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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대학가·교육계 변화, 혼란은 여전"
[특별기획] '김영란법' 시행 1개월, 대학가와 교육계는 지금
2016년 10월 27일 (목) 09:20:23

[대학저널 정성민 기자]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이 28일 시행 1개월을 맞는다. <대학저널>이 '김영란법' 시행 1개월을 맞아 '김영란법'의 주요내용을 되짚어보고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변화상과 향후 과제를 살펴봤다.

   
 

공직자와 배우자에게 적용, 14가지 부정청탁행위 금지 
식사비는 3만 원, 경조사비는 10만 원까지 허용
'김영란법'은 크게 부정청탁 금지와 금품등 수수의 금지로 구분된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에 따르면 우선 누구든지 공직자 등에게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부정청탁을 할 수 없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인 공직자 등에는 국가·지방공무원, 공직유관단체·공공기관의 장과 임직원, 각급 학교의 장과 교직원, 학교법인 임직원, 언론사 대표자와 임직원이 포함된다. 공직자 등의 배우자와 공공기관 의사결정 등에 참여하는 민간인도 해당된다.

또한 부정청탁행위는 ▲인가·허가·면허 등 처리 직무 ▲각종 행정처분 또는 형벌부과의 감경·면제 직무 ▲채용·승진 등 공직자 등의 인사에 관한 직무 ▲공공기관의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직위의 선정·탈락 직무 ▲각종 수상·포상 등의 선정·탈락 직무 ▲입찰·경매 등에 관한 직무상 비밀에 관한 직무 ▲계약 당사자 선정·탈락 관련 직무 ▲보조금·기금 등의 배정·지원 또는 투자 등에 관한 직무 ▲공공기관의 재화 및 용역의 거래 관련 직무 ▲각급 학교의 입학·성적 등 관련 직무 ▲병역 관련 직무 ▲공공기관이 실시하는 각종 평가·판정 관련 직무 ▲행정지도·단속·감사·조사 관련 직무 ▲수사·재판·심판·결정·조정·중재 관련 직무 등 총 14가지다. 공익적 목적을 위한 민원 전달 행위는 부정청탁에서 제외된다. 

부정청탁은 금품 등이 오가지 않고 구두로만 이뤄져도 성립된다. 예를 들어 A씨가 OO국립대병원에 입원하고 싶으나 대기자가 많다고 가정하자. 이에 A씨는 자신의 친구 B씨를 통해 OO국립대병원 원무과장 C씨에게 먼저 입원할 수 있도록 부탁했다. 원무과장 C씨는 접수 순서를 변경, A씨가 먼저 입원할 수 있도록 했다. 이때 상호 간에 대가성의 금품 거래나 접대 자리가 없었다고 해도 A씨, B씨, C씨 모두 처벌을 받는다.

공직자 등이 부정청탁을 받으면 의무적으로 당사자에게 부정청탁임을 알리고 거절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정청탁이 계속되면 공직자 등은 소속기관장에게 서면(전자문서 포함) 신고를 해야 된다. 신고는 소속기관뿐 아니라 감독기관·감사원·수사기관 또는 국민권익위원회에도 가능하다.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따라서는 공직자 등이 동일인으로부터 직무 관련 여부와 관계없이 1회 100만 원 또는 매 회계연도 300만 원을 초과, 금품 등을 수수한 경우 처벌을 받는다. 100만 원 이하라고 해도 직무와 관련된 금품 등을 수수한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만 ▲공공기관이 소속 공직자 등이나 파견 공직자 등에게 지급하거나 상급 공직자 등이 위로·격려·포상 등의 목적으로 하급 공직자 등에게 제공하는 금품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또는 부조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선물·경조사비(가액 범위) ▲사적 거래(증여는 제외)로 인한 채무 이행 등 정당한 권원(權原·권리를 얻는 원인)에 의해 제공되는 금품 ▲공직자 등의 친족이 제공하는 금품 ▲공직자 등과 관련된 직원상조회·동호인회·동창회·향우회·친목회·종교단체·사회단체 등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구성원에게 제공하는 금품 ▲공직자 등의 직무 관련 행사에서 주최자가 참석자에게 통상적인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교통, 숙박, 음식물 등의 금품 ▲불특정 다수인에게 배포하기 위한 기념품 또는 홍보용품 등이나 경연·추첨을 통해 받는 보상 또는 상품  ▲그 밖에 다른 법령·기준 또는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은 수수 금지 예외 사유로 인정된다. 또한 음식물·선물·경조사비의 가액 범위는 각각 3만 원, 5만 원, 10만 원이며 직무 관련자 간에만 해당된다. 직무 관련이 없을 경우 가액 범위를 초과해도 상관이 없다.

