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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달인' 이광준, "수학과 심리학이 만났다!"(1)
2016년 11월 29일 (화) 10:35:48

제1탄 - 학습된 무력감, 나는 왜 수학 공부를 안 할까?

학습에 심리가 미치는 영향력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학습능력이 중요한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심리적인 요인이 학습에 미치는 정도가 학습능력보다 더 클 수도 있다. 심지어 심리적인 요인이 학습능력에 직접적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번 칼럼부터는 수학 학습에 있어서 심리적 요소가 어떻게 작용, 문제를 일으키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방법은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1. 좋은데 왜 하지 않지?
OO을 하면(물론 힘들 수도 있지만) 좋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왜 사람들은 OO을 하지 않을까? 상식적으로 좋은데도 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좋다는 것'은 결과이지 'OO을 하는' 과정까지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OO을 하는' 과정은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즉 힘들 수도 있다) 또한 결과도 좋게 나왔을 때 좋은 것이지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불구하고 결과가 좋지 않으면 앞서서 품었던 의문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에는 '좋은데 왜 하지 않는지'에 대해서 그 이유가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까지 좋은 경우를 현실적으로 경험하기는 쉽지 않다. 과정이 힘들고 어려운 것이 오히려 일반적이다. 그리고 좋은 결과가 100% 보장되는 경우도 비현실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과가 좋다는 것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하지 않는다는 변명도 설득력을 얻기가 힘들다. 최종적으로 'OO을 하는 것'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면 그 과정의 어려움이나 좋은 결과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OO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변명의 여지는 그 어디에도 없다. 대안이 없기 때문에 싫든 좋든 무조건 해야 하기 때문이다.

2. 수학을 하면 좋은데 왜 하지 않지?
수학 공부를 해서 실력이 높아지면 자기가 원하는 전공과 대학에 진입할 확률이 높아지고 그 결과 좋은(?) 직업을 찾을 가능성도 상승한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왜 많은 학생들이 수포자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일까? 단순히 수학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하기에는 수학을 포기하는 현상에 대한 이유가 석연치 않다. 

(1) 학습된 무력감(learned helplessness)
심리학에서 학습된 무력감이란, 피할 수 없거나 극복할 수 없는 환경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경험으로 인해 어떤 문제를 실제로 자신의 능력으로 피할 수 있거나 극복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상황에서 자포자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학습된 무력감(learned helplessness)'은 셀리히만(M. Seligman)과 동료 연구자들이 동물을 대상으로 회피 학습을 통해 공포의 조건 형성을 연구하던 중 발견한 현상이다. 셀리히만(M. Seligman)은 24마리의 개를 세 집단으로 나누어 상자에 넣고 전기충격을 주는 실험을 했다. 우선 제1집단의 개들에게는 코로 조작기를 누르면 전기충격을 스스로 멈출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제2집단의 개들은 코로 조작기를 눌러도 전기충격을 피할 수 없도록 몸이 묶여져 어떠한 대처도 할 수 없는 환경을 제공받았다.

비교집단인 제3집단의 경우, 개들이 상자 안에 있었으나 전기충격을 전혀 주지 않았다. 24시간 이후 이들 세 집단 모두를 다른 상자에 옮겨 놓고 전기충격을 주는 실험을 했다. 세 집단 모두 상자 중앙에 있는 담을 넘으면 전기충격을 피할 수 있게 실험을 설계했다. 그런데 제1집단과 제3집단은 중앙의 담을 넘어 전기충격을 피했으나, 제2집단은 전기충격이 주어지자 피하려 하지 않고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전기충격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즉 제2집단은 자신이 어떤 행위를 해도 그 상황을 극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무력감이 학습된 것이다. 셀리히만(M. Seligman)은 혐오 자극으로 회피 불가능한 전기충격을 경험한 개들은 회피 가능한 전기충격이 주어진 경우에도 회피 반응을 하지 못하는 사실을 보고 이를 학습된 무력감이라고 했다. 

(2) 수학과 학습된 무력감(learned helplessness)
앞서 봤던 실험을 통해 왜 수학에서 무력감이 학습될 수밖에 없는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수학의 경우 다른 과목에 비해 학습된 무력감을 느낄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할 수 있다. 수학은 다른 과목에 비해 개념이 어렵고 여러 개념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조금의 실수가 발생해도 엉뚱한 답이 나오거나 답이 전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와 같은 특성으로 인해서 수학을 공부할 때, 다른 과목을 공부할 때보다 더 많은 실패와 좌절을 맛보게 된다. 이런 실패와 좌절의 반복은 무력감을 낳게 되고 자연스레 수학 문제만 보면 자동적으로 '난 이 문제를 풀 수 없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여기까지는 개인적인 영역으로 수학을 공부하는 학생 개별적인 무력감에 초점을 두고 살펴 본 것이다. 

수학에서 학습된 무력감을 더더욱 강화하는 것은 학습된 무력감에 빠져 있는 학생들이 한 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거의 90% 이상의 학생이 전체적이든, 부분적이든 이런 학습된 무력감에 빠져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사실은 '나만 수학을 못하는 것이 아니야. 얘도 못하고 쟤도 못하고...'라는 식의 변명거리를 낳게 되고 수학을 못하는 것이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니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무력감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것이다.

3. 수학과 학습된 무력감은 왜 친할 수밖에 없을까?
수학이 다른 과목에 비해 유달리 학습된 무력감과 친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앞서 잠깐 설명했다. 수학에 대한 공포와 자포자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시작은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이다. 그래야 대응책이나 해결책이 나오고 무기력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결국 그 이유는 수학 과목 자체가 가지는 특성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그 특성에 대한 이해가 전제될 때, 무력감에 빠지는 상황이 덜 발생하게 되고 그런 상황이 줄어들게 되면 그만큼 무력감이 학습될 여지가 줄어들게 된다. 그럼 수학 과목 자체가 갖는 특성을 살펴보자.

(1) 학습과정의 강력한 연속성
수학은 그 어떤 과목보다 학습 과정의 연속성이 중요하다. 초·중·고로 이어지는 학습 과정을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한다. 초등 수학 과정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중학 수학 과정에 대한 학습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 물론 고등 수학 과정도 마찬가지다. 중학교까지 수학 공부에 게으름을 부리다가 고등학교 때 정신을 차리고 수학 공부를 시작하려 해도 중학교 과정을 모르니 이해도도 떨어지고 진도도 느려진다. 고등학교 수학 과정과 함께 중학교 수학 과정도 해야 하니 잘하는 것은 둘째 치고 버텨내기조차 쉽지가 않다.

(2) 개념적용의 구조의 복잡성과 엄밀성
수학은 다른 과목에 비해 학습한 개념을 문제에 엄밀하게 적용해야 한다. 대충 적용하다가는 문제풀이 자체를 진행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개념을 적용시키기 위해 주어진 문제의 형태를 변형하거나 해석을 해야 하는 중간 과정도 도사리고 있다. 개념을 알아도 적용시킬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한 문제풀이에 필요한 모든 개념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적용시켜야 한다. 하나의 개념이 누락되거나 특정 개념을 이루고 있는 내용의 일부분이 누락되어도 문제를 풀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정도가 되면 수학 학습에 있어서 무력감이 학습되지 않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 슬프지만 오히려 상식적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심리학의 학습된 무력감과 수학이 친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살펴봤다. 다음 칼럼에서는 무력감이 학습되지 않게 하거나 학습된 무력감을 극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수학 학습 방법에 대해 탐구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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