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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적으로 등록금 인상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해야"
10년 가까이 동결·인하로 재정난 심각…교육의 질 저하 우려돼
2017년 01월 09일 (월) 17:10:23
   
 

[대학저널 신효송 기자] “등록금이요? 올해도 동결해야 하지 않을까요?” 매년 이맘때쯤 대학에 등록금 계획을 물어보면 하나같이 이렇게 답한다. 이러한 현상이 10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왜 그들은 등록금을 올리지 못하는 것일까? 계속되는 등록금 동결·인하로 인한 문제점은 없는 것일까? <대학저널>이 심층적으로 분석해 봤다.

치솟는 등록금 잡기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
교육부는 지난 2016년 12월 2017학년도 대학 등록금을 2016학년도 대비 1.5%를 초과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이는 역대 최저 수치에 해당된다. 현행 고등교육법 상 대학 등록금 인상한도는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할 수 없다.

   
▲연도별 등록금 법정인상 한도

대학 등록금에 대한 논란은 2000년대 중후반부터 본격화됐다. 매년 6% 수준으로 상승하는 등록금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이 커지기 시작한 것. 2011년 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공개한 ‘학생 1인당 등록금 변동 추이’ 자료를 보면 2001년 국·공립대, 사립대의 평균 등록금이 각각 480만 원, 243만 원이던 것이 2010년에는 754만 원, 444만 원으로 늘어났다. 사립대는 57.1%, 국·공립대는 82.7%까지 인상된 것이다. 

이에 대한 국민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반발이 거세지자 전국 대학들은 2009년부터 등록금을 동결 혹은 인하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2011년 ‘반값 등록금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등록금 인상한도가 표준화됐다. 그 후 전국 대부분의 대학 등록금은 2009년 수준에 머물거나 인하된 상태다.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반길 만 한 부분이다. 하지만 대학 입장에서 보면 장기적인 동결·인하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이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는 실정이다.

왜 등록금을 올리지 못하는 걸까?
대학 정보공시 사이트 대학알리미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전국 272개 대학(4년제 135, 전문대 101) 가운데 등록금을 동결한 대학은 236개교(86.8%), 인하한 대학은 33개교(12.1%), 인상한 대학은 3개교(1.1%)로 나타났다. 대학들이 등록금을 올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등록금을 인상하면 해당 대학은 국가장학금 Ⅱ유형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장학금은 대학이 약 70%, 재단이 약 30%의 비용을 부담해 학생들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등록금을 인상할 경우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장학혜택이 줄어들 뿐 아니라 대학 이미지도 나빠질 수밖에 없다.

또한 대학재정지원사업 참여가 불가능해진다. 사업에 참여하려면 국가장학금 Ⅱ유형 조건을 만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6년 기준 대학재정지원사업 규모는 1조 5000억 원이며, 국가장학금 Ⅱ유형은 5000억 원 수준이다. 등록금 인상으로 총 2조 원에 달하는 국가지원금을 저버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가 '2015년 등록금 인하를 위한 등록금심의위원회 참가거부'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여론이다. 현 대학 등록금이 정부가 추진하는 반값 등록금에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4년 경희대가 등록금을 3.7% 인상하기로 결정하자 학생들이 거세게 반발해 결국 동결된 일이 있었다. 2015년에는 이화여대가 2.4% 인상을 추진하자 학생들이 반발해 똑같이 동결된 사례가 있다. 등록금 인상 발표와 동시에 학생들의 반발이 이어지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대학이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대학 재정난 심각…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져
장기간 등록금 동결·인하에 따른 대학 내부의 문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대학저널>이 주요 대학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본 결과 ▲신규 사업 추진불가 ▲기존 시설 개·보수 미진 ▲인건비 포화상태 등을 대부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교직원들의 임금은 8~9년째 동결된 곳이 대부분이었으며 이로 인한 사기저하가 극심했다.

특히 대학구조개혁평가 등 정부 지휘 하에 진행된 입학정원 감축도 부담이 되고 있다. 모 사립대 관계자는 “우리 대학은 몇 년 사이 입학정원이 3000명에서 2700명으로 감소했는데 그에 따른 손해액이 연간 80억 원에 달한다”며 “수입은 주는데 각종 경비나 인건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재정 악화가 심화되고 있는 추세”라고 토로했다.

지방대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모 지방대 관계자는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 간 등록금 차이가 커지고 있다”며 “자유시장경제주의를 무시하고 대학 간 등록금 차이도 고려하지 않은 채 동일하게 적용하는 인상억제책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실제 2014년 대학알리미 공시 기준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 간 등록금 차이는 136만 700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대학들이 이러한 이유로 인해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나 사립대의 경우 전체 운영 수입 대비 등록금 의존율은 63.2%에 달해 대학 구조상 등록금이 곧 대학 운영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오는 2020년에는 대학 입학자 수가 47만 4588명으로 현재보다 약 24.7% 줄어들기 때문에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더 늦기 전 대학 목소리 들어야…정부사업의 변화도 필요
과거 끝없이 오르는 대학 등록금으로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고통 받은 것은 사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 어느 정도 결과를 이끌어낸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만큼 이제는 대학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우선 대학에서는 정부가 등록금 인상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을 조성해줄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모 대학 관계자는 “지난해 교육부는 반값 등록금을 실현했다고 공식발표를 했다”며 “그동안 대학에서도 정부 정책 기조에 맞춰 적극 협조한 만큼 이제는 자율적으로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육부는 지난 2016년 전체 등록금 총액 14조 원의 50%인 7조 원이 국가장학금으로 지급됐으니 반값 등록금이 실현됐다고 발표했다.

일부에서는 국가장학금처럼 보조적 지원 방식이 아닌 제대로 된 선진국의 사례를 받아들이자고 주장한다. 우리나라도 이제 유럽처럼 국가가 대학교육의 재정을 부담하든지, 아니면 미국처럼 자유시장경제에 맞게 수혜자 부담원칙대로 대학 자율에 맡겨야만 교육의 질이 보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별 대학재정지원사업 지원금액 분포 (출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현행 대학재정지원사업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 1월 4일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실이 공동 분석한 바에 따르면 상위 5%의 대학이 대학재정지원사업비의 약 30%를, 상위 10% 대학이 약 50%를 독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를 통한 선별적 지원방식이 대학재정지원의 양극화와 불평등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는 "현 대학재정지원사업의 경우 불필요한 경쟁 심화, 비효율적 예산 사용을 유발하고 있다"며 "일부 비리사학을 제외하고 일정 수준이 되는 대학들이 균형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총괄적인 지원 방식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효송 기자 shs@d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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