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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 무직자 증가, 일자리가 없다"
[긴급 진단]'졸업=백수' 시대, 취업난 여전···일자리 창출 절실
사회수요 맞는 인재 양성 필요, 미스매치 해결도 과제
2016년 03월 02일 (수) 09:19:14

취업난이 장기화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대학 졸업이 곧바로 취업과 연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졸업=백수'가 일반적인 시대다. 심지어 '인구론'(인문계의 90%가 논다는 의미)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대졸 무직자를 포함한 청년 실업은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도 마이너스 요소다. 이에 <대학저널>이 대졸 무직자의 현주소를 긴급진단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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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 무직자 증가, 화석선배는 일상

   
 

최근 대학가는 졸업식 시즌을 보냈다. 학사모를 쓰고 졸업 가운을 입은 대학생들의 모습에서 졸업에 대한 자부심과 기쁨이 느껴졌다. 그러나 한편으로 졸업생들의 모습이 밝지만은 않았다. 취업이 결정되지 않은 졸업생들도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수도권 소재 대학을 졸업한 A 씨는 "취업을 위해 계속 노력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면서 "졸업을 해도 기쁘지가 않다. 차라리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졸 무직자들이 늘고 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졸 이상 비경제활동인구는 334만 6000명으로 2014년보다 4.7%p 증가했다. 대졸 이상 비경제활동인구는 2000년 159만 2000명을 기록한 뒤 2004년 207만 5000명, 2013년 307만 8000명 등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반면 초졸 이하나 중졸, 고졸 출신 비경제활동인구는 최근 2년간 감소 또는 제자리 걸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자 대학가에서는 '화석 선배'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화석 선배는 극심한 취업난으로 취업 전까지 학생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졸업을 미루는 'NG(No Graduation)족'을 이르는 말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안민석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4년 전국 166개 4년제 대학에서 9학기 이상 등록한 학생은 12만 명이 넘었다. 이들이 납부한 수업료는 총 600억 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대학들이 졸업유예생이 많을수록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불리하다는 이유로 졸업유예제도를 속속 폐지, 화석 선배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이에 안 의원은 "교육부는 대학들이 대학 5학년생들에게 과도한 등록금을 징수하지 못하게 지침을 마련하고 대학평가지표에서도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며 "정부도 기업과 함께 양질의 일자리 정책을 세우고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을 바로 세워 불필요한 스펙 쌓기 경쟁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자리 부족, 구직자-기업 간 미스매치가 원인

   
▶대졸 무직자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한 대학의 취업 안내 게시판 모습

그렇다면 대졸 무직자들이 늘어나는 이유가 무엇일까? 무엇보다 일자리 자체가 부족할 수 있다. 경제 상황 등에 따라 일자리는 한정됨에도 불구, 대학을 졸업한 구직자는 매년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15 OECD 교육지표 조사 결과'를 보면 2014년 우리나라 청년층(25∼34세)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68%로 OECD 34개 국가 가운데 1위다. 캐나다(58%), 미국(46%), 일본(37%), 독일(28%) 등 선진국들의 경우 고학력 청년 비율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적다.

구직자와 기업 간 '미스매치'(mismatch·불일치)도 청년 실업의 이유로 꼽힌다. 우선 눈높이에 따른 미스매치다. 즉 대학생들은 대기업과 공기업 등 좋은 직장을 선호하고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등은 기피하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에서는 인력 부족을 호소한다.

한 마디로 지금은 일자리 자체가 없는 게 아니라 대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현실이다. 한국은행도 보고서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는 1993년 483만 개에서 2012년 602만 개로 소폭(24.6%) 증가했지만 고학력 인력(전문대졸 이상)은 1993년 428만 명에서 2012년 1050만 명으로 2배 이상(145.3%) 증가, 일자리 미스매치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또 하나는 대학 전공과 기업체 수요 간 미스매치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4~2024 대학 전공별 인력수급전망'에 따르면 경영·경제전공은 12만 2000여 명, 중등교육전공은 7만 8000여 명, 사회과학전공은 7만 5000여 명, 언어·문학전공은 6만 6000여 명의 공급 과잉이 예상됐다. 하지만 기계·금속전공은 7만 8000여 명, 전기·전자전공은 7만 3000여 명, 건축전공은 3만 3000여 명, 화학공학전공은 3만 1000여 명의 공급 부족이 예상됐다.

최영준 한국은행 국제경제부 선진경제팀 차장은 보고서를 통해 "청년층 취업 확대를 위해서는 신성장동력산업 육성 등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노력하는 한편 대학 정원의 합리적 조정 및 대학교육과 노동수요 간의 연계 강화를 통해 고학력 인력의 과잉 공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며 "직업훈련 시스템 확충을 통해 산업과 기업 수요에 부응하는 인력 양성을 도모함과 아울러 일자리 매칭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자리 창출에 역점, 우려와 걱정 해소도 필요
화석 선배를 비롯해 '이케아(IKEA) 세대'(뛰어난 스펙을 갖췄지만 낮은 급여와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젊은 세대들을 실용적이고 세련됐지만 저렴한 가격의 가구 브랜드 이케아에 빗대어 표현한 말), '빨대족'(취업난으로 인해 구직자들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고 있어 30대가 넘어서도 부모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기대 살아가는 청년층들을 이르는 말) 등 채용 시장 신조어들이 유행처럼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졸 무직자를 포함해 청년 실업은 결국 국가 경쟁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부가 올해 일자리 창출에 역점을 둔다. 사진은 지난 1월 '일자리, 늘리겠습니다. 국민행복, 더하겠습니다'를 주제로 열린 교육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의 합동업무보고 모습.

이에 정부는 올해 정책의 초점을 일자리 창출에 맞추고 청년 실업 해소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사회수요 맞춤형 대학교육이 강화된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올해부터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PRogram for Industrial needs - Matched Education·PRIME, 이하 프라임)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프라임 사업은 대학이 사회변화와 사회수요에 맞춰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도입됐다. 교육부는 프라임 사업을 통해 대학들이 공학 등 인력 부족 분야로 2만 명(2020년 편제 완성 기준) 이상 정원을 조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교육부는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지역 대표대학을 연계, 대학생 취업을 보장하는 '사회맞춤형 학과'를 2015년 4927명에서 2017년 1만 5000명까지 확대하고 고졸 취업 활성화 차원에서 ▲고교 직업교육 비중 확대 ▲평생교육단과대학 신설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고용노동부 역시 IPP(장기현장실습형) 일학습병행제 운영 대학 선정, 청해진 대학(해외취업 거점대학) 선정 등을 통해 대학생들의 취업률 향상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따른 우려도 나오고 있다. 취업이 강조되면서 대학이 자칫 직업전문학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프라임 사업이 이공계 중심의 대학구조조정을 의미하면서 인문학 소외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 

서울대 등 수도권 9개 대학 학생회는 "대학교육에 대한 예산 투자를 통해 학문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대학의 돈줄을 쥐고 대학을 '취업 몰입식' 교육기관으로 길들이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교육계와 대학가에서는 정부가 사회수요 맞춤형 대학교육 강화 등 일자리 창출에 나선 것은 환영하지만 그에 따른 우려와 걱정을 불식시킬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교육이 사회와 동떨어져 사회의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는 것은 분명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면서 "다만 대학교육의 본질이 훼손되지 않도록, 무엇보다 인문학과 기초학문이 붕괴되지 않도록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성민 기자 jsm@d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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