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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동결이 능사는 아니다"
[기획-위기의 대학④]"장기간 등록금 인하·동결은 대학 교육 질 저하 우려"
2016년 09월 20일 (화) 12:02:52

[대학저널 이원지 기자] “사회적 분위기가 등록금 동결 혹은 인하로 가다보니 등록금 인상은 꿈도 못 꾸죠”, “학교 재정이 어려워 등록금심의위원회에 등록금 소폭 상승을 제안해보기도 했는데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등록금을 인상하면 정부재정지원 사업에 선정될 수가 없어요. 그래서 많은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보다는 정부재정지원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어요.” 


다음은 4년제 대학 기획처 관계자들의 목소리다. 최근 몇년 국내 대학들의 등록금 동결 혹은 인하가 일반화됐다. 교육부가 등록금 인상률 상한선을 제시했고, 동결 혹은 인하하는 대학들에게 재정지원사업에서 이익을 주겠다고 조건을 걸자 대학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대학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속은 새까맣다. 많은 대학들이 재정난으로 대학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2011년부터 등록금 동결 추세 지속... 대학들 울며 겨자먹기로 동참
올해 전국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 가운데 99%가 올해 1학기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알리미 사이트에 올라온 전국 4년제 대학과 전문대의 1학기 등록금 심의위원회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등록금이 확정된 272개 대학(4년제 158곳, 전문대 114곳) 중 236개(86.8%) 대학이 등록금을 동결하고 33개 대학이 인하를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상을 결정한 대학은 신학대나 지방 소규모 대학 3곳이었다. 또 교육부에 따르면 사립대의 전년대비 등록금 인상률은 △2012학년도 -3.9% △2013학년도 -0.45% △2014학년도 -0.31% △2015학년도 0.05%로 낮아졌다. 대부분 등록금을 인하하거나 동결했다. 

대학들의 등록금 동결 혹은 인하 추세는 2011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반값등록금이 사회 이슈로 떠오르면서 ‘값비싼 등록금’에 항의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차츰 교육부가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당시 고등교육법이 개정되며 ‘등록금 인상률이 직전 3개년도 평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도 생겼다.(11조 7항) 여기에 교육부는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하는 대학에만 국가장학금을 주겠다고 조건도 걸었다. 이 때문에 대학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등록금 동결 혹은 인하를 수년 간 이어가고 있다. 

#대학의 높은 등록금 의존률, 정부 고등교육 예산은 '부족' 
국내 대학의 재정 구조는 상당수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4년제 사립대학의 수입총액 대비 등록금 의존율은 54.7%로 절반이 넘었다. 운영수입 대비 등록금 의존율을 살펴보면 2014년 운영수입 대비 등록금 의존율은 63.2%에 달한다. 전체 운영수입의 3분의 2가량을 등록금으로 충당하고 있는 것이다. 등록금외 대학의 수입원이 되는 외부 기부금, 법인 전입금, 연구·개발(R&D) 펀딩이나 기술이전 등 산학협력 프로젝트 수입 비중도 아직은 큰 도움이 못된다. 대학은 등록금 이외엔 별다른 수입원이 없는 형편인데 정부의 고등교육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나라 고등교육 예산은 국내총생산(GDP)의 0.8%에 불과한 수준이다. 대선 때마다 ‘정부 고등교육 예산을 GDP의 1%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공약은 단골손님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아직 물음표다. 이 때문에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국내 대학으로서는 등록금 동결 혹은 인하가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방에 있는 A대학 관계자는 “대학에 대한 정부 재정 지원이 OECD 국가 최하위 수준으로 지속적인 등록금 인하는 대학 재정에 심각한 파탄을 가져올 것이 자명한 일”이라고 경고했다. 

#등록금 책정 자율권 보장하고, 고등교육예산 늘려야...
대교협에 따르면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고등교육예산 비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015년 기준 1.2%)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했지만 지난해 예산 비율은 0.72%에 그쳤다. 이 중 학생을 위한 복지 성격의 예산인 국가장학금을 빼면 실질적인 고등교육예산 비율은 0.47% 수준이다. 국가장학금은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기는 하지만 대학 운영에 도움이 되진 않는다. 이에 대학가에서는 ‘고등교육예산을 늘리고 대학들에게 등록금 책정 자율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지난 6월, 제주시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에서 대학들은 '대학 재정 상황이 한계에 직면했다'며 고등교육예산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사진제공=연합뉴스)

지난 6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120개 대학 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를 열고 ‘반값 등록금’ 정책 등으로 인한 대학 재정 상황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 자리에서 전국 4년제 대학 총장들은 “대학 재정 상황이 한계에 직면했다”며 고등교육예산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대교협은 대정부 건의문을 통해 “등록금 책정 자율성이 존중돼야 하고,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등 법적 기반 마련을 통해 안정적 고등교육재정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고려대와 연세대 등 서울 주요 10개 사립대 총장들은 미래대학포럼을 발족하고 첫 일성으로 교육부가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교육환경 개선 재원 부족으로 연결.. 피해는 학생들의 몫
연이은 등록금 동결 혹은 인하는 대학들의 재정난과 직결된다. 사회적 물가인상률을 반영하면 등록금도 올라가는 게 맞는 이치다. 그러나 대학들은 등록금 동결 혹은 인하를 유지하는 햇수가 길어지면서 재정난이라는 큰 산과 마주하게 됐다. 대학들이 재정적으로 어려워진다는 것은 학생들의 교육환경 개선 등에 쓸 재원이 부족해졌다는 의미다. 결국 그 피해는 오롯이 학생들의 몫이 돼버린다.

김성익 삼육대 총장은 “정부의 대학 등록금 동결과 인하 유도 정책은 대학 운영비, 경상비 등을 감축시켜 장기적으로 대학 교육의 질이 떨어질 위험성을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또 지방의 B대학 관계자는 “등록금 동결 혹은 인하가 계속될 경우 학생 교육이나 교수 연구 등 대학의 기본적 소임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며 “실제 지금도 정부 재정지원 사업을 수주하지 못하면 학생에 대한 투자를 줄여나가는 대학들이 많다”고 밝혔다. 


이원지 기자 wonji@d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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