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의 논술의 핵심, "한국이 직면한 화두, 다문화 사회"
김성호의 논술의 핵심, "한국이 직면한 화두, 다문화 사회"
  • 대학저널
  • 승인 2017.09.29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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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교과형 논술 완전 정복

다문화 사회는 매우 중요한 사회 현상으로 논술고사에서도 비중 있게 다뤄진다. 현재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비율이 전체 인구의 2%를 상회할 정도로 우리 사회는 이미 다문화 사회로 진입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 따른 제도, 교육, 인식의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문화 사회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우리 사회에 적합한 다문화 사회 모델을 찾는 것이 현 시대의 주요한 고민거리 중의 하나라고 하겠다. 우리 사회에 닥친 다문화 관련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문화 사회에 대한 다른 나라에서의 논의를 검토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우리 사회의 변화 과정도 이해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적 다문화 사회의 특수성을 이해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한국적 다문화 사회 모델을 모색하게 된다. 

다문화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도 매우 중요한데 현재의 교과서 내용을 들여다보면 현재 상황과 맞지 않는 부적절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교과서에서의 이러한 기술은 다문화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문제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는데 이를 어떻게 바꾸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은 현실의 구체적인 문제에 바탕을 두고 이루어져야 하므로 다양하고도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개선의 방향을 탐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다문화 사회와 관련된 기존의 이론에 기반을 두고 한국적인 다문화 사회 모델을 찾아야 한다. 기존의 연구에 따른 두 가지 모델과 새롭게 고안된 모델이 있는데 각 모델의 장단점을 이론과 사례를 통해 검증하면 한국적 다문화 사회의 모델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주제와 관련한 학문적 연구는 매우 다양한 각도에서 이뤄지고 있다. 논술고사 문제 역시 다양한 외양을 보여준다. 문화접변(Acculutralation)의 관점에서 문화 동화 현상과 문화 융합의 분류에 주목하는 논제도 있고, 관용적인 자세를 취하는 문화 상대론의 관점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요구하는 날카로운 논제도 있다.

어떤 경우든 더 이상 우리 사회가 단일 민족주의의 신화에 집착하거나 과거에 식민지를 침탈해서 토착문화를 폭력적으로 파괴했던 제국주의국가들의 자문화중심주의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전망을 도출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해선 동의한다. 이것은 또한 더딘 걸음으로 변화하는 한국 교육계의 고민이나 모색과도 일맥상통한다. 

논술고사에 이용된 다음 지문에서도 이런 고민이 느껴진다. 다음은 한국외국어대학교 논술고사에 등장한 영어 제시문이다. 막상 읽어보면 그리 어려운 지문이 아니니 일독하기 바란다. 문화접변 현상을 소개하면서 문화 동화 현상과 문화 융합 현상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우세한 문화가 열위의 문화를 흡수하는 문화 동화 전략의 문제점을 염두에 두고 있는 출제자의 시선을 느껴볼 수 있다.

Culture contact among various societies over time may have distinct results, such as the borrowing of certain traits by one culture from another, or the relative fusion of separate cultures. Acculturation1) is the term that comprehends the phenomena of exchanging cultural features that result when groups come into continuous firsthand contact for a long time, with subsequent changes in the original culture patterns of either or both groups. Acculturation appears in two forms: one is 'cultural assimilation2)' when the subordinate3) group is integrated into the dominant culture, and the other is 'cultural fusion' when the existing culture and the foreign culture are combined into the third culture. 

가벼운 번역을 덧붙여준다.

오랜 기간에 걸쳐 여러 사회 사이에 빈번한 문화 접촉이 계속되면, 한 문화가 다른 문화에서 어떤 특징을 빌어 오거나 상이한 두 문화가 융합하는 것 같은 뚜렷한 결과가 나타난다. 문화접변은 각 문화의 특성이 교환되는 이런 현상을 포괄하는 용어다. 이것은 상이한 문화 집단이 오랫동안 직접적으로 접촉할 때 부수되는 것으로 어느 한쪽이나 양쪽 모두의 원래 문화 패턴이 변화하는 양상을 지칭하는 것이다. 문화접변은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하나는 문화동화로 약한 집단의 문화가 지배적인 문화로 일방적으로 통합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문화 융합으로 기존 문화가 외래 문화와 합쳐져서 제 3의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 사회의 현 상황은 어떤가? 앞서도 언급했듯이 이제 우리 사회는 급격히 다문화사회로 변해가고 있다. 불행했던 식민지 시대를 겪으며 타국의 이등 국민으로 멸시를 당해야 했던 굴욕적인 상황에서 민족주의는 불가침의 옳은 신조인 것으로 여겨진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민족적 자긍심을 높여주는 다양한 메커니즘에 친숙할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민족문화의 고유성과 우수성을 전파하는 자발적인 전사이기도 했던 것이다. '민족 중흥'이니 '5천 여년의 민족문화', '단군 신화', '홍익인간'이라는 고상한 건국 이념, '단일 민족의 유구한 전통' 이런 말들에 대한 비판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말이다.

