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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가혹행위에 짓밟히는 꿈"
[대학저널 긴급진단 시리즈] ④대학가 가혹행위 현주소와 해결방안 점검
2016년 03월 10일 (목) 10:02:52

한때 전 사회적으로 충격을 안겼던 '인분교수' 사건. 이후 '인분교수' 뺨치는 '악마동기'가 등장한 데 이어 이번에는 '악마선배'가 등장했다. '인분교수', '악마동기', '악마선배'는 모두 대학가에서 발생한 가혹행위의 가해자를 뜻한다. <대학저널>이 대학가 가혹행위의 현주소와 해결방안을 긴급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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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분교수 이어 악마동기, 악마선배 등장
지난해 대학가는 물론 전 사회의 이목이 집중된 사건이 발생했다. 일명 인분교수 사건이다. 즉 수도권 소재 한 대학의 A교수가 자신의 제자 B씨를 상대로 가혹행위를 일삼은 사실이 드러난 것.

당시 경찰 수사에 따르면 A교수는 B씨를 자신이 대표를 맡고 있는 디자인 관련 학회 사무국에 취업시킨 뒤 B씨가 일을 잘 못한다는 이유 등으로 2013년 3월부터 약 2년간 B씨를 야구방망이 등으로 폭행하고 인분도 수차례 먹였다. 심지어 A교수는 인터넷 방송인 아프리카TV를 통해 폭행 장면 등을 생중계했다.

   
▶A교수가 B씨에게 행한 가혹행위 모습이 아프리카TV를 통해 중계되고 있는 장면

이에 경찰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A교수를 구속했고 지난해 11월 수원지법 성남지원 제1형사부(고종영 부장판사)는 A교수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이는 대법원이 정한 양형 기준의 상한(징역 10년 4개월)과 검찰 구형량(징역 10년)보다 무거운 형량이다.

인분교수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악마동기가 등장했다. 최근 의정부지검은 대전 소재 한 대학의 재학생인 C씨를 강제추행치상, 상습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현재 C씨는 지난해 1월부터 약 1년간 학과 동기생인 D씨를 감금하고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과 경찰 등에 따르면 C씨와 D씨는 2014년 초 D씨가 군대를 마치고 복학하면서 학과 동기생으로 처음 만났다. 당시 C씨는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등 부유층 자제였고 D씨의 가정은 차상위계층이었다.

문제는 C씨가 D씨를 상대로 폭행을 일삼았다는 것. 구체적으로 C씨가 D씨를 만나고 1년 정도 지난 뒤부터 주먹을 휘두르고 발길질을 하는 것은 물론 허벅지나 엉덩이를 유리병으로 내리쳤다는 것이다. 또한 경찰 수사 과정에서 성적 학대도 있었다는 진술이 나왔다. 이에 C씨 측은 "학대행위는 10여 차례밖에 없었고 D씨의 요청으로 가해를 했다"고 주장, 경찰 수사를 통해 C씨와 D씨 간 진실공방이 밝혀질 전망이다.

인분교수와 악마동기 사건으로 대학가의 가혹행위가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악마선배도 등장, 대학가의 가혹행위 논란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서울신문>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심우정)가 2012년 9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21차례에 걸쳐 후배 대학원생인 E씨를 폭행한 혐의로 F씨를 소환, 조사할 방침이라고 지난 7일 단독 보도했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같은 대학에 재학하던 E씨와 F씨는 2012년 초 E씨가 F씨와 같은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본격적인 선후배 관계가 형성됐으며 동시에 F씨의 가학적인 성격이 드러났다. 

즉 F씨가 논문 작업 등을 할 때 존다는 이유로 얼굴을 수시로 때렸고 대학원 연구실이나 인근 카페 화장실, 공원 등에서 주먹질과 발길질을 한 것은 물론 골프채로도 때렸다는 게 E씨의 진술이다. 이에 지난해 10월 폭행 사실을 알게 된 E씨의 가족이 F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취업·교수직 미끼, 갑을관계가 빚어낸 참상
"
잘나가는 사립대 교수를 아버지로 둔 선배의 말만 들으면 나도 교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저의 그런 심리를 악용해 골프채가 부러질 정도로 때린 거죠."(F씨에게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E씨의 주장)

인분교수는 교수와 제자 간, 악마동기는 동기 간, 악마선배는 선배와 후배 간 발생한 사건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갑을관계다.

