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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어지는 대학·학과 간 장벽"
[신년기획] '대학교육의 틀이 깨진다' - ②대학 간 협력 통해 위기극복 모색
2017년 01월 03일 (화) 17:18:41

[대학저널 유제민 기자] 대학과 학과 간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공동강의를 개설하고 인프라와 교육프로그램을 공유하는 등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 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고 구조개혁 등 대학을 둘러싼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대학저널>이 신년기획으로 최근 대학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대학 간 협력사례를 살펴봤다.

<연세대-고려대 공동강의 개설 합의>
사례 1. 연세대학교 재학생인 A씨는 강의를 듣기 위해 이동 중이다. 그런데 그가 당도한 곳은 연세대 캠퍼스가 아니라 바로 고려대학교 안암캠퍼스. A씨는 고려대 캠퍼스가 익숙하다는 듯 자연스럽게 한 강의실을 찾았다. 이윽고 학생들이 빼곡히 들어찬 강의실에 교수가 들어와 강의를 시작한다. 강의실에는 고려대 학생과 A씨와 같은 연세대 학생이 뒤섞여 있다. A씨는 함께 강의를 들으며 친해진 고려대 학생들과 강의 내용에 대해 토론하며 필기 내용을 공유한다. 강의가 모두 끝난 뒤, A씨는 고려대 학생들과 다음 주 함께 점심식사를 하기로 약속을 잡는다. 다음 주 강의는 연세대 신촌 캠퍼스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고려대 학생들이 연세대를 찾아오게 된다.

위 모습은 2017학년도 2학기부터 연세대와 고려대에서 보게 될 장면이다. 지난 11월 두 대학은 각 대학의 유명 교수들이 참여하는 공동 수업을 정규 학점 과정으로 개설하기로 합의했다. 지금까지 두 대학 간 교환학생 등을 통한 학점 교류는 있었지만 공동 강의를 개설하는 것은 처음이다.

공동 강의는 두 대학에서 번갈아 진행하는 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전체 강의의 주제에 따라 두 대학 교수들이 각자 자신의 강의를 준비하게 된다. 두 대학은 올해 2학기에 공동 강의를 개설하기로 하고 구체적 운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실무진을 구성했다.

연세대 관계자는 "두 대학의 교수 인력과 학습 자원을 활용해 대학과 학과의 벽을 넘어선 수업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며 고려대와 손을 잡은 이유를 밝혔다. 국내 대표 명문인 두 대학이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는 것에 대학가는 술렁이고 있다.

<인프라·교육프로그램 공유하는 경성대-동서대>
사례 2. 경성대학교에 재학 중인 B씨는 과제에 필요한 자료를 찾기 위해 길을 나섰다. 그런데 그가 도착한 곳은 경성대가 아닌 동서대학교. 동서대 도서관으로 향한 B씨는 자신이 찾던 자료를 찾아 대출까지 할 수 있었다. B씨는 동서대에 온 김에 평상시 즐겨하던 수영을 하기로 하고 동서대 글로벌빌리지에 위치한 수영장을 찾았다. 관리자에게 경성대 학생임을 확인시킨 후 동서대 재학생과 같은 할인혜택을 받은 B씨는 저렴한 비용으로 동서대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었다.

위 사례는 현재 경성대와 동서대에서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지난해 9월 '경성대-동서대 대학 간 협력시스템 구축 협약서'에 두 대학 총장이 서명함으로써 경성대와 동서대는 공식적인 협력 관계를 맺었다.

두 대학은 ▲문화콘텐츠 특성화 ▲공동 리버럴아트 칼리지 설립·운영 ▲글로벌 프로젝트 ▲미래 첨단기술 공동연구센터 구축 ▲벤처창업 아카데미 운영 ▲대학원 전공교과 협력 ▲기독교 공동체 ▲대학 인프라 공유 등 8개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두 대학은 캠퍼스 공간, 시설, 장비를 공유하며 두 대학 학생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교수, 연구원 등 인적교류도 이뤄진다.

