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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종 예당고 교장] "교육은 행복한 생활이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유의미한 경험 기회를 다양하게 제공하는 것"
[대학저널 특별 인터뷰] 고교 교장에게 듣는다
2017년 12월 27일 (수) 11:56:24
   

▲박선종 예당고등학교 교장

[대학저널 정성민 기자] <대학저널>이 ‘고교 교장에게 듣는다’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이를 통해 고교 교육의 현장을 소개하고 우리나라 교육과 대입의 발전방향을 모색합니다. ※이 기사는 월간 <대학저널> 1·2월호에도 게재됐습니다.

먼저 교장선생님과 학교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예당고 교장 박선종입니다. 분당 중앙고 교장을 지낸 뒤 2014년 9월에 부임했습니다. 예당고는 공립 인문계 고등학교로서 경기도 동탄 신도시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예당고는 글로벌 시대에 지역사회를 뛰어넘어 선진 경기교육을 구현하는 데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 학생들의 요구와 지역사회 기대에도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육활동 결과 2013년 ‘제11회 전국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로 선정됐습니다. 또한 2014년 ‘일반고등학교 교육역량강화’ 지원 학교로 선정, 공립 인문계 고등학교의 모델 역할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교장선생님의 교육철학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교육은 행복한 생활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유의미한 경험 기회를 다양하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교 교육 관점에서 볼 때 학생들은 아직 성장기에 있습니다. 성장기에는 어떤 환경에 노출되느냐가 인생의 후반부를 결정합니다. 게임에 노출되면 게임에 중독되고, 독서에 노출되면 독서에 중독됩니다. 사람들은 중독된 것을 하면서 행복감을 느끼지만 행복이 지속 가능하겠습니까? 게임에 중독되면 그 순간은 행복합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행복할 수 없습니다. 

지금 교육계에 ‘학생들이 좋아하는 것을 하게 하자’는 풍토가 많습니다. ‘학생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두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 행복한 것에만 몰두하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지금 좋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행복이 미래에도 지속될 수 있도록 유의미한 경험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고려할 때 유의미한 경험을 다양하게 제공한다는 것이 어렵지 않겠습니까?
“모든 교육의 초점이 대입에 맞춰져 있습니다. 사실 인문계 고등학교는 대입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러나 대입을 목표로 삼으면 안 됩니다. 인문계 고등학교도 학생들이 유의미한 경험을 통해 인성 측면이나 지적인 체계에서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도록 교육의 초점을 맞추면, 대입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봅니다.”

무슨 의미인지 구체적으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하고, 유의미한 경험을 하면, 동기 유발이 됩니다. 동기 유발이 되면 스스로 노력합니다. 그리고 동기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면 결과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저는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공부를 열심히 해라’, ‘꿈을 가져라’라고 말하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꿈은 스스로 생겨나는 것이지, 누가 주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꿈을 가질 수 있는 경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례로 8등급, 9등급을 받던 학생이 있었습니다. 공부에 관심이 없었고 소위 문제아로 낙인 찍혔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한 선생님이 일본 시설을 견학하고 와서 일본 문화를 소개했습니다. 선생님의 얘기를 듣고 일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일본 문화를 조사하면서 일본에 빠졌고, 일본어 공부를 열심히 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일본 대학에 진학했고 지금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흥미 또는 관심 분야를 찾아 노력해서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이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많아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 유의미한 경험 기회를 다양하게 제공해야 합니다.”

예당고는 학생들에게 유의미한 경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이제 교육은 유관기관, 지역사회, 가정과 연계돼 이뤄져야 합니다. 예당고는 동탄 중앙 이음터와 연계, 예당 이노베이션 캠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캠프는 ▲1단계: 융합인재교육( 3D모델링, 3D프린팅, 피지컬컴퓨팅, 사물인터넷 등) ▲2단계: 발명시제품 제작(학습내용 및 멘토링 시스템을 통한 프로토타입 제작) ▲3단계: 발명시제품 결과 공유(자기주도형 홍보 또는 크라우드 펀딩)로 진행되며 전문가들이 초빙됩니다. 학생들은 캠프를 통해 융합형 콘텐츠 창작 역량, 창의력, 문제해결력, 응응력을 강화시키고 성취감과 소통능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습니다. 

