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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습·관행에 상처받는 신입생들"
[대학저널 긴급 진단 시리즈] ⑤대학가 신입생 환영 문화 '논란'
2016년 03월 28일 (월) 09:26:37

대학가의 신입생 환영 문화가 또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동아대 화학공학과 소속 한 동아리에서 선배들이 신입생들에게 막걸리를 뿌린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것. 앞서 서울 소재 한 대학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에서는 성희롱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학가에 여전한 악습(나쁜 습관)관행을 척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학저널>이 일그러진 대학가의 신입생 환영 문화 현주소와 대안을 긴급점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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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땜 의미로 신입생들에게 '막걸리'
지난 27일 '동아대학교 대나무숲(동아대가 운영하는 페이스북)'에 익명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동아대 신입생 형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동생이 다니는 학과에서 신입생 환영회, 전통이랍시고 술에 뭘 섞어서 저렇게 뿌리는 행위를 했다는 데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네요. 학우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익명으로 올려주십시오"라고 밝히며 한 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출처: 동아대학교 대나무숲

사진을 보면 검정색 옷을 착용한 학생들이 손을 모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으며 다른 학생이 머리 위로 바가지를 쏟고 있다. 추후 알려진 바에 따르면 바가지에는 음식물 쓰레기 등 오물이 담긴 막걸리가 있었다. 또한 사진 당사자들은 동아대 화학공학과 소속 한 동아리의 신입생들과 선배들이었다.

'동아대학교 대나무숲'에 글과 사진이 공개되자 군기잡기, 가혹행위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동아대 화학공학과 학생회장 오00 씨와 부학생회장 조00 씨가 해당 동아리의 입장을 대변, '동아대학교 대나무숲'에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다.

오00 씨와 조00 씨는 "학회 입장은 절대 신입생들의 군기를 잡거나 억압하려고 했던 취지가 아니고 참석 여부 또한 강제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전하고 싶다"며 "글에 올라온 한 장의 사진을 보면 충분히 오해를 할 수 있는 사진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오00 씨와 조00 씨는 "이날 행사가 학회 창설을 기념하고자 하는 자리였다. 행사 진행 과정에서 올 한해 학회가 나쁜 일 없이 잘 운영되라는 의미에서 고사를 지내고 축문을 올렸다"면서 "이러한 과정에서 함께 잘 극복해 나가자라는 의미로 학회장과 신입생들이 같이 막걸리를 맞는 과정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오00 씨와 조00 씨는 "신입생들의 의사를 묻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학우들은 제외했다"며 "이 과정을 '액땜'이라는 명목 하에 너무 안일하게 생각, 과의 책임자된 입장에서 제지하지 못한 점 또한 반성하고 있다. 이번 일로 인해 상처받았을 신입생들과 가족 분들께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화학공학과 학생회장과 부학생회장이 게재한 사과문

그러나 공식 사과문이 게재된 뒤 비판여론이 오히려 더 거세지고 있다. 현재 '동아대학교 대나무숲'에는 "저게 전통인가? 도저히 이해 안 가. 생각이 있는 사람들인가? 부모님들이 자기 자식들이 음식물에 뒤덮힌 모습 보면 마음 찢어지겠다", "액땜할 때 술을 조금씩 뿌리기는 하지만 저렇게 오물을 섞어서 머리에 뿌리지는 않는다. 그리고 신입생에게 강요가 없었다고 하지만 선배들 다 있고 앞에서 할 거냐 물었을 때 저는 안 할래요 하면서 빼면 분위기 어떨지 생각해봤나"라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에 학교 측은 진상조사를 통해 징계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동아대 관계자는 "현재 관련 학생들을 통해 진상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결과가 나오면 관련 부서 차원에서 재발방지 대책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징계 상황이 발생하면 징계도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관행과 악습에 멍드는 신입생들
문제는 신입생 환영을 명목으로 한 관행과 악습이 비단 동아대 화학공학과만의 사례가 아니라는 것. 일부 대학과 학과의 사례이기는 하지만 신입생 군기잡기, 가혹행위, 성희롱 논란이 여전히 계속 되고 있다.

