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의 논술의 핵심, "배경지식 내용을 숙지해라"
김성호의 논술의 핵심, "배경지식 내용을 숙지해라"
  • 대학저널
  • 승인 2017.06.29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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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교과형 논술 완전 정복 - 서강대학교편

한 마을에 아주 좋은 목초지가 있었다. 그 마을에는 10가구가 있었고 목초지에서 양을 키우며 생계를 유지했다. 각 집에서는 10마리의 양을 키웠으며 그 목초지는 양 100마리를 키우기에 적당한 크기였다. 어느 날 한 집에서 남들 모르게 양을 한 마리 더 키웠다. 그 집은 한 마리의 양을 더 키움으로써 더 많은 소득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마을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 좋은 목초지가 완전히 황폐화되어버려 마을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 사라진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목초지가 황폐화된 이유를 조사하였고 그 결과 집집마다 남들 모르게 양을 한두 마리 더 키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결과 양들이 풀뿌리까지 먹어버렸고 목초지는 황폐화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던 것이다.
(2009학년도 이화여자대학교 논술고사 예시문제 인용)

위 제시문은 ‘공유지의 비극’ 현상을 보여주는 가장 전형적인 예이다. 공유지의 비극이란 공공재나 공동자원이 쉽게 고갈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유의 예들은 시민 사회 구성원 모두의 것에 해당하는 자원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왜 공원의 과일은 채 익기도 전에 사라지는 것일까? 공중 화장실의 화장지는 왜 빨리 없어질까? 바다의 물고기를 마구잡이로 포획해 어종이 멸종되는 일은 왜 발생할까?

이러한 궁금증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파헤친 학자가 ‘가렛  하딘’(Garrett Hardin, 1915~2003)이다. 생물학 교수였던 하딘은 1968년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이란 제목의 논문을 기고하면서 논쟁을 시작했다.

하딘은 개인은 자기 이익만 생각해서 독립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모두에게 손해가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기만 손해 본다는 생각에 주인이 명확하지 않은 공유 자원을 마구잡이로 파괴한다고 주장하면서, 지구라는 유일한 자원을 지금처럼 아무도 아끼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공멸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이후 ‘공유지의 비극’이란 말은 인류 모두가 감당해야 할 환경 재앙을 대변하는 용어가 되었다. 하딘의 논문은 경제학자들에게 커다란 화두를 던졌다. 사람들은 세금은 내기 싫어하면서 세금으로 베풀어지는 도로, 복지, 치안 같은 각종 공공재는 최대로 누리고 싶어 한다. 무임승차자 문제라고도 하는 이런 문제 때문에 공공재 생산과 소비는 비효율성을 띨 수밖에 없다. 공공재에 적절한 가치를 부여하지 않으면 공공재가 공유지로 전락하여 비극이 발생하는 것이다.

공유지의 비극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세 가지 정도로 정리된다.

1. 강력한 제 3자(정부)의 개입과 규제
우선 정부 등 제3자가 개입해 강제적인 방법으로 공유지의 황폐화를 저지시킬 수 있다. 강력하다는 것의 의미는 처벌을 강제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법이나 제도 등을 통해 공유자원 파괴 행위에 대해 강도 높은 처벌을 가한다면 사람들은 자신의 이기심을 함부로 드러내지 못할 것이다.

2. 경제학적 해법, 사유화
또 한 가지 방법은 공유지를 나누어 개별 경제주체인 마을 사람들에게 각각 재산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개인의 권한과 책임이 명확해져 각자 자기 몫의 목초지를 소중히 관리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방법이 사용된다. 아프리카의 코끼리 수는 점차 감소하는 추세로 그 멸종이 우려되고 있다. 상아를 팔면 큰돈이 된다는 사실 때문에 무분별한 밀렵과 포획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케냐 정부는 코끼리 사냥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밀렵을 하다 잡히는 사람들을 중형에 처했지만, 코끼리 수의 감소를 막을 수는 없었다(첫 번째 해법의 실패 사례). 반면 짐바브웨 정부는 부족별로 공유지를 할당하고 코끼리를 사냥할 수 있는 권리인 사유재산권을 부여했다. 그리고 코끼리의 상아 거래를 합법화하고 상아를 판매한 돈은 부족민들이 나누어 가질 수 있도록 했다. 그랬더니 감소하던 코끼리 수는 서서히 늘어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3. 공동체의 자율적인 합의, 자치

마지막 방법은 공동체 내부의 자율적인 힘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외부의 개입을 전제로 하지 않기 때문에 강제적이지 않고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따를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법이다. 인간은 이기적이지만 소통과 신뢰를 통해 충분히 공동체 의식을 형성할 수 있다. 이것은 2009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 1933~2012)의 연구 성과로 널리 알려졌다.