고교-대학 연계프로그램도 활발하게 시행하고 있습니다. 경희대와는 인문학아카데미를, 한양대와는 자연과학아카데미를, 경기대와는 글로벌시티즌십과정을 각각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희대 인문학아카데미는 총 8회로 구성되며 철학, 문학, 표현, 시민 관련 강의와 소논문 작성이 진행됩니다. 한양대 자연과학아카데미 역시 총 8회로 구성되고 생명, 화학, 나노, 해양, 전자, 물리 관련 강의와 교내활동(체험학습·소논문 작성)이 진행됩니다. 경기대 글로벌시티즌십과정은 총 6회에 걸쳐 강의가 진행됩니다. 특히 고교-대학 연계프로그램에서 대학 교수님들이 강의를 담당하는데, 강의 분야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심층 간담회도 진행합니다. 

예당 이노베이션 캠프와 고교-대학 연계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은 교실 수업만이 아니라 실험도 하고, 강의도 들으면서 새로운 경험을 합니다. 새로운 경험을 하니 재미가 생기고, 동기 부여가 되고, 공부를 시작합니다. 즉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고, 변화가 일어나고, 그 변화가 학생부에 기록되면 대학과 연계될 수 있습니다. 대학은 반드시 가야 할 곳이 아니라 열심히 하다 보면 갈 수 있는 곳이라고 봅니다.” 

   

▲경희대 연계 인문학아카데미

고교 교장으로서 우리나라 교육의 나아갈 방향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생활할 시기는 20년, 30년 후입니다. ‘20년, 30년 후가 이런 모습일 테니 이 쪽을 바라보는 게 좋다’라는 지향점이 있어야 합니다. 교육을 통해 20년, 30년 후 학생들이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역량을 함양시켜줘야 합니다.”

대학교육 변화를 위해서도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대학교육에 대해 말하기 전에 먼저 고교 졸업장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고교 졸업장이 100m를 15초에 달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겠습니까? 아니면 도로교통법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겠습니까? 한 마디로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대학 졸업장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한 외국 대학 부총장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 나라의 대학은 입학이 매우 쉽지만 상급학년 진학률이 4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100명 입학한다고 하면, 4년 뒤 졸업생이 20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기업에서 졸업생들을 선발하기 위해 줄을 선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대학 졸업생도 직장을 구하지 못해 난리입니다. 고교 교육이 대학을 가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으로 인식되는 것을 개선해야 하듯이, 대학교육도 좋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 거쳐야 되는 과정이 아니라 본래의 아카데미로 돌아가야 합니다. 대학교육이 본래의 아카데미로 돌아가면 고교 교육도 정상화될 수 있다고 봅니다. 대학에서 인원 수만 채워 졸업시키려 하지 않고, 학생들을 철저히 교육시켜 졸업시킨다고 하면 아무나 대학에 가려고 하겠습니까? 대학 진학을 희망한다면 학생들은 고교 때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할 것입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교육개혁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교육개혁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교육이 생긴 이래로 혁신과 변화 얘기를 안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혁신이나 개혁은 성과가 밖을 향하면 실패합니다. 즉 성과의 방향이 자신을 향해야 합니다. 교육부가 대학교육을 혁신하려고 하지 말고 교육부가 바뀌면 됩니다. 교육청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육청이 바뀌면 되는 것이지 고교에 수업을 바꿔라, 뭐를 바꿔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정작 본인들은 바뀌지 않으면서 전부 남탓만 합니다. 혁신과 개혁의 방향이 자기 자신을 향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분위기가 좋았고 발전과 변화가 있었습니다. 반면 타인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면 갈등만 있었지 성과는 미약했습니다. 

또한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하는데 지금은 일년지소계도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교육과정을 보십시오. 정권 바뀌었다고 바꾸고, 교육부 장관 바뀌었다고 바꿉니다. 교육이 정권에 따라 춤을 추는 상황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밝은 곳이 있으면 어두운 면이 있는 겁니다. 장점이 있기에 또는 예상되기에 도입된 정책들은 함부로 바꾸면 안 됩니다. 업무 담당자가 바뀌었다고 단점만 부각시키면서 교육정책을 바꾸기 이전에 어두운 면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들이 선행돼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전국의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전하시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시다면 부탁드립니다.
“무엇보다 ‘나’ 중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아닌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내가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다’라는 가치관을 갖도록 학교나, 가정이나, 유관기관에서 교육활동이 이뤄져야 합니다. 학생들도 그런 관점에서 인생을 설계할 때 스스로도 행복하고 사회도 진일보할 수 있습니다.” 

   
 

정성민 기자 jsm@d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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