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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정말 위기인가"
[대학저널 긴급진단 시리즈⑤]서울대, "대학 본부와 구성원이 함께 관심 가져야"
2016년 04월 05일 (화) 16:48:01

서울대가 '수난시대'를 겪고 있다. 서울대 유명 교수들은 대학을 떠나고, 세계 석학들은 "이대로라면 노벨상을 배출하지 못할 것"이라며 쓴소리를 한다. 최근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서울대의 세계화 수준은 세계 명문대 중 하위권에 속한다. 구성원 간의 성추행, 연구비 횡령 등 비윤리적 행위는 사회적 문제가 된지 이미 오래다. 
올해로 '국립대학법인' 5년차를 맞는 서울대. 2011년 당시 법인화 여부를 두고 불거진 내홍에도 서울대는 굳건히 법인화를 이뤄냈다. 법인화 이후 "자율운영을 통해 변혁과 발전을 모색하겠다"고 다짐했던 서울대. 그러나 지금 위기 아닌 위기를 맞고 있다. <대학저널>이 서울대를 긴급진단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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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서울대, "세계 최고 수준의 명문대학 되겠다"
우리나라 최고의 명문대학, 서울대. 지난 2011년 12월, 서울대는 법인화됐다. 
국립대는 일반적으로 조직개편을 시도하려고 해도 교육부의 결재를 받아야한다. 5급 이상 직원 임용권은 교육부장관이 행사한다. 외부 연구비도 국고로 편입되기 때문에 교수나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원들에게 주어지는 인센티브는 다소 부족한 감이 있었다. 이런 이유로 서울대는 자율운영을 통한 변혁과 발전을 원했다. 서울대는 예산권과 인사권을 이사회와 총장에게 맡기는 독립 법인화를 추진, 단행했다.  

법인화 진행 과정에서 내홍은 피할 수 없었지만 서울대는 결국 법인화를 이뤄냈다. 법인화 이후 첫 총장을 맡게 된 성낙인 총장은 2014년 취임 당시 "세계 대학 리더(leader)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새로운 지식창조의 선도자가 돼야 한다"며 "지구촌을 향해 당당히 포효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수준의 명문대학이 될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노벨석학 '6명', 정규 강의는 '0'개
국내 최고의 대학 명성에 맞게 서울대에는 유능한 교수들이 많다. 특히 2012년부터 시행 중인 '노벨상급 석학 초빙사업' 덕분에 서울대는 6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초빙했다. 하지만 이들이 한국에 머무는 기간은 1년에 2달여 뿐. 이 기간 동안 석학들은 몇번의 특강만 맡을 뿐 서울대에서 정규 강의는 맡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일보(2016.04.04.) 보도에 따르면 서울대가 현재 6명의 석학들에게 지급하는 연구지원비와 기타운영비(국내체재비와 항공료 등) 등은 연간 30억 원 수준이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올해 1학기 정규 강의를 맡은 교수의 수는 0명이다. 

서울대가 법인화 이후 제일 먼저 초빙한 석학은 2011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토머스 사전트 美 뉴욕대 석좌교수다. 서울대는 연구 지원비 8억 원, 기타 운영비 2억 원 등 매년 15억 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사전트 교수를 초빙했다. 하지만 사전트 교수는 1년 만에 계약을 깨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당시 사전트 교수가 맡은 '거시경제학 특수연구' 수업은 50명 정원에 14명이 수강신청을 했다. '거시경제학 특강'은 정원 250명에 단 21명만이 수강신청을 했다. 서울대가 사전트 교수의 능력과 명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결과다. 실제로 서울대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교내에서도 홍보가 잘 되지 않았고 학부 2~3학년 수준의 강의를 왜 노벨석학이 굳이 맡았는지도 당시엔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대를 떠나는 교수들 
2011년부터 5년간 서울대 전임교수 65명이 사표를 내고 학교를 떠난 사실이 조선일보(2016.02.29.)보도로 드러났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간에 비해 41%(46명)가 늘어난 수치였다.

의과대학(11명), 인문대(10명), 자연과학대(9명), 공과대(8명), 사회과학대(4명), 농업생명과학대(3명), 사범대(3명), 음대(2명) 등 교수들이 서울대를 떠났다.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이라는 권위와 명예를 포기한 원인은 무엇일까. 법인화 이후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교수 처우와 연구환경 등이 사립대에 비해 열악하다"며 "이대로 가면 더 많은 교수가 서울대를 떠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2014년 대학별 전임교원 1명당 교내 연구비 규모'를 비교해보면 KAIST(한국과학기술원)의 경우 3906만4500원, POSTECH(포항공대) 2467만6900원, 고려대 998만8300원, 연세대 839만3500원, 서울대 668만770원이다. 또 2015년 기준 서울대 정교수의 평균 연봉은 1억500만 원으로 연세대(1억6200만 원), 성균관대(1억3400만 원)에 비하면 꽤 적다. 게다가 각종 회의·행정 업무가 과중해 연구와 강의에 매진할 수 없게 하는 근무 여건도 교수 이탈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에 많은 서울대 교수들이 연구활동에 매진할 수 있고 연봉도 서울대보다 높은 국내 다른 대학이나 해외대학 혹은 기업 연구소로 자리를 옮기고 있는 것이다. 