그녀는 아프리카 주민들에 의한 목축지 관리와 네팔의 서부 마을(Dang마을)에서 관개 시스템 관리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다. 일부 시도들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으나, 그녀는 천연자원을 관리하고 생태계 붕괴를 막기 위한 다양한 제도적 시도들을 사회가 어떻게 개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계속했다. 그녀의 작업은 인간-생태계 상호작용의 다면적인 성질을 강조했다. 따라서 각 사회생태 시스템에 대해 국가 또는 시장만이 공유자원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라는 국가-시장의 이분법적인 접근법들에 대해 반대하고, 자치(Self Governance)를 통해 공유자원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시민들 사이의 자치로 공유자원문제 해결에 성공한 좋은 사례의 하나를 터키의 한 어촌에서 찾아볼 수 있다. 터키 알라니아의 100여 어민들은 여러 종류의 어망을 사용하면서 개인별로 두세 척의 어선을 이용하여 고기를 잡는다. 이런 시장 경쟁 상황에서 점차 심각한 문제가 생겨나게 되었다. 첫째, 어장의 무절제한 이용으로 어민들 사이에 적대감, 때때로 폭력적 갈등이 생겨났다. 둘째, 보다 좋은 조업 지점을 차지하기 위한 어민들 사이의 경쟁 때문에 조업 비용이 증대되었고, 특정 어선의 잠재적 어획량의 불확실성 또한 증대되었다. 셋째, 어획량 증대로 어족 자원 자체가 줄어드는 위기가 초래되었다.

1970년대 초반 이후 지역 조합원들은 현지 어민들에게 조업 구역을 배정하는 새로운 운영 시스템을 실험하기 시작했다. 이 시스템은 조업 위치 간의 간격을 충분히 설정하여 각 조업 위치에서는 산출량을 최적화한다. 또한 이 시스템은 가장 좋은 위치에서 고기잡이할 수 있는 기회를 각 어선에 동등하게 부여한다. 이 시스템 하에서 조업 위치를 물색하고 차지하기 위한 싸움에 자원이 낭비되는 일은 없었으며, 과잉 조업의 징후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이 달의 미션
배경지식 주제 강의에서 소개한 ‘공유지의 비극’ 현상을 제시문으로 사용한 전형적인 논제를 살펴보자. 이 주제에 대한 관심은 그야말로 뜨거운 수준이다. 다양한 논술고사에서 이 주제를 확인할 수 있다. 2009학년도 경희대학교, 2009학년도 이화여자대학교 예시문제, 2010학년도 연세대학교, 2010학년도 성균관대학교, 2011학년도 경희대학교, 2011학년도 서강대학교, 2012학년도 국민대학교 수시2(오전), 2017학년도 이화여자대학교 모의 논술고사 등에서 이 주제를 다뤘다. 이 달의 논제에선 2011학년도 서강대학교 기출문제를 소개한다. 위 배경지식 내용을 숙지하고 나서 문제를 보면 출제자의 시선이 느껴지리라 기대한다.

<문제: 1,000~1,200자>
[가] [나]의 문제와 그 원인을 정리하고, 그 해결책의 일환으로 제시된 [다] [라]의 한계를 설명한 다음, 그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대안을 [마]에서 추출한 논거를 바탕으로 제시하라.

[가] 오늘 당신의 곡식이 익고, 내일은 내 곡식이 익는다(고 하자). 오늘은 내가 당신을 위해 일하고, 당신은 내일 나를 돕는다면 두 사람 모두가 이익을 챙길 것이다. (그런데) 나는 당신에 대한 호의가 없으며, 당신도 나에 대한 호의가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나는 결코 당신의 이익을 위해 수고하지 않을 것이고, (당신의) 보답을 기대하며 나의 이익을 위해 내가 당신과 함께 노동하더라도 나는 실망할 것이며, 당신의 감사하는 마음에 기대려 했던 것이 얼마나 실없는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 경우에 나는 당신이 혼자 일하도록 내버려 둘 것이며, 당신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계절이 바뀌고, 우리는 둘 다 서로에 대한 신임과 보장이 부족한 까닭에 수확기를 놓치게 될 것이다.
   ―데이비드 흄, 『인간 본성에 관한 논고』

[나] 어떠한 목동도 다른 목동이 공유지에서 가축에게 풀을 먹인다고 해서 자기 가축을 거두진 않는다. 공유지에 있는 풀이 고갈될 것을 염려해 자기 가축을 거두게 되면 혼자 손해 보게 될 것이라 예상해서다. 모두가 그러한 생각을 해 가축을 공유지에 풀게 되면, 공유지는 황폐해지고 결국 모두가 가축을 먹일 수 없게 된다.

