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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 발목 잡힌 대학가, 미래가 불투명하다"
[특별기획-대선후보들에게 바란다] ①대학가편-상
2017년 03월 13일 (월) 16:46:38
   
 

[대학저널 정성민 기자] 19대 대통령선거(이하 대선)가 조기에 실시된다. 이에 대선후보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동시에 교육공약도 쏟아지고 있다. 교육부 폐지, 학제 개편, 사교육 폐지, 자사고·외고 폐지, 국가교육위원회 설립, 대학 공동학위제 확대, 대학재정지원사업 통폐합 등. 하지만 교육공약은 신뢰와 공감을 얻기 보다 실효성에 물음표가 찍히고 있다. 또한 급진적, 포퓰리즘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국민들이 원하는 교육공약이 무엇일까? <대학저널>이 ‘특별기획-대선 후보들에게 바란다’ 시리즈를 통해 교육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교육공약의 방향을 제시한다. 첫 번째 순서로 대학가의 고민과 대학 발전에 필요한 공약이 무엇인지를 상편과 하편에 걸쳐 연재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성장을 이끈 가장 큰 동력의 하나는 고등교육을 통한 우수 인재의 육성이며, 그 중심에 대학교육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의 대학은 반값등록금 규제 및 구조개혁과 재정지원이 연계된 각종 평가로 중첩된 소위 '규제의 바다'에서 허덕이고 있는 위기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학령인구 감소와 장기화된 경기침체, 청년 일자리의 심각한 부족, 대학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으로 암담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고등교육의 위기 극복과 정상화를 위한 건의문'에서 발췌)

지난 1월 24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서울 컨벤션센터 3층 크리스탈볼룸. 이날 '2017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 정기총회'가 개최됐다. 대교협은 4년제 대학 총장들의 협의체다. 특히 4년제 대학 총장들은 대교협 정기총회에서 '고등교육의 위기 극복과 정상화를 위한 건의문'을 채택했다. '규제의 바다', '위기상황', '암담한 현실' 등의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대학가의 현주소는 녹록치 못하다. 

   
 

반값등록금 정책에 재정난 가중
대선이나 총선 등 선거철마다 '반값등록금' 공약이 빠지지 않는다. 대학 등록금이 비싸다는 여론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2009년 이후 '반값등록금' 실현을 목적으로 대학들의 등록금 인하를 유도하고 있다.

대학 등록금은 사립대의 경우 1989년부터, 국공립대의 경우 2003년부터 각각 자율화됐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자율화 이후 반값등록금 정책이 본격 시행되기 전까지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1989년 144만 2000원에서 2008년 738만 원으로, 국공립대 평균 등록금은 2003년 265만 4000원에서 2008년 416만 9000원으로 올랐다. 심지어 일부 사립대의 연간 등록금은 1000만 원대에 달했고 대학 등록금으로 고민하다 자살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여론의 화살은 대학가를 향했고 반값등록금 정책이 탄력을 받았다.

반값등록금 정책 시행 이후 대학가는 등록금을 인하 또는 동결했다. 특히 정부는 등록금 인하 유도를 위해 '압박 카드'를 꺼내 들었다. 등록금을 인하하지 않을 경우 국가장학금 Ⅱ유형 참여 제한, 정부재정지원사업 불이익 등의 패널티를 부여한 것. 심지어 등록금 인상 한도를 법으로 못 박았다. 현행 '고등교육법 제11조'에 의거, 등록금 인상한도는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할 수 없다.

   
 

그러나 반값등록금 정책은 대학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먼저 우리나라 대학의 경우 등록금 의존율이 높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가 전국 4년제 사립대(152개교)의 '등록금 의존율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4년 기준 4년제 사립대의 운영수입 대비 등록금 의존율은 63.2%에 달했다. 그렇다고 정부 지원이 충분한 것도 아니다. 대교협에 따르면 정부는 국내 총생산(GDP) 대비 고등교육예산 비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015년 기준 1.2%)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했지만 2014년 예산 비율은 0.72%에 그쳤다.

따라서 등록금 의존율 완화, 정부 지원 확대 등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채 등록금 수입이 감소하면 대학들은 재정난에 처할 수밖에 없다. 재정난이 가중되면 우수교수 채용, 인프라 구축, 기자재 구입, 장학금 지급 등 교육 투자에 차질이 생긴다. 이는 곧바로 대학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A대학 총장은 "정부의 대학 등록금 동결과 인하 유도 정책은 대학 운영비, 경상비 등을 감축시켜 장기적으로 대학교육의 질이 떨어질 위험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약'이 아닌 '독'이 된 대학재정지원사업
대학재정지원사업은 일반적으로 대학교육의 발전과 대학경쟁력 향상을 목적으로 추진된다. 그러나 현재의 대학재정지원사업은 공정성, 졸속 추진, 독식 논란을 낳고 있다. 이에 대학가에서는 대학재정지원사업이 '약'이 아닌 '독'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검팀이 지난 6일 발표한 수사결과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해 프라임(PRIME·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사업 지원 대학을 선정하면서 상명대 본교(서울캠퍼스) 대신 후순위였던 이화여대를 선정했다. 즉 사업 공고 계획대로라면 상명대 본교(서울캠퍼스)가 선정돼야 했지만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 지시로 탈락했다는 것. 한 대학 관계자는 "교육부가 정부사업을 대학 길들이기용으로 쓰고 있다는 비밀이 확인됐다"고 꼬집었다.

