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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생들은 지진에서 안전할 수 있을까?"
[기자수첩]편집국 유제민 기자
2016년 09월 20일 (화) 11:53:54
   
 

[대학저널 유제민 기자] 지난 12일과 19일 경북 경주시와 그 인근 지역의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한반도 관측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것. 진도 5.8을 기록한 12일 지진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또 19일에는 진도 4.5의 여진이 다시 발생해 지역 주민들을 다시 한번 놀라게 했다.

지진 발생으로 인한 피해가 곳곳에서 발생했다. 집기와 시설물이 흔들리고 진열된 물건들이 우르르 바닥으로 떨어지는 모습에 놀란 시민들은 혼비백산 건물 안을 빠져나와 밖으로 대피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통신과 교통에 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 곳곳에서 건물 벽에 균열이 생기거나 기물이 파손되는 피해도 생겨났다. 피해 지역 주민들은 또 지진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불안에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뜬 눈으로 밖에서 밤을 지새야 했다.

관련 지역 학교에서도 역시 지진 발생으로 많은 학생들이 불안에 떨었다. 지진이 발생한 시간에 야간 자율학습을 위해 학교에 남아 있던 많은 학생들은 학교 건물이 흔들리자 깜짝 놀라 교실 밖으로 대피하는 등의 소동이 빚어졌다. 다행히 큰 인명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지만 아찔했던 순간이었다.

이번 일로 우리나라의 지진 대비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특히 많은 학생들이 공부하며 비상시에는 대피소로도 쓰이는 학교의 내진 설계에 이목이 모아졌다.

조사 결과, 우리나라 학교들의 내진 설계 상태는 상당히 낮은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13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지자체(시·군·구)별 학교시설 내진설계 현황' 자료에 의하면 학교시설 내진 성능을 50% 이상 확보한 지자체는 5곳 뿐이었다. 20~30% 미만인 지자체는 85곳에 달했으며 20% 미만인 지자체는 96곳이나 됐다.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경주 역시 학교의 내진 성능을 20%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경북 지역 22개 지자체 중 19곳이 20% 미만의 내진 성능을 갖춘 상태였다. 실제 피해 지역 일부 학교는 건물 곳곳에 금이 가고 벽체 타일이 떨어지는 등의 파손이 발생했다. 자칫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부실한 지진 대비만큼이나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은 바로 안전불감증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지진이 발생한 시각, 불안을 느끼고 대피하려던 학생들을 제지하며 계속 교실에 남아 야간 자율학습을 수행할 것을 강요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비난의 대상이 됐다. 방송을 통해 학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지시하거나 일부 학생만 귀가시키고 성적우수반만 남겨 계속 공부를 시켰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교육부에서 배포한 지진 대피 요령 매뉴얼에 따르면 1차 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책상 아래로 대피하고, 1차 지진이 멈춘 즉시 운동장으로 대피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번 지진에서 많은 학교들이 이를 지키지 않아 고질적인 안전불감증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

이와 같은 사건을 통해 더욱 강한 지진이 발생한다면 대형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반도에 규모 7.0 이상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부실한 지진 대비에 더해 재난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교육당국과 일선 학교 책임자들로 인해 대형참사가 빚어진다면, 그 책임은 누가 어떻게 질 것인가?

우리는 이미 지난 세월호 사고를 통해 부실한 대비와 잘못된 대응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똑똑히 깨달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인식과 적절한 대응을 갖추지 못한다면 언제라도 세월호 사고와 비슷한 일이 반복될 수 있다. 지진에 놀란 교육부는 학교 건물들에 내진 보강을 위한 예산 2000억 원을 내년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부랴부랴 해결책을 찾는 모양새라 그리 듬직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정부에서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보다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 내진 설계는 물론이며 관련 제도와 기준을 마련하고 지진 안전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또한 일선에서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학교 관계자들에 대한 교육과 인신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재난 상황 발생 시엔 학교 관계자들의 판단과 대응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확인한 만큼, 신속하고 확실한 대비가 필요하다.


유제민 기자 yjm@d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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