑'들이 반성하고 인격 도야에 나서기를 바란다"고 제안했다.


정성민 기자 jsm@d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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