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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락현 봉평고 교장] "교육이 삶의 가치를 키워가기 위해 노력할 때 세상이 밝게 변화될 것"
[대학저널 특별 인터뷰] 고교 교장에게 듣는다
2017년 10월 26일 (목) 14:55:37

[대학저널 정성민 기자] <대학저널>이 '고교 교장에게 듣는다'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이를 통해 고교 교육의 현장을 소개하고 우리나라 교육과 대입의 발전방향을 모색합니다. 11월호에서는 심락현 봉평고등학교 교장과의 인터뷰를 싣습니다.

   
▲심락현 봉평고등학교 교장

먼저 <대학저널> 독자들에게 교장 선생님과 학교 소개를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대학저널>을 애독하시는 독자분들을 지면으로나마 만나게 돼 반갑습니다. 저는 강원도 평창군 봉평고등학교 교장 심락현입니다. 2016년 9월에 부임한 뒤 현재 1년 남짓 근무하고 있습니다. 봉평고는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병설학교인데 2013년에 봉평중학교 교감으로 재직한 인연이 있습니다. 봉평고는 1981년에 개교했고 올해 36주년으로 청년의 나이를 맞았습니다." 

교장 선생님의 교육철학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평소 교육을 바라보는 소신을 짧게 요약하면 '교육은 미래의 삶을 위한 것이며, 지금 함께 준비하는 것이다'입니다. 이에 교육의 중심은 학생이어야 하고, '학생들의 미래 동력을 키워주는 것이 교육'이라고 확신합니다. 또한 선생님들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에 '학교는 교육적 성취와 함께 서로에게 기쁨을 주는 곳이어야 하며, 교직원들의 역할이 넘쳐나는 곳이어야 한다'는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교육의 초점은 대입에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철학자 루소는 "교육의 목적은 기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만드는 데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교장 선생님께서는 우리나라 교육을 어떻게 진단하고 계시며, 우리나라 교육이 발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대학 진학이 아니라 학생들이 꿈과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교육과 학교의 역할이 맞춰져야 한다는 데에 적극 동의합니다. 이는 대다수 교육자들이 공감할 것입니다. 하지만 고교의 역할과 성과를 대학 진학 결과로만 평가하는 것이 우리나라 교육 현실의 문제점입니다. 특히 교육과 학교의 역할이 단순히 대학 진학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너무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습니다. 

이에 봉평고는 '삶의 가치를 발견하고 키워가는, 참 좋은 교육'을 교육지표로 설정하고 '체(體), 덕(德), 감(感), 지(智)의 조화로운 발달로 올바른 방향을 찾는 교육'을 통해 ▲신체적(physical) 가치 ▲사회적(social) 가치 ▲감성적(emotional) 가치 ▲정신적(mental) 가치를 고루 갖춘 인재를 육성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 전체 교육이 삶의 가치를 발견하고 키워가기 위해 노력할 때 교육의 본질과 세상이 밝게 변화되리라 확신합니다." 

구체적으로 봉평고의 교육과정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습니까?
"현재 교육계의 최대 문제점으로 대학 진학 위주의 편중된 공교육 위상이 사교육에 의해 위축된 현실을 꼽고 싶습니다. 원인이야 많겠지만 학교만의 반성으로 문제를 본다면, 학교 현장에서 학생 개개인의 진로에 적합한 교육이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봉평고는 '삶의 가치를 발견하고 키워가는, 참 좋은 교육'이라는 교육비전 아래 '자기성장동력 향상화 프로그램'을 구조화, 교육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특히 교육계획의 중심을 진로교육에 두고 교과활동, 방과후활동, 창의적체험활동, 동아리활동 등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또한 모든 활동에는 진로교사, 교육과정 담당교사, 학급담임, 교과담임, 동아리활동 담당교사가 참여합니다. 교사들은 학생 개인별 진로 포트폴리오를 매개로 학생의 적성과 재능을 찾고 키우는 맞춤형 상담을 실시, 학생 자신에게 적합한 진로진학지도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고교 입장에서 대입 지도는 중대한 사명이자 과제입니다. 봉평고는 학생들의 대입 지도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시며, 봉평고 학생들의 대입 성공사례가 있다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봉평고는 농촌 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전교 6학급(남녀공학 128명)의 소규모 학교입니다. 농촌 지역 특성상 교육 분야도 양극화가 심합니다. 이에 학교의 교육계획과 의도를 맞출 수 있는 교육여건이 부족합니다. 현재 입시제도에 맞출 수 있는 인재도 적고, 수능에서 좋은 등급을 성취하기도 어려워 흔히 말하는 상위권 대학 진학이 갈수록 어렵습니다. 따라서 봉평고는 학생 개개인의 진로희망을 면밀히 파악, 맞춤형 진로 교육활동을 통해 수시 지원 전략을 계획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자연계 진학 희망 학생들을 위해 '하트사이언스'라는 과학 동아리를 구성했고, 인문계 진학 희망 학생들을 위해 '해밀'이라는 인문독서 동아리를 구성했습니다. 또한 학생 개개인의 관심과 진로적성을 계발할 수 있도록 ▲과학실험 ▲중국어회화 ▲일러스트 및 캐릭터 디자인 ▲기타반 ▲미술반 ▲시사가 뭔데 ▲제과제빵 등 진로적성 방과후학교를 개설했습니다.