■"자연대, 이대로면 노벨상 배출 못해"
세계적인 석학들이 서울대 자연과학대에 "이대로라면 노벨상을 배출해 내지 못할 것"이라며 쓴소리를 했다. 
서울대 자연대는 10년 전 한국 최초로 정량적이고 획일적인 방식의 대학 평가에서 벗어나 정성적 평가와 조언을 받는다는 취지로 해외석학평가를 도입했다. 이에 서울대 자연대는 10년 만인 작년 2월 노벨상과 필즈상 수상자를 포함해 자연과학 분야 해외 석학 12명을 자문위원단으로 위촉하고 5∼9월 연구와 교육 환경에 대한 서면·방문 평가를 받았다.

평가 결과 팀 헌트 전 연구위원을 포함한 자연과학분야 해외석학 12명의 평가단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평가단은 "젊은 연구진이 정년 보장을 받기 위해 유명 연구지 기고 압박을 받기 때문에 인기 있는 연구에만 집중한다"며 "서울대 자연대는 '세계를 선도하는' 수준이 아니라 '세계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제화 수준은 세계 명문대 중 하위권 
최근 서울대의 국제화 수준이 세계 명문대 중 하위권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서울대의 국제공동연구논문 수가 영국 옥스퍼드대, 미국 스탠퍼드대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중심 대학과 비교해 크게 적어 국제화를 위한 대학 본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서울대 평의원회에 따르면 예성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 12명은 최근 외국 대학과의 연구 국제화 정도를 비교·분석한 '서울대 연구국제화 현황 및 지원방안' 기획보고서를 학교에 제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는 5년간 1만 899건의 국제공동연구논문을 게재했다. 2010년 1848건, 2011년 2011건, 2012년 2364건, 2013년 2335건, 2014년 2341건으로 해마다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였다. 그러나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영미권의 연구중심 종합대학 7개와 비교해보니 8개 대학 중 7위였다. 

국제공동연구 외에 대학의 국제화 수준을 보여주는 다른 지표들에서도 서울대는 하위권에 머물렀다. 2015년 기준 서울대 전임교원 중 외국인 교수의 비율은 4.96%로, 동경대·교토대(10%대), 홍콩대·싱가포르국립대(20% 이상) 수준에 크게 뒤졌다.

■서울대의 위기, 해결책은... "대학 본부와 구성원이 함께 관심 가져야"
서울대가 지금의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서는 성낙인 총장의 강한 리더십이 더욱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젊은 교수에겐 모험적인 아이디어로 연구하고 수익사업을 벌이도록 하고, 능력이 뛰어난 교수들에게는 파격적인 대우도 해줘야 한다는 것. 석학뿐 아니라 외국인 교수들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지원책도 시급하다. 서열주의가 강한 한국대학 문화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시아대학 총장포럼(AUF, Asian Universities Forum)에서 연설하고 있는 성낙인 총장(사진제공=서울대)

최근 계속되는 악재에 서울대는 교수협의회와 함께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교수 근무환경 개선협의회(개선협의회)'를 설립, 매월 정례회를 열어 교수의 보수·직무 관련 사항, 건강·주택·교육·동아리활동 등 복지 관련 사항 등의 개선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개선 방안을 연구하고 교직원과 학생을 포함한 대학 구성원의 지속가능한 복지를 실현하는 '서울대 복지 어젠다 2020'(가칭)을 선포하기로 했다. 아젠다에는 복지 재원 마련 문제, 교수 보수체계에 성과급을 반영한 수당을 포함하는 문제, 연구뿐 아니라 교육이나 봉사도 성과로 인정하는 문제, 학생 기숙사 문제 등이 폭넓게 담긴다.

뿐만 아니라 서울대교수협의회(회장 조흥식 교수)는 총장 중간평가를 제도화 한다는 계획이다. 조흥식 교수협의회장은 "법인화 이후 서울대는 국가의 관심에서 벗어나 자체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열린 행정 체계가 필요하다"며 "총장 중간평가는 성 총장 개인의 평가가 아닌 업무에 관한 평가"라고 설명했다. 교수협의회는 총장의 임기가 만 2년이 되는 시기, 임기 만료 후 등 두 차례에 걸쳐 총장 중간평가를 진행한다. 이에 오는 6월 진행될 중간평가 지표는 서울대의 연구 환경, 발전 현황, 행정 등 총장 직무수행 전반을 아우르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조 회장은 "위기는 언제든지 올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위기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하는 지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며 "대학 본부에서만 안고 갈 문제가 아니라 대학 구성원 전체가 관심과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원지 기자 wonji@d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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