실제 지난 2월 서울 소재 A 대학 생명환경과학대학 신입생 수련회(OT)에서는 성희롱 논란이 발생했다. 당시 A 대학 익명 게시판에 16학번 새내기 여학생이 "정말로 내가 보수적인 건지 궁금하다"라는 제목의 OT 체험담을 올렸다. 해당 글에서 새내기 여학생은 '25금(禁) 몸으로 말해요'라는 게임을 하며 선배가 유사 성행위 장면을 묘사했고 술게임을 통해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을 껴안고 술을 마시는 등의 행위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신입생 환영회 등에서의 악습과 관행뿐만 아니라 평상시 대학생활에서도 선배들의 신입생 군기잡기 관행은 여전하다.

최근 서울 소재 B 대학 체육 관련 학과의 경우 선배들의 신입생 군기잡기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선배들이 신입생들을 한 곳으로 불러 모은 뒤 엎드려 뻗치게 하고, 땅바닥에 머리를 박게 하는 등 얼차려를 줬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 특히 일부 신입생들은 선배들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아울러 선배들은 신입생들이 모든 학과 행사에 참여해야 한다며 아르바이트를 금지하거나 인사 메시지를 강요하는 등의 수칙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강력한 재발방지 대책 필요
"부푼 꿈을 안고 대학에 첫발을 내딛은 신입생들이 받았을 상처와 학교에 대한 실망감에 대해 책임을 깊이 통감하며 머리 숙여 반성합니다. 모든 이유를 떠나 무엇보다도 우리 대학을 믿고 학생들을 맡겨주신 학부모님들께 거듭 송구한 말씀 드립니다."(신입생 수련회에서 성희롱 논란을 빚은 서울 소재 A 대학의 사과문)

신입생 등 후배들을 대상으로 한 군기잡기와 성희롱 등의 악습과 관행은 대학가에서 반드시 사라져야 할 폐단들이다. 그 누구도 대학생활의 꿈을 짓밟을 권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보다 강력한 재발방지 대책이 필요하다.

먼저 구성원들의 대대적인 의식 개선이 요구된다. 대부분의 악습과 관행은 전통을 핑계로 이뤄진다. '예전의 선배들이 그랬으니 우리도 당연하다, 나아가 너희(후배)들도 우리(선배)처럼 될 것'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사회가 선진화되면서 과거의 악습과 잘못된 관행은 철저히 개선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런데 명색이 '진리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에서, 지성인이라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악습과 관행이 여전하다면 그것은 대학으로서, 대학생으로서 자격이 없다. 따라서 선배들에 의한 악습과 관행 등의 문화가 사라질 수 있도록 학교 차원에서 적극적인 교육을 통해 구성원들의 의식을 개선해야 한다.

처벌도 명확히 이뤄져야 한다. 신입생 또는 후배 대상 악습이나 군기잡기 논란이 발생하면 대부분 초기에만 관심이 집중된다. 실제 관련자 징계 등의 후속조치가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유야무야(흐지부지한 모양)해지기 십상이다. 

그러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명백한 잘못이 밝혀질 경우 처벌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필요 시에는 경찰에 수사도 의뢰해야 한다. 그래야 학칙과 법의 무서움을 알 수 있다. 또한 잘못된 문화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도 생긴다.

A 대학 관계자는 "재학생을 대상으로 실효성 있는 예방교육을 확대 실시할 것이며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환경을 만들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신입생 수련회·학과 MT·OT·축제·단과대 동아리 활동 등 대학 생활의 전반적인 문화 활동에 대해 고민하고, 새롭고 건전한 문화 활동으로 변모해 나갈 수 있는 기회로 삼을 것이며, 인성과 지성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성민 기자 jsm@d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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