민족주의는 제국주의국가들에 맞서는 피식민 국가들의 해방과 발전을 위한 이데올로기로서 한때는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설령, 이 이념을 주창하거나 조작한 이들이 국가에 대한 맹목적 순종을 유도하거나 독재자를 미화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갖고 있었다고 해도 말이다. 그런데 이천 년대에 들어서서 국제결혼의 비중이 10%를 넘나들고, 외국인 이주민들이 전체 사회 구성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는 지금, 우리는 대비도 못한 상태로 민족주의라는 낡은 패러다임을 일거에 급격히 무언가로 대체해야 하는 요구를 받고 있는 형국이 되었다.

불과 한 세대만에 이런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유례를 찾기가 어려운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한 편에선 급진적인 다문화주의를 주창하는 목소리를, 한 편에선 상대적 약자인 외국인 이주자들에 대한 멸시와 학대 사례를 동시에 보고 있는 것이다. 이 외면할 수 없는 중대한 사회 현상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다급한 해법이 요청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래에선 직접적으로 이 문제를 다루는 논제를 살펴보고 현재까지 도출된 합리적인 해법의 일단을 소개한다. 이 주제가 중요한 만큼 이 문제에 대한 출제자들의 시선과 기대치를 이해하고 자신만의 이성적인 답을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달의 미션 
실제 논술고사 문제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아래 문제를 검토해 보자. 

※ 주어진 제시문을 읽고 아래 문제에 대한 답을 작성하시오.

[유의 사항]
1. (라)에 제시된 모델 중 반드시 하나를 선택하시오.
2. 선택하지 않은 두 모델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자신이 선택한 모델이 옳음을 입증하되 (마)에서 각각의 논거를 찾으시오.
3. 서론과 결론은 쓰지 말고 본론에 해당하는 내용만 쓰시오.

【논제】 아래에 주어진 유의사항에 따라 '바람직한 한국적 다문화 사회 모델'

(가) 다문화 사회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와 이에 따른 각종 정책의 실시는 다양한 이민자들이 모여 형성된 국가에서 시작되었다. 미국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 호주와 같이 이질적인 집단이 모여 형성된 국가에서 다문화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에 학계에서는 다양한 연구 결과가 나오게 되었다. 그리고 그 연구 결과를 반영하여 소수자 문화에 관한 내용을 정규 교육과정에 이전보다 더 많이 포함시켰으며,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각종 지원과 우대 정책을 시행했다. 이후 유사한 상황에 처한 다른 사회에서 이들 나라에서의 연구 결과와 각종 정책들을 받아들이고 자신들의 상황에 맞게 적용하였다.

다문화 사회에 대한 한국의 논의는 1990년 이후에 급격히 증가한 국내 거주 외국인과 그 자녀들 때문에 시작되었다. 2007년 법무부의 발표에 따르면 전 인구의 2%에 가까운 100만 명 이상의 외국인이 국내에 머무르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이주 노동자와 결혼 이주 여성으로서 합법적으로든 비합법적으로든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일부 농촌 지역에서는 머지않아 이들의 자녀가 초등학생의 3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주 노동자의 인권 문제, 결혼 이주 여성의 정착과 적응 문제 등 이미 당면한 문제와 앞으로 닥칠 문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정부는 대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었고 교육계에서는 이주민 자녀들의 교육 방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위해 오래 전부터 다문화 사회를 겪어온 나라의 각종 정책과 이들 국가에서 수립된 다문화 사회 모델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나라의 다문화 사회 모델을 우리 사회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문화 사회가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되고 변화되었는가에 따라 다문화 사회의 모델은 달라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상황은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상황과 많이 다르다. 우리 사회의 대다수 구성원은 오랜 기간 동안 비교적 단일한 정체성을 유지해 왔다. 그리고 이주민들은 취업이나 결혼을 통해 국내에 유입되어 제한된 지역에만 거주하고 있다. 즉 자국보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우리나라에 취업을 하여 공단 지역에 거주하거나 한국 남성과 결혼하여 농촌에 거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국적도 매우 다양하고 언어도 다양해서 이들이 동질적인 집단으로 결속하기가 쉽지 않다. 비록 공단이나 농촌에서는 이들의 비율이 꽤 높다고 하나 다른 지역에서는 그리 높은 비율이 아니다. 만약 한국의 경제 사정이 나빠지거나 자국의 경제상황이 좋아진다면 이러한 이주 양상이 지속될지도 의문이다. 이러한 한국 내의 특수한 상황 때문에 우리는 다른 다문화 사회의 사례를 검토하되 한국적인 상황에 맞는 모델을 수립해야 하는 것이다.