 만약 모든 노동자가 동시에 파업에 동참한다면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파업을 지켜보려 한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파업의 과실을 챙기려 무임승차한다. 파업 참여자는 비협조자의 배신을 경험하게 마련이고 다음 파업에 참여하지 않게 된다. 결국 파업은 좀체 이뤄지지 않고, 모두 파업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놓치게 된다.

 깨끗한 물, 이웃 간 우애 등과 같은 공공재를 그것의 생산에 대한 공헌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가 누릴 수 있다. 그러므로 그것의 유지, 생산에 기여하도록 유도할 체계를 갖기가 힘들다. 그 결과 아주 적은 양의 공공재만이 생산되고 모두가 고통을 받게 된다.
―로버트 퍼트넘, 『나 홀로 볼링』

[다] 원칙적으로 (국가에 의한) 제 3자 강제라는 해결책은 다음과 같은 속성을 지니는 중립적인 존재를 상정하고 있다. 비용을 들이지 않고 계약 내용을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어야 하고, 계약을 파기하는 당사자가 계약의 파기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될 상대방에게 보상하게 만드는 강제력이 있어야 하며, 그 보상의 정도를 충분히 크게 만들어 계약을 파기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능력과 강제력을 갖추는 데 비용이 들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더글라스 노스, 제도, 『제도의 변화와 경제행위』

[라] 토마스 홉스의 말대로 제 3자 강제가 없다면 자연 상태에서 인간은 타인과 끊임없이 충돌하였을 것이다. 이러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에서는 그들이 원하는 안전과 평화를 유지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인간은 서로 간에 계약을 맺어 리바이어던(Leviathan)을 수립했다. 인간은 이 리바이어던의 명령에 따름으로써 평화를 누릴 수 있다.
―고등학교 교과서 『정치』

[마] 11월에는 바람이 심하게 분다. 내 집에 있는 나무의 낙엽이 다른 집 마당에 떨어질 확률이 높다. 하지만 내 이웃들이 모여 나에게 나뭇잎을 치우라며 돈을 지불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내 이웃 사이에서는 마당의 낙엽을 깨끗이 청소해야 하는 규범이 있기 때문에 때때로 나는 토요일 오후에 텔레비전 보는 일을 즐기지 못하기도 한다. 사실 이 같은 규범을 학교에서는 가르쳐 주지 않는다. 그러나 동네 사람들은 새로 이사 오는 사람에게 이 규범을 알려준다. 또 가을이 되면 자주 이 규범을 언급하고 자신의 마당을 열심히 빗질함으로써 이 규범을 강화시킨다. 낙엽을 쓸지 않는 사람은 이웃 간 행사에서 따돌림을 당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동네에서 낙엽을 쓸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게 된다. 비록 규범이 아무런 법적 구속력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그리고 내가 낙엽 쓰는 것보다 축구중계 보는 것을 선호하지만, 나는 대부분의 경우 규범을 따르게 된다.

사회적 신뢰의 기반이 되는 이와 같은 규범이 발생, 유지, 강화되는 이유는 그것이 거래비용을 낮추어 주고 협력을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규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호혜성이다. 호혜성은 구체적인 것과 포괄적인 것으로 나뉜다. 구체적 호혜성은 등가(等價)의 항목을 교환하는 것을 지칭하는 것으로서, 사무실에서 명절 선물을 교환하는 것, 국회의원들의 ‘주고받기 식 입법’ 등을 들 수 있다. 포괄적 호혜성은 어느 특정한 시기에는 보상을 받지 못하거나 가치가 다를 수 있는 지속적인 교환의 관계를 지칭한다. 이것은 내가 오늘 베푸는 혜택이 언젠가 보상받으리라는 상호기대를 전제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정 관계는 거의 언제나 이러한 포괄적 호혜성을 포함한다. 키케로는 포괄적 호혜성의 규범을 다음과 같이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친절을 갚는 것보다 더 불가결한 의무는 없다. 자신이 받은 혜택을 쉽게 잊는 사람을 모든 사람들은 불신하게 된다.”

포괄적 호혜성의 규범은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 규범이 통용되는 공동체에서는 기회주의를 보다 효율적으로 억제할 수 있고 집합행동의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 중세 북부 이탈리아의 공화정에서 시민들이 안보 딜레마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었던 자구적 결사체(self-help association)의 핵심에는 바로 포괄적 호혜성이 있었다. 또한 19세기 경제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등장한 상호부조 모임도 마찬가지였다. 포괄적 호혜성은 개별이익과 연대성 간 갈등을 해소하여 주었다.
로버트 퍼트넘, 『사회적 자본과 민주주의』

논제 해설
까다롭기로 악명이 높은 서강대의 변모가 물씬 느껴지는 좋은 문제다. 유사한 성격의 제시문을 둘씩 제시함으로써 특정 제시문 내용에 빠져들 위험성을 제거해 주려는 친절함도 묻어난다. 대개 제시문은 어떤 긴 논문이나 저술의 한 부분이라서 그 원문의 맥락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러다 보니 출제자들의 기대와 달리 논제와 무관하거나, 다른 제시문들과의 관계에서 볼 때 중요하지 않은 대목들에 주목하는 답안들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이 논제에선 비슷한 관점의 제시문들을 함께 제시하여 학생들이 두 제시문들의 공통분모에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래서 답안 역시 각 제시문을 독립적으로 고찰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즉, 문제와 그 원인을 정리할 때는 [가], [나] 두 제시문에 공통적인 내용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각자 자신의 이익만을 고려할 때, 공유자원은 쉽게 고갈되고 공동으로 누릴 수 있는 이익을 놓치게 된다는 점을 제시하면 되겠다.

