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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 만능주의' 언제까지 이어질까
<대학저널> '특별 기획', "교육이 살아야 국가가 산다"
2016년 03월 02일 (수) 23: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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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목적은 기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만드는 데 있다." 프랑스의 계몽사상가, 루소의 명언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교육은 어떤가? 우리는 인간을 만드는 교육을 하고 있는가? 안타깝게도 대답은 'No!' 성추행, 학교폭력, 교권침해, 뇌물 수수 등으로 학교의 근본이 흔들리고 있으며 사교육 시장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학은 출세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된 지 오래다. 기업체에서는 대학을 졸업해도 쓸 만한 인재가 없다고 불평한다. 한 마디로 우리의 교육은 '인간을 만드는 교육'과 거리가 먼 현실이다.  

그러나 교육이 살아야 국가가 사는 법이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들은 모두 교육강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에 <대학저널>이 특별기획, '교육이 살아야 국가가 산다' 시리즈를 연재한다. 이를 통해 학교를 올바로 세우고
'인간을 만드는 교육'을 실현함으로써 우리나라가 교육에서 희망을 찾고, 교육을 통해 진정한 선진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기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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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까지 우리나라는 유교사회였다. 정치는 물론 학문 역시 유교 사상에 입각했고 선비들은 과거제를 통한 입신양명을 숙명으로 삼았다. 자연스럽게 숭문주의(崇文主義)가 만연했고, 소수의 특권 계급 외 평민들에게는 교육과 출세의 기회가 없었다.

이는 100년도 넘은 과거의 모습이지만 현대에서도 그 때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1970년대 이후 교육이 경제발전과 가난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여겨졌고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교육열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교육이 살아야 국가가 살아난다지만 지나치게 학벌과 '대학 간판'을 중시하는 사회풍토는 고질적인 문제다. 교육당국은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교육', '능력중심사회를 구현하는 교육'을 목표로 다양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사회(산업)수요 맞춤형 학과 신설, 산학협력 활성화, 고교 단계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유니테크, 장기현장실습(IPP)형 일학습병행제,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체계, 자유학기제 등이 그것이다. 이제 막 시작한 단계라고는 하지만 이런 정책들이 체감할 만한 효과를 내고 있지는 못하다.

   
 

"대학 간판으로 차별, 여전히 심각"
입시에 목메지만 대학 교육 신뢰도는 오히려 낮아

지난해 말 한국교육개발원은 우리나라 성인(만 19세 이상 75세 이하) 2000명을 대상으로 교육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86.8%가 우리나라의 학벌주의는 큰 변화 없이 유지되거나(57.8%) 지금보다 심화될 것(28.8%)이라고 답했다. 이 같은 답변 비율은 2011년 조사 때부터 이어진 것이라 학벌주의가 지속될 것이라는 사회적 통념은 달라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응답자 중 66.1%는 대학졸업장 유무에 따라 심각할 정도로 차별이 존재한다고 느끼고 있으며 출신대학에 따른 차별이 심각하다고 느끼는 응답자도 68.9%다.

   
▲대학 서열화에 대한 전망 (출처 : 한국교육개발원)

아이러니한 것은, 초등학교 때부터 따지면 기본 12년 이상 명문대에 진학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음에도 막상 대학 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높지 않다. 우리나라의 대학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59.7%에 달한 것. 대학 교수들의 능력과 자질에 대한 평가는 5점 만점에 2.56점에 그쳤고 대학 교수들의 교육행위에 대한 신뢰성도 4년제 2.75점, 전문대 2.87점으로 만점의 절반을 겨우 넘겼을 뿐이다.

사교육의 근본적인 원인도 공교육에 대한 불만(23.8%)보다는 학력‧학벌 중심의 사회구조 때문(66.1%)이라고 여기는 응답자가 3배 가까이 많았다. 이는 교육당국이 '공교육을 정상화 하면 사교육 비율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던 것과는 '판단의 기준'부터가 거리가 멀다.