(나-1)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현재 전체 학생 대비 0.1%에 불과한 국제결혼 가정 자녀가 2013년경에는 전체 초등학생의 10%, 농어촌 지역에서는 초등학생의 30∼40%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이 초등학생들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한국에서 중·고등학교에 진학할 것으로 본다면 앞으로 국제결혼 가정 자녀인 중·고등학생도 급증할 것이다.

(나-2) 초등학교 3학년인 경석이는 아직도 읽고 쓰는 것이 서툴다.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엄마는 한국어는 조금 하지만 한글을 읽고 쓰는 것은 거의 못한다. 엄마와 단둘이 지내는 시간이 많았던 경석이는 베트남 말을 먼저 배웠고, 아빠와 할머니의 도움으로 뒤늦게 한국어를 배울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아빠는 너무 바쁘고 할머니는 나이가 많이 들어 한글을 가르쳐 줄 수 없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조금 나아질 줄 알았는데 다른 친구들은 이미 한글을 다 익히고 들어온 터라 경석이와 같은 아이들을 위한 한국어 수업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한국에서는 한국어와 한글을 써야 하는 것은 경석이도 잘 알고 있지만 이것을 잘 배울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경석이는 막막하기만 하다.

(다)  순수한 혈통, 독창적인 문화, 단일한 언어는 우리 민족이 가진 특징이다. 우리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비슷한 생김새로 인해 모두 단군 할아버지의 자손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다. 또 고려청자, 금속활자, 측우기, 거북선 등을 발명한 우수한 민족이며, 세계적 자랑거리인 한글을 만든 독창적 민족이란 자부심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같은 문화와 전통을 유지하며 오랫동안 함께 살아왔기 때문에 다민족 국가들이 겪는 인종, 종교, 풍속, 언어 등에서 야기되는 갈등이 없다는 것도 우리의 장점이다. 미국이 겪는 흑백 갈등, 인도가 겪는 종교 분쟁, 중국이 겪는 언어 소통 문제를 우리는 겪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 결과 혈통도 하나, 문화도 하나, 언어도 하나인 우리는 단일민족이란 믿음과 자부심을 지키면서 발전해 올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접어듦에 따라 혈통, 문화, 언어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도 변화가 필요하게 되었다. 

 우선, 순수한 혈통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의 일원이 된 이주민과 그 자녀를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출신지역과 생김새가 다르더라도 앞으로 공존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들을 포용해 나가는 것이 좋다. 이제까지 이룩해 낸 독창적인 문화에 다양한 문화를 융합해 더 발전시켜 나가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우리 사회 속에 공존하게 된 다른 문화를 인정하면서 그 문화가 가진 장점을 포용한다면 경쟁력이 더 큰 문화적 전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단일한 언어가 가진 장점을 더 살리기 위해 우리 사회의 모든 성원이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주민 1세와 2세가 언어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이들에게 말과 글을 가르쳐 자유롭게 소통하며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라) 다문화 사회에 대한 다양한 비유적 모델
[용광로 모델] 용광로에 들어간 여러 광석은 녹고 섞여 한 덩어리가 되어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한다.  용광로에 들어간 구리, 주석, 납, 아연 등은 서로 어울려 단단한 금속으로 변모하기도 하고 녹이 슬지 않는 금속으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한민족'은 물론 이주 노동자, 이주 여성과 그 자녀들 모두가 용광로에 들어가 함께 녹아들고 섞여 더 강하고 쓸모가 있는 한 덩어리의 쇠붙이로 거듭나며 불순물은 제거할 수 있다.