   
▲봉평고 수업활동

대입 성공 사례라기보다 학생 개인 맞춤형 진학지도 성공 사례를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올해 경희대 스포츠의학과에 합격한 김00 학생입니다. 이 학생은 봉평고 입학 당시 축구를 비롯해 운동을 좋아하고 의욕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진로목표가 명확히 설정되지 않았습니다. 한 마디로 봉평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학생이었습니다. 그런데 1학년 때 '하트사이언스'에 가입하면서 과학에 흥미를 가졌고 한 해, 한 해 지속적으로 활동하면서 흥미는 더욱 커졌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스포츠에도 열정적이었기 때문에 봉평FC 자율동아리 주장으로 강원도 단위 축구 스포츠클럽 대항전에 학교대표로 출전, 입상하기까지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이 학생은 본인이 좋아하고 재능 있는 스포츠와 과학을 평생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스포츠의학과에 대해 알게 됐고 대학 진학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3년 동안 학교에서 참여한 교육 활동과 수상 실적, 자신이 느낀 점과 발전·변화한 모습 등을 포트폴리오로 관리한 뒤 자기소개서에 진솔하게 담아냄으로써 2017학년도 수시모집에 합격했습니다." 

고교 교육 발전에 대입과 대학교육은 필연적으로 연결됩니다. 교장 선생님께서는 우리나라 대입과 대학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고교 교육 현장에서 학생의 진로 욕구를 구체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다면 당연히 공교육 위상이 살아날 것입니다. 그 연장에서 대학 입시도 단순히 지역과 학교 이름에 의해 학생의 진학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의 가치를 높이고, 실현할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즉 대학도 학생 개개인이 진로를 개척해 나가는 데 실질적·효과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구안·실천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게 하자면 학교생활기록부에만 의존한 전형 방법은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학교생활기록부가 엄격히 공인된 기록이지만, 그것이 한 학생의 전부를 나타낸다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구겨지고, 비를 맞은 흔적이 있더라도 학생이 미래의 삶을 위해 스스로 관리한 포트폴리오 자료야말로 생동감 있는 전형자료로서 가치가 더욱 있다고 봅니다."

"용장 밑에 약졸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를 학교에 빗대면, 좋은 선생님들 밑에서 좋은 학생들이 나온다고 할 수 있습니다. 봉평고 선생님들에 대해 자랑하고 싶으신 것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봉평고의 강점은 교사(교직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들 모두가 자질이 뛰어나고, 협력적이시며, 열정적으로 헌신하십니다. 봉평고 선생님들은 교육과정 운영과 학생 지도를 위해 항상 의견을 나누고, 도움을 청하면 서로 협력하고, 학생들을 존중합니다. 저는 평상시에 '선생(先生)'이란 말은 '먼저 태어난 것'에 방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먼저 미래를 살아간다'는 것에 방점이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에 우리 선생님들이 뜻을 같이하고 학생들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역량을 키우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이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예를 들면 매주 수요일 일과 후에는 선생님들이 자발적으로 학생 중심 수업 지도 능력 향상을 목표로 프로그램을 구안하고, 도교육청의 학점화 과정을 신청합니다. 자율적으로 외부전문가를 초청해 '수업을 어떻게 공개하고 공유하는가?', '협력학습 및 거꾸로 수업', '수업분석', '핀란드 교육과 인공지능 시대의 나의 진로' 등을 주제로 특강을 듣고 있으며 토론 과정을 통해 수업 전문가로서 능력을 함양하고 있습니다."

최근 새정부가 들어서면서 대대적인 교육개혁들이 예고되거나 추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능개편 연기, 임용절벽 논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갈등 등 학교현장은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교장 선생님께서는 정부가 성공적으로 교육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하다고 보시며, 고교 교장 입장에서 정부에 당부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온갖 교육정책이 쏟아지지만 학교만 혼란스럽습니다. 익숙해지기도 전에 새로운 정책들에 적응하기도 바쁘면, 학교는 언제 교육에 몰두할 수 있습니까? 살은 보이는데 골격은 안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화려한 정책은 보이는데 수그러져가는 학교 현장은 보이지 않습니다. 새로운 정부의 교육개혁 가운데 고교 교육 의무화, 무학년 학점제, 수능 개편, 대학 입시 간소화 등은 고교 교육 현장에 직접 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교육개혁들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 정부는 '누구를 위한 개혁인가'를 항상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제 생각으로는 대학을 위한 또는 교원을 위한 개혁이 아닌 '미래를 책임질 학생들을 위한 개혁'이 돼야 하며 교육개혁 추진 과정에서 항상 '지금 학생을 위해 올바로 가고 있는가'를 되새김질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전국의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전하시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시다면 부탁드립니다.
"대학 입시라는 것도 긴 인생 여정에서 보면 결국 여러 파도 가운데 조금 더 인상적인 파도의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절대적이라는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는 당부입니다. 4차 산업혁명 개념이 현실화되는 시점에 대학 입시 하나로 내 자녀와 학생의 인생 방향이 결정될 수 없습니다. 한 번의 기회만으로 확정될 수 없는 삶의 가치가 훨씬 더 고귀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정성민 기자 jsm@d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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