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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 부총리의 소통과 자율 약속은 립서비스인가?
[대학저널의 눈] 정성민 편집팀장
2018년 01월 19일 (금) 11:04:55
   
 

"온 국민의 이해가 걸려 있는 중대 사안은 국민적 공감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 국민과 교육주체의 뜻을 제대로 담아내는 절차와 과정을 마련하겠다. 대학의 공공성과 자율성을 신장하고, 지역의 국립대학과 건실하고 유능한 사립대학이 세계 최고의 인재를 길러낼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겠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7월 취임식에서 강조한 말이다. '국민과 교육주체의 뜻을 제대로 담아내는 절차와 과정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소통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일방적으로 교육정책을 밀어붙이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대학에 대해서는 공공성 신장과 함께 자율성 신장과 지원을 약속했다. 또한 김 부총리는 취임 이후 교육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소통의 중요성을 언급했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와 가진 간담회에서 자율과 지원 확대를 시사했다. 

그러나 교육부의 행보를 보면 소통과 자율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오히려 불통과 규제가 어울린다. 먼저 소통 측면에서 보자. 교육부는 갈짓자 행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은 당초 예상과 달리 2022학년도에서 2023학년도로 연기됐다.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 영어교육 금지 계획도 1년 보류됐다. 기간제 교사와 강사의 정규직화는 무산됐다.  

이유는 반발 여론이 거셌기 때문이다. 만일 국민과 교육주체의 뜻을 제대로 담아냈다면, 즉 소통의 과정을 충분히 거치고 교육정책을 발표했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실제 교육부는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 영어교육 금지 계획 보류를 발표하며 뒤늦게 "국민의 우려와 의견을 무겁게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자율 측면에서 보자. 대학들은 문재인 정부에 기대를 걸었다. 역대 정부의 규제 중심 정책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김 부총리도 취임 초기 자율을 강조하며, 대학가의 기대에 부응했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이란 이름으로 바뀌었을 뿐 이전 정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는 예정대로 시행된다. 대학들은 대학구조개혁평가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새로운 평가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대입 전형료 인하와 입학금 폐지에 따라 대학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장기간의 등록금 동결과 인하로 일부 대형 대학을 제외하고 대다수 대학들의 재정난이 심각하다. 따라서 대입 전형료 인하와 입학금 폐지까지 겹치면 재정난이 가중된다.

이를 우려, 대학들이 대입 전형료 인하와 입학금 폐지에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결국 밀어붙이기에 성공했다. 대신 지원 확대를 시사했다. 그러나 현재형이 아닌 미래형이다. 대학들은 당장의 재정난을 우려한다. 교육부가 여론이나 공약 수행만 의식했지, 대학들의 사정을 면밀히 살폈는지 의문이다.   

또한 교육부 지정 8개 고등교육 평가·인증 인정기관(한국대학평가원·한국간호교육평가원·한국건축학교육인증원·한국경영교육인증원·한국공학교육인증원·한국의학교육평가원·한국치의학교육평가원·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 이하 인정기관)들이 이례적으로 교육부의 규제와 간섭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며 자율성 보장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교육부는 인정기관들에 대한 ▲지도·점검 ▲시정명령 ▲지정 철회·취소 근거를 상위법령에 마련하기 위해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인정기관들은 "지금도 교육부가 고시(告示·글로 써서 게시해 널리 알림)를 통해 인정기관에 대한 ▲지도·점검 ▲시정명령 ▲지정철회·취소 조항을 구비하고 지도·감독하고 있음에도 불구, 상위법령에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은 정부의 규제 강화"라고 성토했다. 

이렇게 볼 때 김 부총리의 소통과 자율 약속은 립서비스가 아닌지 의문이 든다. 한 대학총장은 "정권이 바뀌고 장관이 바뀌어도 교육부는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역대 정부의 불통과 규제가 여전하다는 일침이다. 심지어 한 시민단체는 "교육부가 대입제도, 방과후학교, 유치원 영어금지 등의 교육정책을 학생과 학부모 의견 수렴 과정 없이 독재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김 부총리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제 출범 8개월을 맞았다.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런데 교육부에 대한 신뢰보다 불신이 크다. 물론 교육개혁을 위해 과감한 결단과 추진력이 요구된다. 소통이라는 명목으로 모든 의견을 수렴할 수 없다. 때로는 자율보다 규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교육부는 달라져야 한다. 교육계와 대학가가 체감할 수 있도록 김 부총리가 강조한 소통과 자율 약속을 지켜야 한다. 정권과 장관이 바뀌어도 '과거와 다르지 않다'는 말을 들으면 교육부 입장에서 부끄러운 일이다. 부디 김 부총리의 소통과 자율 약속이 립서비스가 아님을 보여주길 바란다. 


정성민 기자 jsm@d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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