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없는 대학, 이래도 되나
총장 없는 대학, 이래도 되나
  • 이원지 기자
  • 승인 2016.01.07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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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이원지 기자

"총장 직무대리 체제에서 과감한 구조조정과 교육과정 개편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교육부에서 시행하는 정부지원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해 안타깝다."

프라임사업 준비 여부를 묻는 기자 질문에 대한 A국립대 처장의 답변이다. 현재 상당수의 국립대들이 총장직무대리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대학 정책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목소리다. 현재 총장 공석인 대학은 지역거점 국립대인 강원대, 경북대, 경상대, 부산대 외에도 공주대, 강릉원주대, 전주교대 등이 있다. 총장 공석의 원인은 '직선제 폐지'와 '교육부의 임용거부'가 결정적이다.

강원대는 직선제 폐지와 관련해 구성원들의 갈등으로 총장 공석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해 강원대는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D등급 평가를 받았다. 이에 대한 책임으로 신승호 총장은 스스로 사퇴했다. 이후 강원대는 새로운 총장 선출방식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는 것. 비상대책위원회는 직선제 선출을 강력히 주장했지만 대학본부는 지난 6일 결국 간선제를 택했다. 대학본부는 "학교를 안정시키는 게 최우선이라고 판단했다"며 "직선제 요소를 가미한 간선제로 새 학기 시작 전에는 총장을 선출할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학칙을 개정하려면 교무회의와 평의원회의 심의를 거쳐야하기 때문에 직선제를 희망하는 구성원과의 갈등은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상대는 지난해 12월 권순기 총장의 임기가 끝났지만 신임 총장을 선출하지 못했다. 그동안 경상대는 총장 선출과 관련해 교수회와 대학본부 간 내홍을 겪어 왔다. 경상대는 2012년 간선제를 택했지만 교수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 결국 경상대도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교수회는 신임 총장 선출을 위해 대학본부의 빠른 결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본부는 교육부의 지원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고민하고 있다. 경상대 관계자는 "교수회에서는 직선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직선제로 총장을 선출하면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 할 수 있어 쉽게 결정 내릴 수 없다"고 밝혔다.

부산대도 간선제를 도입했지만 지난해 고현철 교수가 이에 반발해 건물에서 투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고 교수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20분 만에 숨졌다. 이에 김기섭 총장이 즉각 총장직에서 물러났고 부산대는 현재 총장 직무대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 부산대는 직선제를 다시 도입키로 하고 총장임용후보자 1순위로 전호환 교수를 선출했다. 부산대 관계자는 "동료 교수의 투신 앞에서 직선제 부활은 불가피했다"며 "교육부에서도 부산대의 상황을 잘 알고 있으니 감안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부산대가 올해 개교 70주년을 맞는 만큼 하루속히 새로운 체제가 구축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경북대는 교육부의 알 수 없는 총장임용거부로 총장직무대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1년 6개월 동안 총장 공석인 경북대 학내는 교육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이미 과열된 상태다. 교육부가 총장 임용 후보 1순위로 오른 김사열 교수에 대해 임용 제청을 계속해서 거부하고 있는 것. 김 교수는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임용 제청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에서도 승소했지만 교육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재 김 교수와 교육부는 2심을 진행하고 있다. 권성국 경북대 교무처장은 "총장임용 거부 사유를 밝히라는 판결이 나왔지만 교육부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라며 "하루 빨리 대학이 정상화되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경북대 치과병원장에 추천된 2명의 후보도 교육부에서 임용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주대는 지난 2013년 서만철 전 총장이 사퇴한 이후 22개월째 총장이 공석 중이다. 교육부는 1순위 총장임용후보자로 선정된 김현규 교수에 대해 별다른 이유 없이 임용을 거부한 뒤 총장 임용 후보자를 재추천하라는 공문을 발송하는 등 요지부동이다.

한승희 전 총장이 지난 5일 임기 만료한 공주교대도 총장 임명이 늦어지면서 6일부터 총장 공백 사태에 빠졌다. 이 대학은 지난해 11월 교육학과 이명주 교수와 사회교육과 안병근 교수 2명을 총장 임용후보자로 선출해 교육부에 추천했다.

전주교대도 2014년 12월 16일 간선제를 통해 이용주 교수가 1순위 총장임용후보자로 선출됐지만 교육부는 뚜렷한 이유없이 임명을 미루고 있다. 전주교대 관계자는 "확연히 드러나는 행정적 문제는 많지 않다 해도 실질적인 최고 결정권자의 공석으로 인해 주요사안이 뒤로 미뤄지는 것은 물론 당장 시급한 예산집행 등에 있어서도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대학가는 지금 새학기 준비와 더불어 프라임, 코어 사업 등 각종 재정지원사업 준비를 앞두고 있다. 대학 관계자는 "총장 공석 사태가 지속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대학에 돌아간다"며 "총장 직무 대리인이 있지만 학내 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하기엔 역부족이다. 대학들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데 총장이 없으면 강력한 리더십이 부재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선장 없는 배는 결국 침몰하고 선원들의 불안함은 극에 달할 수밖에 없다. 총장 공백으로 걱정과 우려가 팽배한 상태라면 이는 심각한 위기라고 본다. 하루 빨리 국립대 총장 공석 사태가 해결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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