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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에 선 이화여대를 보며···"
[대학저널의 눈] 정성민 편집팀장
2017년 01월 04일 (수) 09:56:20
   
 

이화여대가 개교 이래 초유의 총장 중도퇴진과 특검 수사 사태를 연이어 겪으며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국정농단의 주범으로 구속된 최순실 딸 정유라에게 입학과 학사 특혜를 제공한 댓가다.

물론 현재진행형이다. 교육부 감사 결과 외에 특검 수사와 재판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김경숙 전 이화여대 신산업융합대학장, 남궁곤 전 이화여대 입학처장 등 정유라 특혜 연루 핵심인물들도 청문회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이미 교육부가 공개했듯이 정유라 특혜, 즉 이화여대와 최순실의 블랙 커넥션은 일명 '팩폭(팩트폭력·사실만을 나열함으로써 상대방이 반박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류철균(필명 이인화)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가 학점 특혜 혐의로 특검팀에 의해 긴급체포된 뒤 김경숙 전 학장으로부터 최순실과 정유라를 소개받았다고 진술했다. 이에 모르쇠로 일관한 김 전 학장을 비롯해 최경희 전 총장과 남궁곤 전 입학처장의 청문회 위증죄까지 거론되고 있다. 결국 모든 진실이 속시원히 밝혀지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국내 대표 여대를 자부하던 이화여대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렀을까? 단순히 최 전 총장을 비롯해 일부 인사들의 잘못일까? 그렇다면 불행 중 다행이다. 최 전 총장 등 정유라 특혜 연루 핵심인물들을 처벌하고, 썩은 상처를 도려내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화여대 자체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 '이화여대 나와서 좋은 데 시집 가면 성공했다', '이화여대 가는 것은 시집을 잘 가기 위해서다', '이화여대 출신들이 뒤에서 남편(사회적으로 성공한 계층 또는 고위 관료직)을 움직인다' 등의 속설이 분분했다. 쉽게 말해 '이화여대 입학→명문(재벌)가 시집→성공인 아내'의 코스가 여성으로서 최대의 자부로 여겨졌다.

실제 이화여대는 2008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에게 '자랑스러운 이화인상'을 수여하며 "40여 년간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이자 정치인의 조력자로서 밝고 건강한 내조의 리더십을 발휘, 대한민국 제17대 대통령의 부인이 됐을 뿐 아니라 소외계층을 향한 봉사활동에도 열정을 보여 장애아동과 소아암환자 돕기, 노숙인 시설봉사 등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고 밝혔다. '내조의 리더십'이란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이화여대 스스로 여성의 지위와 역할을 '남성하위적'으로 규정했다. 이에 이화여대는 꾸준히 페미니스트(Feminist·여성운동가)들의 비판 대상이 됐다. 

많은 이화여대 출신들이 항변할 수 있다. 과거의 선배들 그리고 일부 이화여대 출신들의 모습이라고! 이화여대도 여성운동에 앞장선다고! 하지만 이화여대를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히 곱지 않다. 단순히 국내 대표 여대를 향한 시기와 질투가 아니다. 이화여대가 과연 국내 대표 여대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아직도 시집 잘 가는 것을 최고의 영예로 여기는 이화여대 출신들이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다. 그리고 때마침 정유라 특혜 사건이 터졌다. 일각에서 '이화여대 해체' 요구가 나올 정도로 이화여대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이화여대는 개교 이래 최대의 위기이자 갈림길에 섰다. 학생들이 최 전 총장에 맞서 학교를 지켜냈듯이, 위기를 잘 극복하면 이화여대는 새롭게 도약한다. 하지만 혹여 '제2, 제3의 정유라 특혜'가 드러난다면 이화여대의 회생은 불가할지 모른다. 

따라서 이화여대는 정신부터 조직까지 철저히 환골탈태해야 한다. 사회가 이화여대를 왜 부정적으로 바라보는지 냉정하게 진단한 뒤 구습에 얽매인 가치와 사고가 있다면 과감히 청산하고, 이화여대 출신들은 각자가 속한 조직에서 능력뿐 아니라 인성과 공동체성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이화여대 출신들만 차지했던 총장 자리를 내부 남성교수는 물론 유능한 외부인재에게도 맡김으로써 대대적인 변화와 혁신을 꾀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갈림길에 선 이화여대를 향해 사회가 던지는 주문이다.   


정성민 기자 jsm@d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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