[샐러드 그릇 모델] 샐러드는 생야채나 과일을 주재료로 하여 마요네즈나 프렌치드레싱 따위의 소스로 버무린 음식이다. 샐러드 속에 들어 있는 생야채나 과일은 그 본연의 모습, 맛, 향을 유지하며 소스와 어우러져 맛깔스러운 음식으로 재탄생한다. '한민족'은 물론 이주 노동자, 이주 여성과 그 자녀들이  대등한 자격으로 각각의 정체성을 공고히 유지하면서 공존한다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국수 대접 모델]  국수는 갖가지 재료로 우려 낸 국물에 밀가루로 만든 국수를 삶아 넣고 고명을 얹은 음식이다. 쫄깃한 국수의 씹는 맛, 국물의 깊고 시원한 맛이 주를 이루고 여기에 갖가지 고명이 얹혀 입맛을 돋군다. '한민족'은 국수와 국물이 되어 주류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고 이주민은 색다른 맛을 더해주는 고명이 되어 자존감이 살아 있는 비주류로서 공존하는 가운데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마) 한 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면 각종 정책을 수립할 때 어떤 이념에 기반을 둘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이 상황에서 단일문화주의나 다문화주의 하나를 선택할 수도 있고 둘 간의 조화나 절충을 추구할 수도 있다.

단일문화주의란 사회의 통합을 위해 문화의 단일성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어떤 사회에 통일된 문화가 없다면 구성 집단 간의 결속력도 기대할 수 없고 사회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발상에서 이러한 이념을 추구한다. 따라서 한 사회 내에서 단일한 언어, 단일한 문화 전통, 단일한 교육 정책을 추구하게 된다. 그리고 비주류의 문화적 전통을 주류 문화 속에 녹여 넣고 소수자들이 다수자에 동화되도록 돕는다. 이 경우 다수 또는 주류 집단의 의도대로 사회가 재편되며 소수 또는 비주류집단은 이에 흡수되는 결과로 나타난다. 이러한 사회는 강한 결속력을 바탕으로 성장해 나갈 수도 있으나 다양성이 부족해 경쟁력이 약해지거나 특정 집단이 소외되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일례로 일본은 근대적 국가 건립 과정에서 홋카이도, 오키나와 등의 지역을 통합하며 여러 민족들을 포괄하게 되었지만 이들의 고유한 언어나 풍습 등을 단일한 기준과 목표 하에 수렴했고 중국계, 한국계를 포함한 이주민이 늘어난 상황에서도 하나의 민족으로의 포섭 혹은 배제라는 원칙을 고수했다. 일본의 단일문화주의는 강력한 사회통합의 바탕이 되었으며 고도성장의 배경이 되기도 했으나, 동시에 제국주의적 확장의 근거가 되기도 했으며 오늘날에도 이웃 나라들과의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다문화주의는 다양성의 균형과 조화를 위해 사회가 모든 문화를 동등하게 포용하는 것을 말한다. 사회에 다양성이 없으면 그 사회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고, 소외되거나 억압되는 집단이 있다면 사회의 진정한 통합을 기대할 수 없다는 발상에서 이러한 이념을 추구한다. 따라서 다양한 언어와 문화 전통을 모두 인정하고 이를 동등하게 교육한다. 나아가 소수나 비주류집단이 사회 속에서 동등한 지위를 가질 수 있도록 각종 우대 정책을 시행한다. 이 경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소수자가 자신들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참여하게 된다. 이러한 사회는 다양성의 공존 속에 성장해 갈 수 있으나 각 집단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면 집단 간의 소모적인 경쟁이 유발될 수 있다.

영국 식민지에서 독립한 말레이연방에서 다시 떨어져 나와 독립국이 된 싱가포르는 다문화주의의 좋은 예를 보여준다. 다수는 중국계이지만 말레이계, 인도계, 인도계 무슬림, 유럽계 등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다. 건국 당시부터 다수의 언어인 중국어를 공용어로 삼지 않고 영어를 공용어로 삼았으며, 각 민족어의 통용 역시 막지 않고 공교육을 통해서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문화 간 평화로운 공존과 상호존중은 그리 크지 않은 싱가포르를 문화적으로 대단히 풍요로운 국가로 만들었으며 이는 관광업의 큰 발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위로부터 강력히 추진된 문화상대주의적 정책은 각 민족이 자신의 언어와 풍습을 잘 지켜나가도록 보장한 한편 민족 간 차이를 불변의 것으로 고착시키기도 했다. 오늘날 각 민족 별로 다른 직업군을 형성하고 계층화되는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민족 간 갈등의 잠재적 불씨이다. 민족 간 경제적 불평등의 확대, 중국의 부상에 따른 수적 다수자인 중국계 내의 문화민족주의 강화 등은 내부 갈등을 유발할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단일문화주의와 다문화주의를 절충하는 것은 사회의 주류 및 다수자의 우월성을 인정하되 비주류 및 소수자의 정체성을 잠정적으로 인정하고 보호하는 것을 말한다. 오랜 역사를 공유한 다수자 집단이 공고한 결속을 유지해왔고 문화적 단일성과 자부심이 결속의 주요 기반일 때, 단일문화주의와 다문화주의 중 어느 한 쪽에 치우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이러한 이념을 추구한다. 이 경우, 새로 유입된 소수집단의 문화는 기존의 문화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정되고 수용된다. 이를 통해 기존 공동체의 결속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소수집단의 문화를 존중할 수 있다. 이는 주류와 비주류 문화의 존재감이 인정되고 이들 간의 조화를 추구할 수 있으나 잠정적인 방안이어서 다문화사회의 변화 과정에 맞춰 궁극적인 지향점을 찾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