또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도종환 의원(청주 흥덕구)이 발간한 정책자료집 '대학 재정지원사업 현황과 개선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2013년 8월 '고등교육 종합발전 방안(시안)'을 발표했다. 당시 정부 구상은 '대학 교육역량 강화사업(학부교육선진화 선도대학 육성사업 포함)'을 ▲학부교육선진화 선도대학 사업(ACE 1유형) ▲특성화분야 육성사업(ACE 2유형) ▲지역선도대학 육성사업(ACE PLUS)으로 개편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교육부는 당초 구상과 달리 2014년 '대학 특성화 사업(CK사업)'을 신설했다. 그리고 또 다시 2년 만에 프라임사업을 중심으로 한 '사회수요 맞춤형 인재양성 사업'을 신설했다. 한 마디로 교육부의 대표 대학재정지원사업이 계속 바뀌었고 사업 공고부터 선정까지 속도전은 불가피했다. 

도 의원은 "교육부 사업이 경제논리에 따라 조변석개식으로 바뀌니 사업은 졸속 추진되고 피해는 고스란히 대학 구성원들에게 돌아갔다"고 밝혔다. 도 의원은 "신규 재정지원사업들은 사업공고 후 대학별 사업계획서 접수마감까지 짧게는 보름에서 길어도 3개월밖에 (기간을) 보장하지 않았다"며 "교육부는 사실상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정을 제시하며 졸속 추진에 따른 책임을 대학에 떠넘겼다. 그 결과 선정대학은 선정대학대로, 탈락대학은 탈락대학대로 사업 선정과정의 문제를 제기하며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독식 논란도 일고 있다. 지난 1월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상위 5% 대학이 2016년 대학재정지원사업비의 약 30%를, 상위 10% 대학이 약 50%를 독식하고 있다"면서 "일부 비리사학을 제외하고 일정 수준이 되는 대학들이 균형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총괄적인 지원 방식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따르면 서울대 등 상위 10% 대학들이 대학재정지원사업에서 약 50%의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률적, 강제적' 정원감축에 대학가 속앓이
현재 교육부는 학령인구감소 시대를 대비,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추진하고 있다. 전국 대학들을 대상으로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실시한 뒤 등급을 구분, 각 등급별로 정원을 감축하는 것이 핵심. 3주기에 걸친 대학구조개혁평가를 통해 총 16만 명을 감축한다는 게 교육부 방침이다.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는 2015년 8월 말에 발표됐다. 대학별 등급은 A등급부터 E등급까지 정해졌고 등급별로 정원감축비율[A등급: 자율감축 / B등급: 4%(4년제 대학), 3%(전문대학) / C등급: 7%(4년제 대학), 5%(전문대학) / D등급: 10%(4년제 대학), 7%(전문대학) / E등급: 15%(4년제 대학), 10%(전문대학)]이 권고됐다.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를 통해 2013학년도 대비 2018학년도 입학정원이 4만 4000명 감축됐다. 이는 교육부 목표인원 4만 명을 넘어선 수치다.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 이어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가 2018년 3월 실시된다.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와 달리 '자율개선 대학'과 X, Y, Z 등급 대학으로 구분되며 정원감축은 X, Y, Z 등급 대학에만 적용된다. 교육부는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를 통해 5만 명을 추가 감축할 계획이다.

   
▶대학 강의실 모습

그러나 대학구조개혁평가가 '일률적 정원감축'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대학가는 물론 전 사회적 여론도 '일률적 정원감축'보다 '부실대학 퇴출'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2013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214명을 대상으로 교육부의 대학 정원감축 방안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4%가 '부실대학을 폐쇄해 대학 수를 줄이는 방식이 더 좋다'고 답했다.

여기에 교육부가 정원감축을 강제할 수 있는 '대학구조개혁법'이 아직 제정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교육부는 대학들의 정원감축 유도를 위해 정원감축과 재정지원사업을 연계시키고 있다. 결국 재정지원사업에 선정되려면 정원을 감축할 수밖에 없다. 대학구조개혁의 방점이 '자율적 구조개혁 유도'가 아닌 '일률적, 강제적 정원감축'에 맞춰진 것이다.

그러자 교육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육부는 지난 1주기 대학구조개혁 결과 정원감축 목표 4만 명을 상회, 초과 감축을 달성한 것으로 발표했으나 이는 고등교육재원을 무기로 재정지원사업 선정 시 정원감축을 요구한 것임을 부인하기 어렵다"면서 "그 결과 재정지원사업에 선정되기 어려울 정도의 부실대학은 오히려 정원을 감축하지 않는 반면, 우수대학이 평가에서 유리한 점수를 받기 위해 정원을 감축하는 왜곡 현상이 초래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①대학가편-하'에서 대학가 발전을 위해 필요한 교육공약을 살펴봅니다.


정성민 기자 jsm@d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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