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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퇴 바라던 학생이 명문대 합격생 되기까지 '믿음과 끈기'
[부모의 공부기술] 자녀 성균관대학교 보낸 노금님 씨
2015년 12월 30일 (수) 16:23:36
   
▲ 자녀 성균관대학교 보낸 노금님 씨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대외활동 수상 경력도 화려한데다 명문대 수시 합격까지 했다’는 사례를 들으면 누구든 부러워할 것이다. 그러면서 ‘어떻게 공부를 시켰을까?’, ‘무슨 학원을 보냈을까?’, ‘철저하게 바른 생활을 하거나 모범생이 아닌 이상 어려울 거야’ 등의 생각을 품을 것이다.

무단결석과 조퇴를 밥 먹듯이 하고 수업시간에도 음악을 듣거나 휴대폰으로 메신저를 하던 학생이 이윽고 성균관대에 합격했다면 믿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노금님 씨의 자녀 정인범 씨는 이 믿기지 않은 일을 해낸 장본인이다. 평범한 회사원인 노 씨와 평범하지 않은 학창시절을 보낸 정 씨가 어떻게 성공적인 입시를 이뤄냈는지 <대학저널>이 들어봤다.

환경이 바뀌며 시작된 아이의 방황

노 씨 가족은 대전에 거주하다가 정 씨의 중3 1학기가 끝나갈 무렵, 사정상 지금 살고 있는 서울로 이사를 왔다. 하지만 노 씨는 이사를 하기 전에는 미처 몰랐다. 이 일이 아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지.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라 그런지 정 씨는 대전의 친구들을 매우 그리워했다. 전학한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정 씨는 자신에게 찾아온 환경의 변화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했다. 그때부터 정 씨는 마음의 문을 닫았다. 학교도 무단결석·조퇴하기 일쑤였고 틈만 나면 친구들을 만나러 대전에 훌쩍 다녀오기도 했다. 정 씨는 줄곧 말썽 한 번 안 부리고 학교성적도 우수했었기에 노 씨의 충격은 어마어마했다.

정 씨는 이어폰이 없으면 등교도 하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계속 음악만 들으며 귀와 마음을 닫았다. 성적이 곤두박질치는 것도 당연한 결과였다. 심지어 정 씨는 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보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노 씨는 회사 때문에 정 씨의 생활에만 매달릴 수 없었고 아이가 고등학교에 진학해 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기고 있었기 때문에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였다.

이때 생각지도 못한 도움의 손길이 뻗쳤다. 정 씨의 고1 담임인 정진영 선생님의 가정방문이 시작된 것이다. 노 씨가 특별히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선생님이 먼저 정 씨의 닫힌 마음에 노크를 해 준 것. 처음에 정 씨는 선생님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하지만 선생님은 포기하지 않고 5번도 넘게 집을 찾아왔고 정 씨도 서서히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진심어린 ‘스승’의 모습에 마음 돌리다

기숙사를 갖춘 대전의 고등학교 리스트를 진지하게 알아봐 주거나 큰소리 한 번 내지 않고 다독여주는 선생님의 모습에 정 씨는 감동했다. 노 씨는 “사실 아이가 학교에 잘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도 가정방문을 하면서 알았다”며 “전화로 학부모를 학교에 호출하거나 학부모가 직접 주의를 주도록 하는 것이 보통 선생님의 반응이라고 생각했죠. 제가 아이에게 해 주지 못한 역할을 선생님이 해 주시니 어떻게 표현할지 모를 정도로 고마웠어요”라고 말했다.

비단 담임선생님만 정 씨를 다독인 것은 아니다. 고1 당시 국어 과목의 정소연 선생님은 다른 선생님들과 달리 정 씨의 제멋대로인 수업태도를 지적했다. 다만 정 씨를 혼내기보다 이성적으로 설득시키고 진솔한 대화를 시도하며 정 씨를 바로잡아주었다. 그때부터 정 씨는 학업에 열중하고 친구도 사귀기 시작했다.

정 씨는 글자 그대로 ‘엉덩이에 종기’가 날 정도로 무섭게 공부를 했다. 노 씨는 “학급에 스포츠를 하다가 그만둔 친구가 있어 그 친구와 마음이 맞아 둘이 불붙듯 공부했고, 학급 전체 면학 분위기를 주도했다고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노 씨는 아이가 학교에 성실히 등교하는 것만으로도 고마웠기에 학업에 있어서는 일절 간섭하지 않았다. 또 부모도, 학생도 공교육을 신뢰해 사교육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도 부족함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아이가 원할 때 수학, 영어 정도는 학원을 보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사교육보다는 공교육에서 길을 찾았고 그 뜻을 존중해 줬습니다.”

