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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 긍정적 변화···개선 요구 여전"
[대학저널 특별기획] 청탁금지법 시행 성과와 과제
2017년 09월 29일 (금) 09:55:29

[대학저널 정성민 기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이 9월 28일 시행 1주년을 맞았다. '청탁금지법'은 시행 이전과 이후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학저널>이 '청탁금지법' 시행 1주년을 맞아 성과와 과제를 점검했다.

공직자와 배우자에게 적용, 14가지 부정청탁행위 금지 
식사비는 3만 원, 경조사비는 10만 원까지 허용

   
 

우선 '청탁금지법'에 대해 다시 살펴보자. '청탁금지법'은 2011년 당시 김영란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 위원장이 처음 제안했다. 이에 일명 '김영란법'이라고도 불린다. '청탁금지법'은 국회 입법과 유예 기간을 거쳐 2016년 9월 28일 5년 만에 시행됐다. 

'청탁금지법'은 크게 '부정청탁 금지'와 '금품등 수수의 금지'로 구분된다. 법 적용 대상자는 국가·지방공무원, 공직유관단체·공공기관의 장과 임직원, 각급 학교의 장과 교직원, 학교법인 임직원, 언론사 대표자와 임직원 등이다. 배우자와 공공기관 의사결정 등에 참여하는 민간인도 해당된다.

부정청탁행위는 ▲인가·허가·면허 등 처리 직무 ▲각종 행정처분 또는 형벌 부과의 감경·면제 직무 ▲채용·승진 등 공직자 등의 인사에 관한 직무 ▲공공기관의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직위의 선정·탈락 직무 ▲각종 수상·포상 등의 선정·탈락 직무 ▲입찰·경매 등에 관한 직무상 비밀에 관한 직무 ▲계약 당사자 선정·탈락 관련 직무 ▲보조금·기금 등의 배정·지원 또는 투자 등에 관한 직무 ▲공공기관의 재화·용역의 거래 관련 직무 ▲각급 학교의 입학·성적 등 관련 직무 ▲병역 관련 직무 ▲공공기관이 실시하는 각종 평가·판정 관련 직무 ▲행정지도·단속·감사·조사 관련 직무 ▲수사·재판·심판·결정·조정·중재 관련 직무 등 총 14가지다. 공익적 목적을 위한 민원 전달 행위는 부정청탁에서 제외된다. 

부정청탁은 금품 등이 오가지 않고 구두로만 이뤄져도 성립된다. 예를 들어 A씨가 OO국립대병원에 입원하고 싶으나 대기자가 많다고 가정하자. 이에 A씨는 자신의 친구 B씨를 통해 OO국립대병원 원무과장 C씨에게 먼저 입원할 수 있도록 부탁했다. 원무과장 C씨는 접수 순서를 변경, A씨가 먼저 입원할 수 있도록 했다. 이때 대가성의 금품 거래나 접대 자리가 없었다고 해도 A씨, B씨, C씨 모두 처벌을 받는다.

또한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따라 공직자 등이 동일인으로부터 직무 관련 여부와 관계없이 1회 100만 원 또는 매 회계연도 300만 원을 초과, 금품 등을 수수한 경우 처벌을 받는다. 100만 원 이하라고 해도 직무와 관련된 금품 등을 수수한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만 직무 관련자 간이라도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의례, 부조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선물·경조사비의 경우 가액 범위 내에서 허용된다. 가액 범위는 음식물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이다.

학부모·교직원, "교육현장에 긍정적 변화"
권익위에 따르면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지난 7월 31일까지 위반 신고 건수는 총 4052건이었다. 유형별로는 부정청탁 금지 위반 242건, 금품수수 금지 위반 620건, 외부강연 규정 위반 3190건이었다. 그러나 88건에 대해서만 과태료 부과 요청이 이뤄졌고 33건은 수사의뢰됐다.

   
 

그렇다면 교육계는 '청탁금지법' 시행 1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서울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이 지난 8월 31일부터 9월 8일까지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 온라인 설문시스템(enews.sen.go.kr)을 통해 실시한 설문조사(학부모 3만 6947명·교직원 1만 8101명 참여)에 따르면 긍정적 평가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구체적으로 학부모의 87%(3만 2231명), 교직원의 95%(1만 7092명)가 '청탁금지법'이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학부모의 95%(3만 5188명), 교직원의 92%(1만 6572명)가 '청탁금지법' 시행이 '교육현장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학부모의 76%(2만 8030명)와 교직원의 82%(1만 4686명)가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부정청탁 관행이, 학부모의 83%(3만 688명)와 교직원의 85%(1만 5488명)가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촌지 등 금품수수 관행이 사라졌다고 응답했다. 

