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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 추진, 외고·자사고 폐지"
[문재인정부 교육개혁 전망과 쟁점]④고교편
2017년 05월 18일 (목) 09:58:40

[대학저널 정성민·유제민 기자] 문재인정부가 본격 출범했다.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로 이어진 보수정권이 9년 만에 교체, 진보정권이 탄생한 것이다. 이에 교육분야에도 대대적인 개혁이 예고되고 있다. <대학저널>이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공약을 통해 교육개혁 전망과 쟁점을 시리즈로 연재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의 최종 대선 공약집을 보면 문 대통령의 고교 공약은 크게 ▲고교학점제(DIY형 교육) 추진 ▲외고·자사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특성화고 3년 재학연한 폐지와 학점제 도입 ▲특성화고 先육훈련경험인정제 추진 등으로 압축된다. 고교 학점제로 진로맞춤형 교육을 실현하고, 복잡한 고교 체제를 단순화하며, 고졸 우대를 통해 고졸희망시대를 만들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구상이다.

고교학점제(DIY형 교육)의 목표는 진로·적성 맞춤형 교육 실현이다. DIY란 'Do It Yourself'의 약어로 '스스로 하는 것'을 의미한다. 더민주는 "고교에서 필수교과를 최소화하고 학생에게 교과 선택권을 부여한다"면서 "학생이 원하는 강좌를 신청, 학점제로 운영하고 고교학점제 도입 시 진로설계 코칭을 강화한다"고 설명했다.

고교학점제는 '1단계: 학교 내 개인맞춤형 선택 교육과정→2단계: 학교 간 연합 교육과정 운영→3단계: 지역사회연계형 교육과정 운영→4단계: 온라인 기반형 교육과정으로 확대' 순으로 추진된다. 특히 고교학점제에 따라 일반고, 특성화고, 대안학교 간 학점 연계가 허용되고 일반고 학생의 특성화고 학점 이수 활성화를 위해 전공인증제가 도입된다. 

또한 문 대통령은 일반고, 특목고(외고·과학고·국제고·영재고),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자율형 사립고(이하 자사고), 자율형 공립고 등으로 구성된 고교 체제를 일반고, 특목고(과학고·영재고),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자율형 공립고 등으로 단순화할 방침이다. 즉 문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외고·자사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이 추진된다. 다시 말해 외고·자사고·국제고가 폐지 대상에 오른다. 

문 대통령은 특성화고 육성 계획도 제시했다. 이에 특성화고 3년 재학연한 폐지와 학점제 도입을 비롯해 특성화고-전문대학 연계 강화, 先교육훈련경험인증제(특성화고 졸업생의 대학 진학 시 先교육훈련경험을 학점으로 인정하는 제도) 등이 시행된다. 

   
▶고교 수업 장면

교육계, 신중론 제기
문 대통령의 고교 공약을 두고 교육계에서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고교학점제가 대표적이다. 박근혜정부의 교육개혁 성공사례로 자유학기제가 꼽힌다. 문재인정부에서는 고교학점제가 교육개혁 성공사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충분한 여건 조성과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교육계의 입장이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 대변인은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가진 목표를 위해 희망과목을 공부할 수 있도록 한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며 "다만 이를 우리나라 교육환경에서 시행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느냐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정책 실현을 위해 다양한 과목이 개설돼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그렇지 못하고, 과목을 가르칠 교사와 시설도 부족하다. 학점제란 이름이 무색하게 학생들이 특정과목에만 몰리게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더욱이 고교학점제에 맞춰 입시제도도 개편해야 한다. 여건이 우선 조성된 다음 고교학점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학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정책실장은 "학점제는 학생들의 관심과 흥미가 있는 과목 중심으로 과목을 편성하는 것인데 단기적으로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과목에 대한 편식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현행 입시 제도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특정과목 중심으로 교육과정이 선택될 수 있다. 국영수 중심의 집중된 교육과정이 나타날 우려도 있기 때문에 고교학점제 시행은 교육과정 전반에 대한 검토 속에서 충분한 연구와 토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 역시 "고교학점제가 학생들의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이지만 실제 시행과정에서 뚜렷한 로드맵이 없어 보인다"면서 "학교 현장에 혼란을 줄 우려가 있다.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육단체뿐 아니라 고교 현장에서도 어려움을 예상하고 있다. 김유성 죽전고 교장은 "고교 학점제를 시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학교에 따라 인프라가 갖춰진 곳도 있고 그렇지 못한 곳도 있다. 교수 자원 확보 등의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하는데, 여건이 되는 학교는 할 수 있다고 해도 획일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외고·자사고·국제고 폐지, 갈등 예고
문 대통령의 고교 공약에서 외고·자사고·국제고 폐지는 포탄의 뇌관이다. 외고·자사고·국제고 폐지의 경우 전형적인 진보정당의 주장이라는 점에서 진보진영을 중심으로 환영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보수진영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은 "금수저, 흙수저로 갈라서 교육하는 현실 자체가 비교육적이다. 특목고와 자사고는 도입 취지와 달리 귀족학교, 입시학원으로 전락했으며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요소다. 특목고를 폐지하고 일반고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면서 "우리나라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경쟁이다. 교육 선진국 핀란드에서는 '경쟁이란 스포츠에나 있다'는 말이 있다. 우리 사회는 경쟁 이데올로기를 맹신하고 있으며 사회에서나, 교육에서나 이를 당연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지적했다.