[다], [라]의 경우도 별개의 해법으로 정리하면 안 된다. 이 제시문들의 해법 역시 공통 요소에 주목하여 제시해야 한다. 배경지식을 잘 소화한 학생이라면 [다], [라]의 해법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모두 강제력을 가진 강력한 제 3자의 개입과 규제로 공동자원 고갈, 혹은 공동체의 손실을 막는 방안이라고 서술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방안의 한계는 시민 사회의 자율성을 부정하는 일방적 규제라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마]의 해법이 바로 배경지식 코너에서 소개한 세 번째 해결방안을 보여준다. 강력한 금지와 처벌에 의하지 않고 시민들 사이의 자율적인 합의와 호혜성의 실천으로 공동체의 이익을 실현하고 사회적 자본을 두텁게 쌓을 수 있다는 점을 자신의 언어로 적절히 표현하면 된다. 원체 제시문 내용이 친절하여 달리 쓰기도 쉽지 않겠다(^^).

사실 이 논제엔 출제자들의 친절함이 은밀하게 감춰져 있기도 하다. 배경지식 코너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공유지의 비극 혹은 공동자원 딜레마 현상의 해법에는 ‘사유화’라는 경제학적 해결책도 있다. 이것은 대개의 경제학 교과서들에서 최선의 답안이라고 확신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니 이 해법도 사실 오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이 경우까지 고려하여 제시문들을 구성했다면 학생들은 심하게 혼란스러워했을 수도 있다. 어느 경우든 답이 될 수 있는데도 말이다. 그 혼란의 가능성을 출제자들이 원천적으로 제거해 줬다는 점에서 출제자들의 호의가 잔뜩 묻어난다.

분량 관계상 평가를 생략하고 우수 답안을 하나 소개한다.

우수 답안

[가]와 [나]에는 집단행동의 상황에서 개인적 성향으로 인한 갈등 상황이 제시되어 있다. 우선 [가]를 보면, 공동체 구성원들이 서로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상호협력하면 함께 이익을 누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아무런 도움 없이 각자 곡식을 수확하면서 결국 두 명 모두 성공적인 수확에 실패한다. 이는 협력과 상생의 자세가 중요한 것임을 잘 보여준다. 다음으로 제시된 [나]에서는 양보하는 자세와 배려심이 결여된 집단 구성원들의 행동으로 결국 구성원 모두가 피해를 입게 된 상황이 나타나 있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구성원들이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혹은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욕심껏 목축을 감행하면서, 결국 공유지가 황폐화되는 비극이 초래된 것이다.

이러한 문제 상황들에 대한 극복 방안을 [다], [라]에서 찾을 수 있다. 두 제시문은 모두 개인주의에서 비롯된 집단 내 갈등상황을 강제력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강력한 힘을 가진 국가나 기관이 나서, 개인들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만 이익을 추구하도록 제한하는 등의 법이나 제도를 통해 집단을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속력과 강제력의 발휘는 계약을 어기는 자에게 그 대가를 치르게 함으로써 각자의 이익이 확실히 보장되게 하고 공유자원의 손실을 막아준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공동체 의식과 협동심, 신뢰의 결여로 인해 발생된 [가], [나]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제 3자의 구속 아래서는 그 강제력에 의해, 벌금을 내지 않기 위해 규칙을 준수할 뿐, 구성원 간의 협력이나 호혜성이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되려 더욱 개별적인, 소통하지 않는 구성원이 되도록 부추기는 역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공동체의 의미를 상실하게 하는 모순적 한계를 [마]에 제시된 대안들로 극복할 수 있다. [마]는 사회적 신뢰에 기반을 둔 규범과 호혜적 관계에 초점을 두고 있다. 사회 구성원들 간 합의한 규범은 [다], [라]의 방법처럼 법적인 구속력을 갖지는 않지만 이를 지키지 않을 때 그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불편을 겪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정 정도의 통제력을 지닌다. 또한 강요에 의한 실천이 아닌 자발적 실천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이 규범을 준수하는 데에 구성원 간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호혜성이 더해지면서 공동체의 이익 또한 커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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