다시 말해 인분교수 사건에서 갑의 위치는 교수, 을의 위치는 제자다. 악마동기 사건에서 갑의 위치는 부유층 자제, 을의 위치는 차상위계층 자제다. 또한 악마선배 사건에서 갑의 위치는 유명 사립대 교수를 아버지로 둔 대학원 선배와 그렇지 못한 대학원 후배다. 결국 지위에서든, 경제력에서든, 권력에서든 우위에 있는 가해자들이 열악한 위치에 있는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가혹행위를 일삼았다고 볼 수 있다.

그 미끼는 취업과 교수직이다. 인분교수 사건에서 가해자 교수는 피해자 제자를 자신이 대표를 맡고 있는 디자인 관련 학회 사무국에 취업시켰다. 악마동기 사건에서 가해자 동기는 "재력가인 아버지 회사에 취업을 시켜주겠다"며 피해자 동기의 환심을 샀고 악마선배 사건에서 가해자 선배는 "내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교수에 오르면 너에게도 한자리를 마련해 주겠다"고 피해자 후배를 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볼 때 결국 지위와 경제력 등에서 열위에 있는 피해자들이 취업과 교수직 진출을 위해 가해자들의 가혹행위를 견뎌야만 했던 것이 인분교수, 악마동기, 악마선배 사건에서 나타나 공통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갑을관계 문화 개선 위한 노력 필요
인분교수, 악마동기, 악마선배 사건은 물론 일부의 사례다. 또한 교수와 제자, 부유층 자제와 차상위계층 자제, 대학원 선배와 후배 사이라고 해서 반드시 갑을관계가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보다 명확하고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피해자들의 처신을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분교수, 악마동기, 악마선배 사건을  간과할 수는 없다. 제2의 인분교수, 악마동기, 악마선배 사건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에 무엇보다 갑을관계 문화 개선이 요구된다. 악마동기 사건은 다른 경우이지만 대학가에서 교수와 제자, 선배와 후배 간 갑을관계 문화는 여전하다. 특히 취업과 논문, 나아가 교수직 진출까지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교수들의 경우 학생들에게 '슈퍼 갑'이다. 실제 서울대 인권센터가 2012년 공개한 인권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원생 1352명의 응답자 가운데 11.1%는 △출장 간 교수의 빈 집에 가서 개밥 주기 △이삿짐 날라 주기 등 교수의 사적인 일까지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수와 제자 간 갑을문화 개선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는 전국 13개 대학원 총학생회와 함께 '대학원생 권리장전(Bill of Rights) 선언식'을 개최했다. 사진은 포스텍의 대학원생 권리·의무장전 선언식 모습

대학가의 갑을관계 문화 개선을 위해 무엇보다 구체적인 행동이 요구된다. 즉 교수와 제자, 선배와 후배, 동기와 동기 관계가 지위나 권력, 부가 아닌 존중과 배려 차원에서 형성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와 교육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가 전국 13개 대학원 총학생회와 함께 2014년 10월 '대학원생 권리장전(Bill of Rights) 선언식'을 개최한 것이 다시 주목되고 있다. 교수에 의한 부당행위 방지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년위원회 측은 "권리장전은 개인존엄권, 자기결정권, 학업연구권, 저작권, 공정 심사, 조교 권리, 부당한 일 거부권 등 대학원생의 보편적인 존엄과 권리가 인식되고 효과적으로 준수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으로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대학들이 교양교육 전담대학 신설 등 교양교육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교양교육 강화를 통해 인성교육이 적극적으로 이뤄지면,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확산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가의 갑을문화 개선을 위해서는 법과 학칙에 따른 처벌도 필요하겠지만 의식변화가 가장 중요하다"며 "교양교육으로 학생들의 인성이 바르게 형성되면 대학가의 갑을문화 개선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성민 기자 jsm@d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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