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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와 취업 경쟁에 교육은 뒷전"
[대학저널 특별기획 - 교육 이제는 희망을 말하자] 교육 현주소 진단②
2017년 07월 14일 (금) 10:38:40

[대학저널 정성민 기자] 대한민국 교육이 기로에 서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로 이어진 보수정권이 진보정권(문재인 정부)으로 교체, 대대적인 교육개혁이 예고되고 있는 것. 문재인 정부의 교육개혁은 '모든 아이는 우리 아이이며, 교육은 국가가 책임진다'라는 모토 아래 보편적 교육복지를 지향하고 있다. 즉 교육 불평등(대학·학교 서열화)을 해소하고, 누구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문재인 정부는 ▲외고·자사고·국제고 폐지 ▲고교 내신 절대평가 ▲수능 절대평가 ▲논술전형·특기자전형 폐지 ▲고교 무상교육 ▲대학 등록금 완화(반값등록금)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교육계가 갈등과 분열을 겪고 있다. 자사고 폐지를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일어섰고, 수능 절대평가를 두고 찬반 양론이 팽팽하다. 논술전형·특기자전형 폐지에 대학들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교육정책의 진보 편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교육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해답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와 국가 경쟁력이다. 다시 말해 교육은 이념과 색깔로 재단되지 말아야 한다. 오직 우리 아이들을 올바른 인재로 길러내는 데에 교육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특히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처럼 교육은 희망이 돼야 한다. <대학저널>이 '교육 이제는 희망을 말하자' 기획시리즈를 통해 우리나라 교육의 현주소를 3회에 걸쳐 진단한 뒤 올바른 교육개혁의 길을 2회에 걸쳐 살펴본다.

유아부터 고등학생까지 학원行
#1. 지난 1월 29일 부산 사상경찰서 감전지구대에 따르면 경기도에 사는 초등학생이 과도한 학원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설 연휴를 앞두고 부산으로 가출한 뒤 택시기사와 경찰의 도움으로 부모 품에 안겼다. 경찰은 "학원 여섯 곳을 다니는 게 싫었고 수학 숙제도 안 해서 가출했다. 가족여행을 간 적이 있는 해운대에 가고 싶어 부산으로 왔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2. 올해 명문대에 합격한 정 양은 고등학교 시절 휴일이 없었다. 다른 학생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휴일에도 학원에 가야 했던 것. 정 양은 "중학생 때는 명절마다 친척들을 볼 수 있었는데 고등학생 때는 학원에서 명절을 지냈다"라고 토로했다.    

아이들이 학원으로 내몰리고 있다. 학교가 끝나면 곧장 학원으로 달려가고 밤 10시, 11시까지 학원 공부가 이어진다. 휴일에도 학원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 바로 입시 경쟁 때문이다.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서울시교육청이 김영철 상명대 교수에게 의뢰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중학생 8%, 일반고 학생 20%, 특목고· 자사고 학생 37%가 매주 학원에 다닌다"면서 "일요일에 학원에 다니는 학생의 경우 중학생은 33%, 일반고 학생은 40%, 특목고·자사고 학생은 51%에 이른다"고 밝혔다. 또한 학부모 배경희 씨는 "학생들이 스스로 선택, 휴일에 학원을 다니는 것처럼 보이지만 무한 경쟁 입시제도 속에서 학생들에게 선택권은 없다"고 지적했다.

학원에 다니는 연령대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심지어 유아 대상 영어학원까지 성행하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이 서울시교육청의 학원·교습소 정보(2016년 12월 31일 기준)를 바탕으로 '서울시 반일제 이상 유아 영어학원 실태'를 분석한 결과 서울시 반일제 이상 유아 영어학원은 총 237곳이었다. 지역별로는 강남·서초가 49곳으로 가장 많았다. 교습 시간은 하루 평균 5시간 7분. 월 평균 학원비는 약 103만 2000원이었다.

사교육걱정은 "서울시 반일제 이상 유아 영어학원 교습 시간은 초등학교 수업 시수 기준으로 하루 7.7교시에 해당된다"며 "초등 1·2학년 시수(평균 5교시)보다 2.7교시가 많고 중학교 하루 수업시간(4시간 57분)보다도 많다"고 말했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200일 앞둔 지난 4월 30일 서울 종로학원 본원에서 당시 수험생들이 황금연휴에도 공부를 하고 있다.

입시 경쟁 끝나니 취업 경쟁 시작
#3. 50대 회사원 김 씨는 지금도 대학생활을 떠올리면서 추억에 잠긴다. 선·후배들과 함께 잔디밭에 모여 담소를 나누던 모습, 철학책을 읽으며 사색에 잠기던 모습, 강의실에서 열띤 토론을 하던 모습 등··· 이 모든 것들이 김 씨가 기억하는 캠퍼스 낭만이다.    

#4. 대학생 유 군의 캠퍼스 생활은 언제나 동일하다. 강의실→도서관→강의실→도서관→기숙사. 비록 2학년이지만 유 군은 지금부터 취업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최근 신조어가 등장했다. 일명 취업 사교육이다. 유아부터 초·중·고에 이르기까지 입시를 위해 사교육을 받았다면 대학부터 취업을 위해 사교육을 받는다. 입시 경쟁이 끝나니 취업 경쟁이 시작되는 것.