   
▲장제국 동서대 총장(좌측)과 송수건 경성대 총장이 2016년 9월 이뤄진 경성대-동서대 대학 간 협력 시스템 구축 협정식에서 협약 문서를 들어보이고 있다.(사진: 경성대 제공)

지난 2016학년도 2학기부터 이미 두 대학은 인프라 공유를 시작했다. 두 대학 학생들은 경성대와 동서대의 스포츠시설, 공연장, 전시실, 기기센터 등의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두 대학은 각자의 핵심 교양강좌를 전문화시켜 공동운영하는 리버럴아트 칼리지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경성대와 동서대 교수의 강좌를 두 대학 학생들이 수강할 수 있도록 해 글로벌 교양 지식을 습득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두 대학은 2017학년도 1학기부터 각 협력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사항을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경성대와 동서대의 이 같은 협력은 대학가에 불어온 위기의 바람을 대학 간 협력을 통해 극복하자는 것에 공감대를 모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각자의 장점을 조합해 학생들에게 보다 질 높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며 시설과 인프라의 공유를 통해 운영비용 절감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두 대학의 생각이다.

송수건 경성대 총장은 협약식 자리에서 "백화점식으로 모든 분야를 갖춰놓고 운영하는 방식엔 한계점이 있다"는 표현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대학의 자력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다른 대학과의 협력을 통해 보완하는 방식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장제국 동서대 총장 역시 "조립(assembly)형 대학은 불필요한 투자를 줄이면서 학생들에게는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새로운 대학교육 패러다임"이라며 보다 유연한 대학운영이 필요한 시점임을 강조했다.

경성대와 동서대의 이러한 혁신은 무리한 투자와 무분별한 학과 개설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대학에 많은 시사점을 안겨주고 있다.

<서울지역 23개 대학 학생들, 원하는 대학서 학점 취득>
서울총장포럼은 지난해 1월 23개 대학이 참여한 가운데 회원대학 간 학점교류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협약을 체결한 23개 대학 학생들은 원하는 대학에서 정규·계절학기를 통해 학점을 취득할 수 있게 됐다.

협약의 주요 내용은 ▲교수·연구인력 교류 ▲학생교류·상호학점 인정 ▲학술공동연구 추진·학술회의 공동개최 ▲학술자료 출판물·정보 상호교환 ▲행정·경영 등 학문연구 위해 필요한 사항 협력 ▲시설물 상호 이용 등이다. 지난 2016학년도 2학기부터 23개 대학 학생들은 원하는 대학의 학점을 이수할 수 있으며 졸업학점 중 절반 이내에서 교류학점을 받을 수 있다.

서울총장포럼 관계자는 "이번 학점교류 협약이 대학 간 장벽을 허무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며 대학 간 교육·연구 교류체계를 구축해 융복합 학문시스템을 정착하며 학생들이 원하는 강의를 들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융합(공유)전공제·전공선택제로 대학 간 협력 '탄력'>
위 사례들에서 알 수 있듯이 대학 간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을 맞아 대학들이 기존의 경직된 운영방식을 벗어나 변화를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끼리의 교육·인적·물적 자원 공유, 공동과목 개설 등 협력은 그 같은 변화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지금까지의 대학 간 협력이 주로 부분적인 것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확연히 진보된 형식이다.

정부에서도 이 같은 혁신을 지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8일 발표된 교육부의 학사제도 개정안 내용 중에는 '융합(공유)전공제'가 있다. 이는 대학·학과 간 장벽을 허물고 새로운 사회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융복합 전공을 쉽게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 제도를 통해 2개 이상의 학과 내용을 융합한 새로운 전공을 개설할 수 있다. 이때 따로 편제를 구성해 하나의 모집단위 형태를 만들지 않아도 전공을 신설할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또한 융합(공유)전공 개설은 대학 간에도 가능하다. 위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대학끼리의 협업이 더욱 활발해지면 융합(공유)전공 개설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이번 학사제도 개정안에 따르면 '전공선택제' 도입에 따라 소속학과 전공 필수이수 의무가 폐지된다. 따라서 원소속 학과(부)·전공, 학과 간 연계전공, 학생설계전공이나 (대학 간) 융합(공유)전공 중에서 선택적 이수가 가능하다.

융합(공유)전공제, 전공선택제 등의 제도가 정착되면 위 사례와 같은 신선한 시도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로 인해 각 대학들은 무분별하게 몸집만 불리기보다 대학의 핵심역량에 집중하는 한편 부족한 부분은 타 대학과의 협업을 통해 보완한다는 전략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는 대학들의 화두는 '공유'와 '협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제민 기자 yjm@d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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