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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지원 사업에 연구·교육은 뒷전'
[기획-위기의 대학] 정부 재정지원 사업, '약인가, 독인가'
2016년 08월 23일 (화) 19:38:06

[대학저널 최창식 기자] 최근 이화여대 사태를 계기로 정부재정지원 사업에 대한 여론이 싸늘하다. 교육부는 지난달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한다는 취지의 정부 재정지원 사업 개편 방향을 발표했다. 하지만 재정지원 사업을 통해 교육부가 대학의 구조조정을 주도해 나가는데 대해서는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 교육·연구를 위한 대학인가? 재정지원을 받기 위한 대학인가?

수시모집을 앞두고 대학에서는 신입생 유치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 각종 매체를 통해 대학이 내세우고 있는 홍보 전략은 ‘정부 재정지원 사업’이다. 홍보의 콘셉트가 ‘취업률’에서 ‘정부 재정지원 사업’으로 바뀐 것이다. ‘0년간 000억 원 지원’ 대학 광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고 문구다. 대학의 가치가 곧 ‘재정지원 사업’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2016년 현재 교육부가 시행하고 있는 대학 재정 지원 규모는 연간 1조 5천억 원에 달한다. BK21플러스 사업을 비롯해, 학부교육선도대학 육성사업(ACE), 대학 특성화 사업(CK), 특성화 전문대학 육성사업(SCK),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LINC),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PRIME), 대학 인문역량 강화사업(CORE),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평단) 사업, 이공계 여성인재 양성사업 등이 올해 새롭게 생긴 사업이다.

국내 대학이 이처럼 정부 재정지원 사업에 목메는 이유는 간단하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정원 감축과 수년째 등록금 동결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 때문이다.

특히 지방대학의 경우 "지금의 등록금만으로는 교육부에서 요구하는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다.

충청지역 A대학 기획팀 관계자는 “대학 특성화 등 교육부가 요구하는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 재정지원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며 “기획팀의 경우 올 상반기 내내 교육부 재정지원 사업에 매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학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학 보직교수들은 물론, 연구와 교육에 몰두해야할 교수들까지 재정지원 사업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재정지원 사업 단위가 사업단이나 학과 위주로 이뤄지다보니 관련 교수들도 연구나 교육보다는 재정지원 사업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아예 재정지원 사업을 전담하는 교수들의 조직을 만들어 대응한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한다.

충청지역 B대학 관계자는 “양질의 교육을 위해 재정지원 사업을 따내는 것은 맞지만 대학 간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거기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않다”고 토로했다.

반면 부산지역 C대학 관계자는 “교수들의 노력으로 재정지원을 많이 받는 학과는 그만큼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지만 그렇지 않은 학과는 결국 발전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화여대 사태를 계기로 정부재정지원사업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을 두고 갈등을 빚은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과 이화여대 학생들.

- 획일적 잣대 “퇴출되어야 할 대학이 프라임 대형 선정”

“프라임사업에서 정원이동 규모가 사업당락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지방대 특성화 사업도 결국 정원 감축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이번 프라임사업의 경우 퇴출되어야 할 대학이 대형사업에 선정된 것도 획일적 잣대 때문이다.” 충청지역 B대학 관계자의 말이다.

정부 재정지원 사업 지원에 따른 대학별 효율성을 따지기 보다는 획일적인 기준으로 평가하다보니 대학사회에서 불만이 터져 나온다.

2014년부터 시작된 ‘지방대 특성화’와 ‘전문대학 육성사업’은 5년 동안 약 2조5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 붓는 사업이다. 이 사업의 경우 무늬만 특성화 사업이지 ‘정원 감축을 위한 재정지원 사업’의 성격이 강했다는 지적이다.

경북지역 D대학 전 기획팀장은 “교육부의 대학 특성화사업이 얼마나 현실성 있는 사업인지 모르겠다. 학령인구가 절대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4년제 지방대와 전문대학 등 200여개를 특성화 대학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 얼마만큼 실효성을 거둘지 의문”이라며 “당시 대학들은 교육부가 제시한 평가기준을 충족시키고 재정 지원을 받기 위해 스스로 자율성을 포기하고 획일적인 ‘구조조정’을 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 출혈경쟁 ‘정량 잣대’ 보다 대학 자율 존중하는 ‘정성 평가’ 비중 높아져야

다행히 교육부는 지난달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유사·중복사업을 통합하는 등 재정지원 사업의 대폭적인 개편을 예고했다. 세부적인 사항은 대학 현장의 의견 수렴을 거쳐 사업별 지원 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D대학 전 기획팀장은 “정량적이고 획일적인 잣대로 대학 간 경쟁을 유도하기 보다는 대학 자율에 의한 재정지원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최창식 기자 ccs@d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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