관행 개선 시동, 투명한 교육계·대학가 만들기 기대
"식사시간이 되면 기자들한테 연락이 자주 왔다. 한 마디로 '밥 사달라'는 것이다. 물론 대다수 기자들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일부 기자들은 아직도 접대 관행을 당연시여긴다. 그런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기자들의 연락이 뚝 끊겼다."(D대학 홍보팀장)
"학부모와의 관계에서 불편한 촌지나 찬조금을 거절하는 명분이 뚜렷해졌다. 학교의 공사 등을 둘러싼 비리구조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학부모와의 관계, 상급자와의 관계, 업체와의 관계 등에서 더욱 투명하고 신뢰받는 교직사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좋은교사운동)

   
▶전북대는 지난 9월 28일 '김영란법' 시행과 맞춰 500여 명의 교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설명회를 가졌다.

'김영란법'의 핵심은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부정청탁, 즉 부패와 비리 척결이다. 법이 시행된 지 1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외부인과 약속 자제 ▲식사 및 상품 가격 인하 ▲구내 식당 이용 등 다양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대학가와 교육계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들이 속속 감지되고 있다.

우선 접대 관행이 개선되고 있다. 현재 대학가와 교육계의 대표적 접대 구조는 '대학 홍보팀 관계자와 언론사 기자 또는 광고영업자', '대학 교수와 대학원생', '교사와 학부모'를 꼽을 수 있다. 즉 대학 홍보팀 관계자는 언론사 기자에게 접대를 하고, 광고영업자에게 접대를 받는다. 대학 교수와 교사는 각각 대학원생과 학부모에게 접대를 받는다.

물론 접대가 반드시 나쁜 것이 아니다. 친분과 감사의 표시일 수 있다. 그러나 불필요하거나 정도를 벗어나면 문제가 된다. E대학 홍보팀장은 "과거에는 기자들이 불러내 술값을 대신 계산한 적도 종종 있었다"면서 "접대를 핑계로 술자리와 식사자리를 함께 즐긴 측면도 있었다. '김영란법'으로 거절할 명분이 생겼으니 한편으로는 속이 편하다"라고 토로했다.

대학원생들은 석·박사논문 심사 기간 지도교수에게 관행적으로 식사와 술접대는 물론 현금과 선물을 전달한다. 특히 박사과정생들은 지도교수가 교수 임용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알아서 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접대 비용이 결코 만만치 않다. 식사자리에서 술자리까지 이어지면 수십만 원이 지출된다. 최근에는 대학원생들에게 논문 심사료로 200만 원을 요구한 사립대 교수가 경찰의 수사선상에 오르는 등 부작용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원 출신인 김 모 씨는 "대학원을 다닐 때 박사과정생 선배들이 명절 때마다 지도교수 챙기는 것을 봤다. '김영란법'이 시행된 만큼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교사와 학부모 간 접대 관계에서 촌지를 빼놓을 수 없다. 물론 교육계의 자성과 노력으로 촌지 문화는 대부분 사라졌다. 다만 일부에서 촌지가 여전하다. 실제 지난 9월 광주 소재 고교 교사가 학생부 조작 대가로 300만 원의 촌지를 받은 사실이 경찰 수사 결과 적발됐다. 고유경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수석부회장은 "그동안 시민사회의 노력과 학교·교사의 자정 노력으로 촌지가 많이 없어졌지만 아직도 일부 교사는 촌지를 당연한 권리처럼 받아 챙기고 있다"며 "'김영란법'이 조금 남아 있는 (촌지의) 뿌리까지 깨끗이 뽑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대학가와 교육계의 의식도 변화하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이 자성의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김지현 한국대학홍보협의회 회장(숭실대 홍보팀장)은 "'김영란법'이 사회에 경종을 올렸고 충분히 반성이 된다"면서 "스스로 점검하고, 교육기관으로서 책임감을 되새기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광범위한 적용 대상과 모호한 규정 해결과제
"과거에는 점심 시간과 저녁 시간을 이용, 외부인사들을 만나 식사를 하면서 학교 발전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혹시 모르니 조심하자'는 심정에서 당분간 외부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F대학 총장)
"법 해석이 너무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다. 홍보를 할 수 있는 범위도 어디까지인지 모르겠다."(G대학 홍보팀장)