   
▲대학졸업장 유무에 따른 차별의 심각성 (출처 : 한국교육개발원)

서울 소재의 고등학교의 A교사는 "보통 학벌을 중시하는 문화는 사회생활을 하는 성인들에게 해당된다고 생각하지만, 중‧고등학생 사이에서도 개인의 역량과 재능보다 학력에 의해 기회가 부여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하지만 성적 외에는 학생의 능력을 평가할만한 뚜렷한 기준도 없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A교사는 영재 발굴‧양성 프로젝트를 예로 들었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영재 발굴‧양성 프로젝트에 진정한 영재성을 지닌 학생들이 아닌 내신성적 순으로 점수가 높은 학생들이 지원한다는 이야기다. 영재성의 유무를 판단하기 위한 담임선생님·전문가의 관찰, 학생의 독창성과 창의력 등이 영재임을 판단하는 평가 지표가 돼야 한다. 하지만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내신성적뿐이고, '성적우수=영재'가 아니라는 것도 규명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결과적으로 해당 프로젝트에 지원하는 학생은 성적순으로 추려져 영재를 발굴하고자 한 당초 취지는 무색해진다는 것. 이 프로젝트는 대입에 플러스 요인이 되므로 결국 '명문대 진학용 스펙'으로 전락해 버린다.

"취업 잘하려 명문대 갔는데..." 학벌이 '프리패스'는 아니다
학력에 따른 임금격차 줄이는 게 급선무

학벌을 중시하는 가장 큰 이유로 '성공적인 취업'을 꼽는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조사를 살펴보면 고용형태와 시간당 임금, 복리후생, 노동시간, 직원 수 등을 기준으로 직업의 질을 점수로 환산한 결과 4년제 수도권 대학 졸업생은 9.3점으로. 그렇지 않은 대학 졸업생은 8.6점으로 평가됐다.

더욱이 국내 중소기업의 임금이 대기업의 62% 수준(고용노동부 조사)인 것을 감안하면 너도나도 대기업에 취업하려 대기업에 줄을 설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지원자 중 가능하면 유능한 사람을 뽑으려하고 '적어도 명문대를 나온 사람이면 성실하고 체제에 잘 적응하는 사람이겠지'라고 판단한다. 명문대 졸업생들만으로도 모집인원을 훌쩍 뛰어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학벌이 채용의 기준이 되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고학력자와 저학력자의 임금 차이가 크면 클수록 이 같은 현상은 완화되지 않을 것이다.

다만 학벌 만능주의의 벽이 낮아지고 있다는 지표가 속속 드러나고 있어 주목할 만 하다. 대학알리미가 최근 조사한 졸업생의 취업률(2014년 공시)을 보면 전문대학이 평균 64.1%를 기록해 4년제 대학 졸업생 평균(53.3%)보다 10.8%p 높게 나타났다.

국내는 아니지만 전문대학의 해외 취업 현황 역시 4년제에 비해 두드러진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전문대학 출신자가 해외로 취업한 경우는 2013년 686명, 2014년 776명으로 매년 가파른 수치로 늘어났다. 하지만 4년제의 경우 2013년 863명, 2014년 871명으로 수는 많지만 변화가 미미하다. 서비스업 위주의 취업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유의미한 결과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실시한 '제4회 고졸취업 성공수기 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한 김소은 씨는 "선생님과 부모님은 물론 나 역시 사회의 선입관 때문에 인문계고에 진학, 대학을 졸업하길 바랐지만 대학진학만이 밝은 미래를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며 내신 성적이 낮은 것이 아니라 목표 없이 사는 인생이 패배자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NCS전형을 이용해 공기업에 취업했다.

명문대 졸업이 취업 보증수표가 될 수 없고 고학력 무직자가 대거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달리 보면 성공으로 가는 길이 학벌‧학력만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능력껏 배워 일하고 능력껏 인정받는 진정한 '능력중심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사회, 정치, 교육계를 아우르는 장기적이고 현실적인 교육 대책이 시급하다.


김보람 기자 brkim@d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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