송 대변인은 "경쟁은 오히려 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을 저해하며 학생들을 불행하게 만들었다. 경쟁보다 협력을 중심으로 교육을 재구성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교육이 교육다워지고 학생들의 잠재력이 발전할 것이다. 다만 (외고·자사고·국제고 폐지는) 사회적 계층을 염두에 둔 정책이기 때문에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정부가 어려움을 과감히 헤치고 공약을 달성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은순 참교육학부모회 회장도 "외고·자사고·국제고 폐지를 적극 환영하며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실현이 가능한 정책"이라면서 "모든 사람들이 당당한 시민의식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교육이 대학 서열화 체제이기 때문에 바늘구멍에 들어가기 위해 초중등 교육이 피폐해졌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국제중, 자사고 등의 학교가 원인이다. 고교까지는 보편교육으로 가야 하며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문 대통령이 우리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학생들을 가장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개선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보수진영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재철 교총 대변인은 "자사고 도입은 고교 다양화 정책에 의해 추진됐다. 시행된 지 이제 18년이 돼 가고 있으며 우리나라 교육의 한 축이 됐다"면서 "문제가 있다고 특목고를 폐지한다는 것은 너무 극단적인 방법이다. 문제가 있다면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특목고는 다양한 학생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차원에서 설립됐다"면서 "일반고만으로 그러한 수요를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사고는 서울시교육청이 진보성향의 조희연 교육감 취임 이후 2014년과 2015년 자사고 폐지를 추진한 데 이어 문 대통령이 외고·자사고·국제고 폐지를 공약하자 반대 입장을 분명히 보이고 있다. 

오세목 자율형사립고연합회 회장(중동고 교장)은 "(자사고를 폐지하면) 우리나라 고교가 2530여 개 정도 되는데 정부 통제로 선택권이 없어 획일화된 교육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여건에서는 21세기 인재를 기르는 데 한계가 있다"며 "자사고 도입은 평준화 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혁 의지가 있는 학교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다른 학교에도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추진됐다. 이것을 다시 일반고로 전환해 획일화, 평등화를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시대흐름에 역행하고 교육을 퇴행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 회장은 "일부 단체들은 자사고가 입시학원으로 전락했다고 하는데 이것은 왜곡된 주장이다. 자사고 학생들이 다 명문고에 가는 것도 아니고, 일반고 학생들 중에도 열심히 노력해 좋은 대학에 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자사고를 폐지한다고 고교 서열화가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등의 형태로 또 다른 서열화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오 회장은 "정부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고교에 더 많은 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 자사고로 지정받기를 원하는 학교들도 많다"며 "자율성을 키우지 못하면 고교가 발전하지 못한다. 협력과 경쟁을 통해 학교 발전을 유도해야 한다. 다양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민주주의 원칙에도 맞다"고 강조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자사고 폐지를 추진할 당시 자사고 학부모들이 반대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교권 확립 등 일반고 경쟁력 강화 주문
고교현장에서는 교권 확립, 교육과정 다양화 등 일반고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도 중요하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김유성 죽전고 교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교육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은 시대 흐름에 맞는 것이지만 교육의 본질적인 부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초중고 교육 등 성장기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은 교원의 역할이다. (교원 등) 교수 자원들의 역량을 길러주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교육이 바로 서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교장은 "교원들의 권한과 권리의 훼손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으며 일부 분별이 없는 학생, 학부모들로 인해 교권이 위태로워졌다"며 "교육은 어디까지나 상호 신뢰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교육의 질이 높아지고 국가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 정부가 교권이 바로 설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은 "교육의 다양화는 '학교의 다양화'가 아닌 '교육과정의 다양화'를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자사고와 달리 일반고는 교육과정을 다양하게 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일반고에 자율권을 부여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야 학생들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고교 서열화를 없앨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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