실제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해 3월 취업준비생 522명을 대상으로 '취업 사교육 경험'을 조사한 결과 28.4%가 '사교육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사교육을 받은 이유로는 '취업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56.1%)'와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 효과적일 것 같아서(53.4%)'가 가장 많았다. 이어 ▲준비 방법을 잘 몰라서(37.2%) ▲경쟁에서 뒤떨어질까 불안해서(29.1%) ▲학교 교육으로는 부족해서(25%) 순이었다. 사교육 유형은 '토익 등 어학 교육'이 53.4%(복수응답)로 1위를 기록했다. '자격증 취득 교육'이 48.6%로 2위에 올랐다. '취업 컨설팅'(18.9%), '이미지 메이킹'(10.1%), '인적성/필기시험 대비 교육'(8.8%) 등도 사교육 유형에 포함됐다. 

또한 지난 4월 통계청이 발표한 '3월 고용동향'을 보면 취업 사교육생들의 비율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취업을 위한 학원·기관 수강 등 취업 준비 인구 수'는 69만 1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만 9000명(2.8%)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취업 경쟁은 대학가의 풍경도 바꾸고 있다. 캠퍼스 곳곳에 모여 토론하고 벤치에 앉아 책을 읽던 모습이 사라지고, 대부분 대학생들이 도서관에서 토익 공부와 공무원 시험 준비에 전념한다. 한 마디로 이제 더 이상 대학가는 학문의 전당이 아니다. 취업 경쟁의 장이다. 대학생들의 손에는 철학책과 교양책 대신 토익과 공무원 시험 문제집이 들려 있다. 대학생들은 공강 시간에 토론과 사색 대신 영어 회화를 듣는다. 수업 종료 후에는 학원으로 달려간다. 지금 대학생들에게 캠퍼스 낭만은 옛말이다.

   
▶서울 한 대학가의 채용 정보 게시판

 

당신은 몇 점? 경쟁 부추기는 사회
#5. "OOO 학생, 2016학년도 서울대 합격을 축하합니다."

#6. "OOO 씨, 서울대 출신에 직업이 검사이시군요. 당신의 점수는 55점입니다. OOO 씨, 4년제 지방 사립대 출신에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계시군요. 당신의 점수는 10점입니다."

입시와 취업 경쟁은 사회 현상과 맞물려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학벌과 직업이 사람의 가치를 결정한다. 이에 더 좋은 학교에 가기 위해, 더 좋은 직업을 얻기 위해 대한민국에서 경쟁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사교육걱정이 지난해 2월부터 5월까지 학교·학원가의 대학 합격 현수막을 조사한 결과 A 여고의 경우 "2016학년도 서울대 합격을 축하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합격 학생들의 이름을 공개했다. B 고교는 서울대 등 '인 서울 대학' 합격자 수를 상세히 기재했다.

대학 합격 현수막 실태는 학원가가 더욱 심했다. 학교 대비 학원가의 대학 합격 현수막 비율은 1:9 정도. C 학원은 서울대와 의예과 합격자 등을 공개하며 "이제 평촌에서 재수하자"고 광고했다. D 학원은 합격자 정보에 탈북 학생까지 표기했다.

   
 

사교육걱정은 "이미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합격 현수막은 학벌 차별을 부추기는 비교육적인 광고 수단이니 자제하라는 입장의 성명을 2012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발표했고 교육부에서도 합격 현수막 자제 요청 공문을 각 학교마다 보냈다"면서 "하지만 일부 학교들, 특히 사립학교들은 여전히 합격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교육걱정은 결혼정보회사의 학벌과 직업 등급제 사실도 확인했다. 즉 E 결혼정보회사는 '21세기 신귀족'이라고 표현하며 'SKY대-명문대 유학', '수도권 4년제-일반 유학', '지방 4년제', '전문대 이하'로 학력 수준을 기재한 뒤 일명 '노블레스(noblesse·귀족) 점수'를 산출했다. F 결혼정보회사는 남자를 기준으로 학벌 점수를 최대 25점부터 최소 5점까지, 직업 점수를 최대 30점부터 최소 5점까지 구분했다. 

   
 

사교육걱정은 "일부 결혼정보회사들이 자의적인 기준을 적용, 출신 학교 차별을 부추기는 곳도 있다. 이런 등급과 차별 행태가 마치 사회적으로 합리적이고 바른 일인양 당당하게 내건 것은, 차별을 시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미비하고 규제가 약하기 때문"이라며 "사람을 등급으로 점수화시키며 차별하는 관행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없어져야 할 문화"라고 말했다.

입시와 취업 경쟁에 교육은 뒷전
이처럼 대한민국에서는 유아부터 대학생까지 경쟁이 되풀이된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우리 학생들은 경쟁 구도에 떠밀린다. 좋은 대학에, 좋은 직장에 가지 못하면 '루저'로 낙인 찍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인간 됨됨이를 위한 교육'은 뒷전으로 밀리고, 입시와 취업 성공이 최대 관심사다. 오죽했으면 학교는 명문대 합격률을, 대학은 취업률을 자랑할까?

하지만 교육이 경쟁에 매몰되면 바람직하지 않다. 루소는 "교육의 목적은 기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만드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대한민국 교육은 하루속히 입시와 취업 경쟁에서 벗어나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올바른 사람을 길러내기 위해 힘써야 한다. 또한 사회도 학벌과 직업 등 스펙으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교육에도, 국가에도 희망이 있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무한 경쟁교육에서 공존과 협력교육으로의 전환, 양극화와 기회 불평등의 해소는 우리 교육이 당면한 대표적 과제"라면서 "개혁의 핵심은 특권으로 불평등하고, 경쟁만능으로 서열화된 교육체제를 바꾸는 것에 있다"고 밝혔다.


정성민 기자 jsm@d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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