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대학 가는가’보다 ‘어떤 직업을 가질까’에 관심 두길
‘어느 대학 가는가’보다 ‘어떤 직업을 가질까’에 관심 두길
  • 신효송 기자
  • 승인 2016.06.0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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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티처] 양재고등학교 김종우 교사(진로)

201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교육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대입 전형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대입 전형의 다변화를 위해 도입됐던 입학사정관전형이 전국 대학으로 확대되면서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들까지 큰 변화를 맞았다. 

입학사정관제도 도입 이전의 고교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진학’이었다. 좋은 대학, 일류대로 진학하기 위해 국·영·수 위주의 교육이 강조됐다. 그러나 입학사정관제도는 공부만으로는 합격할 수 없는 제도였다. 미국 명문대들이 신입생 선발의 핵심으로 운영하는 제도인 입학사정관제도는 대학이 입학사정 전문가(Admission Officer)를 채용해 지원자의 성적, 개인의 환경, 잠재력, 소질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선발하는 제도다. 평가기준을 성적에만 두지 않고 다양한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에 ‘점수 올리기’ 위주의 사교육을 줄이고 대학이 자유롭게 전형 절차를 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입학사정관제도는 ‘진학교육’보다 ‘진로교육’에 관심을 갖게 했다. 학생이 가진 잠재력과 흥미, 관심 그리고 현재 상황 등을 고려해 어떠한 직업을 갖는 것이 적합한지 판단하도록 하는 교육인 ‘진로교육’은 그동안에는 전혀 없었던 분야였다. 성적보다 ‘사람’에 초점을 맞춘 제도인
입학사정관제도가 도입되면서 일선 학교에서 그 필요성을 깨달아 매년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교육분야다. 서울 양재고등학교 김종우 교사는 2011년 진로교사 제도 도입 당시부터 교육을 받고 진로교육 일선에서 활동해왔다. 전국진로진학교사협의회장을 맡고 있고 최근에 창립된 한국진로진학교육학회 운영위원장도 겸하고 있는 김 교사는 “먼 미래를 내다보고 우리 아이들이 가장 잘 할 수 있고 또 가장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 조언을 해주는 것이 진로교사들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미래에 벌어질 변화를 예측하고 대응해야

김종우 교사는 “그동안 진학 중심의 진로지도가 불러온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의 중도탈락이었다”며 “좋은 대학에 갔음에도 본인에게 맞지 않다는 것을 나중에 깨닫고 자퇴하거나 장기휴학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입학사정관제도가 도입되면서 ‘진학’보다 ‘진로’에 초점이 옮겨가면서 교육부는 진로지도를 전담할 교사들을 육성할 필요성을 느꼈고 ‘진로지도’ 교과목을 신설하고 교사 연수 등을 진행했다. 진로교사 제도가 수립이 된 시기가 2011년이었다. 김 교사는 “진로교육에 대한 기존 자료와 정보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교과과정과 연수 과정 또한 처음부터 만들어야 했다”며 “교육 현장 경력이 풍부한 교사들을 선발해 600시간의 연수를 마친 교사들이 진로지도를 맡게 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진로지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직접 진로지도를 하기 시작한 교사들이 먼저 깨달았다고 한다. 학생의 인생 방향을 설정해주는 것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직업의 세계는 무궁무진합니다. 그리고 또 수시로 변합니다. 지금은 크게 각광받는 직업일지라도 우리 아이들이 사회인이 되는 시기인 5년, 10년 후의 세상에서 그 직업이 어떤 위상을 갖게 될지는 사실 아무도 모르는 거죠. 학생이 가진 잠재력과 적성 등을 파악해 그들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줘야 하기에 진로지도 교사들은 미래를 내다볼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긴 시간의 연수가 필요하고 폭넓은 지식과 경험을 갖춰야 하는 거죠. 학생이 가진 잠재력과 적성을 파악하려면 그 학생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기본입니다.”

김 교사의 말처럼 직업의 세계는 다양하고 사회의 변화만큼 수 많은 직업이 나타나고 사라지고 있다. 예를 들어 글 쓰는 일을 좋아하고 적성이 맞는 학생이라면 우선 소설가와 작가 정도를 제시할 수 있다. 신문기자도 괜찮을 수 있다. 좀더 세분화한다면 방송작가와 드라마 작가, 잡지 기자, 월간지 기자, 자유기고가가 있고 평론가와 같은 직업도 있다. 또한 기업에서 글을 쓰는 일이 많은 대외홍보 관련 업무 혹은 언론매체 대행 업무도 맡을 수 있다. 그런데 2000년 이후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새로운 직종들이 대거 생겨났다. 파워블로거, 인터넷 매체 에디터 등 인터넷과 관련된 직종들은 물론 최근에는 SNS을 이용한 바이럴마케팅 업체까지 나타나고 있다. 진로지도 교사들은 이처럼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한다.

진로교육의 필요성에 불구, 교사 수는 태부족

교육부에서 그 필요성을 강조해온 진로교육은 아직도 교사 수가 부족해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김 교사는 “1기 진로교사가 배출된 이래 전국적으로 5300여 명의 진로교사가 활동하고 있는데 이 숫자는 아직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중·고교 1개 학교에 1명씩 배치돼 있는데 400~500여 명이 재학하는 큰 고교에서 효율적인 진로지도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학생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업무인데 교사들이 한두 번의 상담으로 마무리 지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진로교사 수를 더욱 늘려야 합니다.” 그러나 무작정 진로교사의 수를 늘리는 것도 큰 의미가 없다. 적합한 자격을 갖추지 못한 교사가 양산될 수 있기 때문. 교육부의 투자가 폭넓게 이뤄져야 함은 물론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이 모두 관심을 갖고 협조해야 한다고 말한다.

“진로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3년 전부터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해왔습니다. 새누리당 김세연 국회의원이 발의한 ‘진로교육법’이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다른 법안에 밀려 본회의 상정조차 못하고 있는 것은 정치권의 직무유기입니다.”

“학부모의 역할이 중요,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찾도록 도와줘야”

김 교사는 “어떻게 보면 ‘진학’은 ‘진로’라는 거대한 과목의 한 과정일 뿐”이라며 “‘진학’보다는 ‘진로’에 학부모들이 관심을 가질 때 진로교육이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학력고사’를 치르던 부모님 세대의 교육환경과 지금의 교육환경은 엄청나게 변화했습니다. 학생과 교육부, 교사는 변하고 있는데 아직 학부모님들만이 그 변화에 늦게 대응하고 있어요. 아이들을 일류대학에 보내기보다는 아이들이 나중에 어떤 직업을 갖고 살게 될지를 떠올리고 고민해주셔야 합니다. 그러려면 아이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부모님들도 또 고민하셔야 합니다.

진로교육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은 학생도 교사도 아닌, 학부모들입니다. 교사들이 연수를 받은 것처럼 학부모들을 위한 강좌와 교육 기회가 많아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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