"'김영란법' 시행으로 외부 관계자를 만나면 더치페이를 한다. 그런데 교수들은 더치페이를 해도 부담이 없다. 하지만 대학에는 급여가 100만 원 이하인 계약직 직원들도 있다. 이들도 업무상 외부 관계자를 만난다. 적은 금액의 더치페이도 부담이 되지 않겠나? '김영란법'의 취지는 이해가 가지만 정규직도 아닌 계약직 직원들까지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킨 이유가 아직도 궁금하다."(H대학 교수)  
"학교 교사는 몰라도 대부분 어린이집 교사들은 월급도 넉넉하지 않은 편인데 어린이집 교사들한테도 커피 한 잔 못 사는 게 아쉽다."
(학부모 정모 씨)

'김영란법' 시행 이후 권익위에 현재까지 44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청에는 12건의 서면신고와 289건의 112신고가 접수됐다. 서면신고 12건은 모두 금품 수수 관련 신고였다. 대부분의 112신고는 김영란법 위반 여부와 단순 상담 문의였다. 단 경찰은 음해성 허위신고에 대해 '무고죄' 적용을 적극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전국 법원에는 지난 18일 강원도 춘천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고소인이 경찰에게 감사의 뜻으로 4만 5000원 상당의 떡을 제공한 사건 등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3건이 접수됐다. 모두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김영란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됐지만 혼란은 여전하다. 이는 대부분 112신고가 김영란법 위반 여부와 단순 상담 문의였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권익위 홈페이지에도 "학급 담임으로서 학생들이 좋은 일을 했을 때 칭찬쿠폰을 발급하는데 칭찬쿠폰을 10개 모았을 때 음식을 사 주는 것 등은 법에 위반되나? 학생도 교원평가에 참여하므로 안 된다는 말이 있어서 문의한다", "기부자 중 우리 대학 재학생 학부모가 자녀의 소속 학과 지정으로 장학금을 기부했을 경우 위배되는지 문의드린다", "대학 취업지원부서의 경우 학생들의 취업을 돕기 위해 여러가지 지도를 하는데 취업 학생이 감사 의미로 음료수나 롤케익 같은 것을 건네는 경우는 어떻게 되나" 등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더욱이 권익위는 각종 문의사항에 대해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실제 '김영란법' 유권해석 문의 총 9351건 가운데 권익위는 1570건에 대해서만 답변을 완료했다. 이에 대학가와 교육계에서 한 목소리로 "법 규정이 광범위하고 모호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동시에 '시범케이스에 걸리지 말자'며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G대학 홍보팀장은 "법은 명료하고 깔끔해야 하는데 권익위가 주관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한 마디로 지금 '김영란법'은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이다"라고 지적했다.   

법 적용 대상과 과잉해석 논란 역시 계속되고 있다. 법 적용 대상의 경우 대학과 학교의 계약직 직원, 어린이집 교사, 언론사의 행정직원 등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들은 각각 정규직 직원, 학교 교사, 언론사 기자와 광고영업자에 비해 처우가 열악하고 직무 연관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일하게 '김영란법'을 적용받는다. H대학 교수는 "'김영란법'으로 부정·부패의 몸통을 잡아야지 애꿎은 민초들에게 불똥이 튀고 있다. 이러다가 정작 도려내야 할 대상들은 도려내지 못한 채 선의의 피해자만 생기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과잉해석의 대표 사례는 카네이션과 캔커피다. 즉 권익위는 학생이 교사에게 주는 음식물·선물의 경우 성적평가 등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김영란법'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그러자 최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권익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학생이 스승에게 캔커피도, 카네이션도 못주게 됐다"고 성영훈 권익위 위원장에게 질타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부정·부패척결을 위해 야심차게 등장한 '김영란법.' 취지는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광범위하고 모호한 법규정, 과잉해석 등으로 혼란과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김영란법'의 취지를 살리고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명확한 규정과 가이드라인이 절실하다. 권익위 관계자는 "법령 해석 혼선방지 차원에서 관계 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1주일에 1회 '청탁금지법 FAQ'를 배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성민 기자 jsm@d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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