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교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찜통교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 유제민 기자
  • 승인 2016.08.23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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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편집국 유제민 기자

올 여름, 유난히 극성맞은 폭염이 연일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주 전국 초·중·고등학교가 일제히 개학을 실시했다.

이에 기록적인 폭염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상황에서 굳이 수업을 시작해야 했느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아닌게 아니라 많은 학교가 개학한 지난 16일 서울시의 일 평균기온은 29.3℃로 나타났으며 최고기온은 34.9℃까지 치솟았다. 개학 후 일주일 내내 그와 비슷한 수준의 기온을 기록했다. 정상적인 수업을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환경이었다. 많은 학교들이 수업일수를 맞추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무리하게 수업을 강행하는 것도 그렇지만, 학생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은 바로 '전기세 폭탄'이다. 일부 학교들이 과도한 전기요금을 우려해 냉방 장치를 제한적으로 가동하면서 교실이 그야말로 '찜통'이 된 것이다. 일부에서는 교실마다 번갈아 가며 에어컨을 가동시키거나 일정량 이상 전력을 사용하면 자동으로 에어컨 작동이 멈추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그나마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에어컨이 구비된 경우는 나은 편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에어컨이 아예 없거나 노후돼 가동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조금이나마 더위를 식히기 위해 선풍기도 돌리고 부채질도 열심히 해보지만 더위를 물리치는 데는 역부족이다.

이런 환경에서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함은 당연한 일이다. 더위로 지친 학생들이 눈앞에서 진행되는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찜통교실에서 공부해야 하는 학생들은 불만을 터뜨린다. 더욱이 중요한 시기를 앞둔 수험생들은 컨디션 조절에 실패할 것을 걱정하기도 한다.

이 상황에 대해선 당국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기상환경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해도 '찜통교실'에서 학생들이 힘겹게 공부하고 있는 것은 당국의 대응이 부실했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료 폭탄 때문에 구비된 에어컨을 제대로 가동시키지 못하는 일은 납득할 만한 요금체계를 마련하지 못한 관련 부처의 책임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교육부를 비록한 교육계는 교육용 전기요금 판매단가 인하 및 요금체계 개편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전기요금 주무 부처인 산업자원부 및 한국전력공사에서는 전기사용 피크 시 과부하 위험 등의 이유를 들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지난 22일 이영 교육부 차관은 공주시의 한 중학교를 방문했다. 이 차관은 각 학급을 둘러보며 냉방장치 가동 여부 등을 파악하는 등 실태를 점검하고 돌아갔다. 하지만 교육부에서도 마땅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치러진 전시성 행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금도 많은 학생들이 찜통교실 속에서 힘겹게 학업을 수행하고 있다. 더위는 좀더 시간이 지나면 누그러질테지만 당국에서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아내지 못하는 한 '찜통교실' 문제는 매년 반복될 것이다. 교육을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로 정한 국가는 쾌적한 교육환경 조성을 위한 책무를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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