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돼지가 한 마디 하겠습니다”
“개·돼지가 한 마디 하겠습니다”
  • 신효송 기자
  • 승인 2016.07.11 16: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수첩]편집국 신효송 기자

"어차피 대중들은 개·돼지입니다. 뭐하러 개·돼지들한테 신경을 쓰고 그러십니까?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

지난 2015년 흥행한 영화 내부자들에서 이강희(백윤식 분)가 말한 대사이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우스갯소리로 말할 정도로 화제가 됐다. 그런데 영화가 개봉한지 1년 가까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이 대사가 회자되고 있다. 근원지는 엉뚱하게도 교육부였다.

교육부 나향욱 정책기획관은 지난 7일 한 언론사 기자들과 가진 저녁식사 자리에서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는 말을 꺼냈다. 여기까지만 말했으면 “영화를 인상깊게 봤구나”하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멈추지 않았다.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분이 정해져 있으면 좋겠다는 거다. 위에 있는 사람들이 먹고 살 수 있게 해주면 되는 거다",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사고로 컵라면도 못 먹고 죽은 아이에 대해) 그게 어떻게 내 자식 일처럼 생각되나. 그렇게 말하는 건 위선이다", "상하 간의 격차가 어느 정도 존재하는 사회가 어찌 보면 합리적인 사회 아니냐" 등의 발언을 서슴없이 꺼냈다.

현재 나 기획관은 고위공무원단 2~3급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누리과정, 대학구조개혁 등 교육부 주요 정책을 기획·조율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나 기획관은 최초 사건이 발생한지 나흘이 지난 오늘 교문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부적절한 발언으로 상처를 드려 죄송하다"며 공식사과했다.

교육부의 경우 사건 초기 나 기획관의 발언에 대해 “과음한 상태에서 기자와 논쟁을 벌이다 실언한 것”이라 해명했지만 11일 이준식 교육부 장관이 나서서 사과와 함께 후속 조치를 철저히 취할 것이라고 공식입장을 전했다. 여·야 국회의원, 교육·시민단체들도 나 기획관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그간 우리 대중들은 국회의원이나 고위공무원들의 몹쓸 언행을 수도 없이 봤다.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전 국민들이 분노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대중이 이처럼 분노하는 이유는 나 기획관이 속한 기관이 다름아닌 교육부이기 때문이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지대계’라는 말처럼 한 나라의 미래를 좌지우지한다. 그 교육을 국가 차원에서 다스리는 곳이 교육부이다. 이처럼 국가의 중요기관인 교육부 내 고위공무원이 불순한 생각을 갖고 대한민국의 교육을 책임진다 생각해보라. 그 누가 분노하지 않겠는가?

이번 사건은 절대 한 사람의 처분 정도로 끝나서는 안 된다. “대중은 개·돼지다”, “신분제를 공고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제2, 제3의 고위공무원이 없으리란 보장은 없다. 진정 우리 후손들의 미래를 생각하다면 교육부 스스로 쇄신할 필요가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교육부는 제 식구 감싼다는 생각을 버리고 국가를 위해 뼈를 깎는 심정으로 불순한 사상을 가진 이들을 솎아내야만 한다. 또한 철저한 준비를 통해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아야만 비로소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국회의원들이나 지도층들도 마찬가지다. 국가의 주인인 국민을 하대하고 있진 않은지 자문했으면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