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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김영란법' 도마 위
카네이션 선물 위반, ·달라진 풍속도 등장···과잉해석 개선 요구
2017년 05월 16일 (화) 15:13:49

[대학저널 정성민 기자] "스승의 날에 카네이션을 전달하는 것은 단순히 꽃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사제 간 전통적 모습의 상징으로, 카네이션 한 송이가 사회적 비판과 척결 대상인 부정부패나 청탁행위가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제자의 스승에 대한 감사 표시조차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 위반으로 해석할 경우 교사-학생-학부모 등 교육공동체 구성원 간 존중과 신뢰, 감사 관계가 깨어지고 기계적·형식적 관계로 전락할 수 있다."(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스승의 날이 제정된 지 지난 15일 36회째를 맞았다. 학교마다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 학생들이 스승의 은혜에 감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올해 스승의 날은 여느 해와 달리 학교들이 혼란을 겪었다. 지난해 9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학생대표를 제외하고 카네이션을 교사에게 전달할 경우 김영란법 위반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동시에 광범위한 김영란법의 해석과 규정이 또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에 따르면 김영란법은 크게 부정청탁 금지와 금품등 수수의 금지로 구분된다. 먼저 부정청탁 금지에 따라 누구든지 공직자 등에게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부정청탁을 할 수 없다. 특히 부정청탁은 금품 등이 오가지 않고 구두로만 이뤄져도 성립된다.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따라서는 공직자 등이 동일인으로부터 직무 관련 여부와 관계없이 1회 100만 원 또는 매 회계연도 300만 원을 초과, 금품 등을 수수한 경우 처벌을 받는다. 100만 원 이하라고 해도 직무 관련 금품 등을 수수한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단 직무 관련성이 있어도 가액 한도(음식물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 10만 원) 내에서는 일부 접대와 금품 수수가 허용된다.

문제는 김영란법의 해석과 규정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모호하다는 것. 스승의 날 카네이션이 대표적이다. 당초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는 스승의 날 카네이션 전달 자체를 김영란법 위반으로 규정했다. 성적 등을 관리하는 교사의 직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국회 정무위원회의 소속 의원들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학생이 스승에게 카네이션도 못주게 됐다"며 당시 성영훈 권익위 위원장에게 질타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그러자 권익위는 "학생대표 등이 스승의 날에 교사(담임교사 포함)에게 카네이션을 전달하는 것은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금품 등에 해당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바꿨다. 

하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학생대표가 아닌 학생이 카네이션을 선물하면 김영란법 위반이다. 심지어 직접 만든 종이꽃도 허용되지 않는다. 학생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스승에게 감사 표시할 수 있는 길이 원천적으로 차단된 셈이다.

이를 반영하듯이 올해 스승의 날에는 새로운 풍속도가 등장했다. 서울 숭례중 학생들은 카네이션 대신 교사에게 직접 만든 종이 상장을 전달했다. 부산 경남여중 학생들은 카네이션을 구입하지 않고 교정의 장미꽃을 한 송이씩 포장, 교사들에게 전달했다. DGIST 학생들은 '오르(Oar·조정배를 젓는 노) 사열 행사'를 개최, 교수들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오해의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 휴교 또는 백일장 등 행사를 개최한 학교들도 적지 않았다. 

   
▶ DGIST 학생들이 준비한 '오르 사열 행사' 

반면 일각에서 '속 편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매년 스승의 날 선물로 고민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 초등학생 학부모 정모 씨는 "학부모 입장에서 스승의 날이 되면 고민이 되는 게 사실이다. 선물이 약소하거나 부족할 경우 우리 아이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염려된다"면서 "김영란법으로 선물 고민을 안해도 되니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사들은 학생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전달하는 카네이션조차 김영란법 위반이라는 사실에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권경희 성남 중원초 교감은 언론 기고를 통해 "학교 현장은 '부정청탁 금지법' 시행 이전에도 스승의 날마다 곤혹스러웠다. 교육 행정기관들이 각 학교에 '선물을 받지 않는다'는 가정통신문을 보내라 종용하고, 교사들은 자괴감 속에서 빨리 스승의 날이 지나가기만 기다렸다. 요즘 대부분 교사의 바람이 있다면 불편하기 그지없는 스승의 날을 차라리 없애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부담감을 느끼고, 교사들은 자존심이 상하고, 아이들은 종이꽃 한 송이도 만들지 못하는 스승의 날이라면 왜 지속돼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또한 한 대학교수는 "김영란법으로 부정·부패의 몸통을 잡아야지 애꿎은 민초들에게 불똥이 튀고 있다"며 "이러다가 정작 도려내야 할 대상들은 도려내지 못한 채 선의의 피해자만 생기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부정청탁과 뇌물수수 관행 근절을 위해 야심차게 등장한 김영란법. 법 제정 이후 긍정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에 김영란법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광범위하고 모호한 법 규정과 해석으로 제2·제3의 카네이션 논란이 없도록 재검토와 개선도 요구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앞으로도 작은 정성이 왜곡돼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존경과 신뢰의 교육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성민 기자 jsm@d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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