이렇게 볼 때 '청탁금지법' 시행은 교육계에서 합격점을 받고 있다. 이는 대학가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대학 홍보팀장은 "과거에는 접대를 핑계로 술자리와 식사자리를 함께 즐긴 측면도 있었다. '청탁금지법'으로 거절할 명분이 생겼으니 한편으로는 속이 편하다"면서 "'청탁금지법'이 사회에 경종을 올렸고 충분히 반성이 된다. 스스로 점검하고, 교육기관으로서 책임감을 되새기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즉 잘못된 교육계와 대학가의 촌지, 접대, 부정청탁 관행이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개선되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청 교육감은 "설문조사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청탁금지법'은 시행 초기 다소 혼란과 논란도 있었지만 교육현장의 부정적 관행이 근절되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며 "학부모들이 큰 호응과 지지를 보낸 것은 우리 아이들에게 깨끗하고 청렴한 교육현장을 만들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선의의 피해 발생···개선 요구 목소리 여전
 "스승의 날에 카네이션을 전달하는 것은 단순히 꽃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사제 간 전통적 모습의 상징으로, 카네이션 한 송이가 사회적 비판과 척결 대상인 부정부패나 청탁행위가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제자의 스승에 대한 감사 표시조차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해석할 경우 교사-학생-학부모 등 교육공동체 구성원 간 존중과 신뢰, 감사 관계가 깨어지고 기계적·형식적 관계로 전락할 수 있다."(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지난 5월 15일 '제36회 스승의 날'을 맞아 전국 학교 현장과 대학가에서 신(新) 풍속도가 등장했다. 서울 송례중 학생들은 카네이션 대신 교사에게 손편지를 선물했다. 부산 경남여중 학생들은 카네이션을 구입하지 않고 교정의 장미꽃을 한 송이씩 포장, 교사들에게 전달했다. DGIST 학생들은 '오르(Oar·조정배를 젓는 노) 사열 행사'를 개최, 교수들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스승의 날에 학생 대표를 제외하고 학생들이 스승(교사·교수)에게 카네이션을 선물하면 '청탁금지법'에 위반된다.

   
▶스승의 날에 DGIST 학생들이 선보인 '오르 사열 행사'

'청탁금지법'은 부정청탁 관행 근절이라는 취지에도 불구, 법 시행 이전과 이후에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청탁금지법'의 해석과 규정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모호하기 때문이다. 스승의 날 카네이션이 대표적이다. 당초 권익위는 스승의 날 카네이션 전달 자체를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규정했다. 성적 등을 관리하는 교사의 직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반발 여론이 확대되자 권익위는 "학생대표 등이 스승의 날에 교사(담임교사 포함)에게 카네이션을 전달하는 것은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금품 등에 해당할 수 있다"며 입장을 바꿨다. 하지만 학생대표가 아닌 학생이 카네이션을 선물하면 '청탁금지법' 위반이다. 심지어 직접 만든 종이꽃도 허용되지 않는다.

대학가도 본의 아니게 곤혹을 치렀다. 취업계(입사 증명서)가 '청탁금지법'에 위반되기 때문이다. 즉 대학들은 학칙상 한 학기에 일정 기준(4회) 이상 결석하면 F학점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4학년 2학기 조기 취업 학생들에 한해 취업계를 제출하면, 레포트 제출 등 별도의 방법을 통해 학점을 인정했다. 문제는 권익위가 취업계 관행을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유권해석한 것. 대학들은 대체수업과 취업유예 등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조기 취업자들이 취업을 포기하는 사태까지 발생하며 지금도 취업계는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에 '청탁금지법' 시행 1년을 맞아 교육계와 대학가에서 '청탁금지법'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다시 확산되고 있다. 이는 '청탁금지법'의 취지에도 불구, 광범위하고 애매모호한 규정 때문에 선의의 피해가 발생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실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하윤수·이하 교총)가 지난 9월 20일부터 25일까지 이메일 설문조사(전국 초·중·고 교사, 대학교수 등 1303명 참여)를 실시한 결과 '청탁금지법이 학교현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52%가 '긍정적으로 변화됐다'고 응답했지만 47%는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최대 이유로 '교원·학생·학부모 간에 삭막한 관계가 됐다'(33%)가 꼽혔다. 심지어 '학부모와 대면상담이 꺼려지는 경우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51%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교총은 "'청탁금지법'이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부정청탁이나 금품수수 등을 차단함으로써 깨끗하고 맑은 사회를 조성한다는 점에 적극 동의한다"면서 "그러나 제도나 정책이 해당 분야의 상황을 도외시하거나 본질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교총은 "이번 설문조사는 좋은 취지임에도 불구하고 '청탁금지법'이 사제 간 관계나 교육의 특수성 등 학교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지나치게 경직되게 적용됨에 따라 오히려 교육적으로 학생들에게 가르치거나 정당하게 이뤄져야 할 교육활동이 위축받고, 교사·학생·학부모 등 교육공동체 구성원 간의 존중·신뢰·감사 관계가 기계적·형식적 관계로 전락하는 등 '본말전도'의 부작용이 발생되는 데 대한 목소리들이 담겨져 있다"며 "정부는 '청탁금지법' 시행 1년을 맞아 그동안 시행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파악, 분석하고 맞춤형 개선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어 교총은 "특히 교육은 일반 분야와 다른 특수성이 있는 만큼 국민정서와 사회상규, 교육현장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기를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권익위는 '청탁금지법'의 개선 방향 모색을 위해 지난 9월 26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 토론회를 개최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현재 전문연구기관에서 '청탁금지법'의 경제·사회적 영향에 대한 연구·분석을 진행하고 있으며 권익위 차원에서도 다양한 사회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경제·사회적 영향에 대한 연구와 의견 수렴이 완료되는 대로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인한 긍정적 변화와 부정적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 국민들께 상세하게 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성민 기자 jsm@d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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