하나의 문화를 중심에 두고 다른 문화를 수용하는 정책은 한족(漢族)이 중심이 되어 여러 민족으로 구성된 국가인 중국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전체 인구의 약 7%를 차지하는 소수민족들의 언어와 풍습은 문화적 다양성의 보호라는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존중되고 보존되고 있다. 그러나 소수민족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대단히 낮고 수적 다수인 한족이 이들을 '야만'이라고 보는 태도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많은 소수민족이 자신들의 언어와 전통을 포기하고 '한족'화 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적지 않은 언어들이 사멸해 가고 있다. 여러 민족의 문화가 한 데 어울려 큰 '중화민족'의 문화를 구성한다는 명제는 내부적 다양성에 대한 인정을 표방하지만, 사실상 다수문화에 의한 소수문화의 흡수 통합을 정당화하는 구호가 될 가능성이 높다. 

논제 해설
제시문들은 다양한 자료에서 가져왔다. 단행본 저작, 학술 논문, 통계자료, 신문 기사, 교과서 지문 등 그 출처도 다양하다.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나 다양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면 관계상 제시문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보편적인 해설은 생략하고 현 단계에서 널리 권장되는 합리적인 견해를 담은 답안을 소개한다. 다양한 시선을 다 담기는 어렵고 가능하지도 않다. 보편성을 가진 견해를 잘 소화하고 여기에 각자의 선호나 가치를 담아 자기화하길 바란다. (가) 내용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새로운 다문화 정책을 필요로 하는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논제】는 제시된 세 가지 비유적 모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여, 선택하지 않은 두 모델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선택한 모델의 옮음을 입증하되 각각의 논거를 제시문에서 찾아야 한다. 가능한 방안 중에서 '국수 대접 모델'에 근거한 답안을 소개한다.

예시 답안
우리나라의 다문화 사회 모델로 가장 적합한 것은 국수 대접 모델이다. 다른 두 모델은 적지 않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용광로 모델은 융통성이 없는 지나치게 엄격한 사회를 지향한다. 그런데 단일성과 하나로의 융화에 대한 지나친 강조는 소수자의 문화를 배제하거나 억압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문화적 소수자나 약자가 자존감과 정체성을 상실하게 되면 결국 사회적 통합성을 약화시키는 데로 귀결할 수 있다. 이런 문제점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다문화 사회 모델로는 적합하지 않다. 국수 대접 모델의 절충성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샐러드 그릇은 여러 가지 야채와 과일 그리고 드레싱을 한 그릇에 담되 열을 가해 조리하지 않음으로써 각 재료 고유의 모양과 향, 맛이 살아 있게 한다. 유래와 성격이 다른 문화가 공존하고 교류하는 것을 지향하는 이 모델은 일견 대단히 매력적인 것 같다. 싱가포르, 스위스와 같은 사회가 여기에 해당될 터이다. 그러나 이 모델을 주도적 문화가 분명히 존재하는 우리나라 상황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많다. 게다가 다문화주의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소수자 분리주의를 낳을 수도 있을 뿐더러, 오히려 소수자 문화를 차별화하고 억압하는 태도의 원천이 될 소지까지 있다. 

쉽게 부정할 수 없는 주도적 문화가 분명히 존재하는 우리나라의 다문화 사회 모델로는 역시 국수 대접 모델이 적격이다. 국물과 국수로 비견되는 우리 고유의 유서 깊은 문화전통을 중심으로 하되 여러 소수자 문화를 수용하여 조화 속에 더욱 풍성한 맛을 지닐 수 있게 된다. 무차별적인 융합을 통한 단일성의 추구로 인해 다양성을 상실할 우려도 없고 중심이 부재한 가운데 상대성을 강조함에 따른 소모적인 경쟁과 갈등도 막을 수 있다. 소수자는 주도적 문화를 인정하고 다수자는 소수문화를 존중하고 보호하는 가운데 사회의 통합과 발전은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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