학교에서 정 씨는 ‘질문로봇’으로 통했다. 정 씨는 ‘그날 모르는 것은 그날 반드시 해결한다’는 마음으로 수업 시간, 쉬는 시간 할 것 없이 선생님들에게 질문공세를 퍼부었다고 한다. 어떨 때는 ‘그런 내용은 시험에도 안 나오고, 고등학교 수준에서는 배울 단계가 아니다’라고 선생님이 손사래 칠 때도 있었다고. “어렸을 때부터 인범이는 욕심도 많고 오기도 대단했어요. 초등학교 4학년 때 시험에서 한 문제 틀렸다고 분에 못 이겨 저한테 전화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한 번 마음을 다잡았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부터는 공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습니다.”

그 결과 정 씨의 성적은 고1 때 5~6등급에 그쳤지만 고2, 고3에 들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고2 때는 문과계열에서 전교 1등을 하는가하면 고3 때는 전 과목 1등급을 기록, 5개 학기 평균 2.6등급을 얻었다. 고3 시절 반장까지 도맡았다니 학우들과의 교우관계도 설명이 따로 필요 없는 셈.

한편 정 씨는 국어 선생님이 새롭게 만든 ‘시사언론 동아리’를 비롯해 ‘책만나(책 속에서 만나는 나의 미래) 독서 동아리’에서 활동을 했다. 이를 통해 정 씨는 책과 신문 읽기를 소홀히 하지 않고 항상 세상만사에 귀를 기울였다. 특히 시사언론 동아리 친구들과는 법무부와 성균관대가 주관한 ‘고교생 모의재판 경연대회’에 함께 출전했다. 정 씨팀은 예선에서 서울·경기지역 1등, 본선에서는 4등의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쾌거를 이뤘다.

‘적성’과 ‘아이 사정’에 딱! 맞는 학교 찾아
“하고픈 대로 믿어주면 아이는 길 찾는다”

선생님들은 정 씨에게 커트라인이 성적보다 좀 더 높은 대학교에 지원하면 어떻겠냐고 조언했다. 하지만 정 씨는 대회 참여를 통해 성균관대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생겼다. 노 씨 역시 입학설명회를 통해 성균관대에서는 성적이 향상된 학생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아이에게 딱 맞는 학교라고 생각했다. 이에 정 씨는 학생부종합전형 수시로 당당히 성균관대 철학과에 합격했다. 보통 철학과라고 하면 입학 커트라인 점수가 낮아 합격을 위해 지원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정 씨가 원해서 지원한 학과다.

“인범이가 고등학교 과목 중 ‘윤리와 사상’, ‘생활과 윤리’를 가장 좋아했습니다. 특히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는 철학자들과 그 이론에 탐구심을 보였죠. 그래서 저 역시 묵묵히 찬성해 줄 따름이었습니다.” 노 씨의 대답에서 향후 취업에 대한 걱정이나 아쉬움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야말로 ‘아이가 원하는 대로’ 행복을 지지해주는 엄마의 모습이었다.

노 씨는 강물이 바위를 거스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흘러가듯 아이를 포용할 뿐이었다. “제가 아이의 태도에 일일이 관여하지 않고 멀리서 지켜봤던 것이 오히려 아이에게 도움이 됐습니다. 물론 저 혼자서 많이 울기도 했죠. 하지만 ‘원래 이런 아이가 아니니 언젠가는 바른 길로 돌아올 것’이라 믿고 기다렸습니다.”

롤러코스터 타듯이 극적인 학창시절을 보낸 정 씨와 그를 뒷받침해준 노 씨는 그간의 고난과 그것을 이겨낸 노력이 있었던 만큼 지금 환하게 웃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제가 <대학저널>과 인터뷰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아이가 부탁한 게 있습니다. 보통 언론매체에 보도되는 ‘대입성공사례’의 주인공은 엘리트나 모범생 친구들이 대부분인데, 본인의 사례를 보고 독자들도 생각을 조금이나마 바꿨으면 좋겠다고 전해 주길 바라더라고요. 그리고 지금 힘들어하고 방황하는 친구들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어 했습니다.”

노 씨 역시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과 최대 서포터인 학부모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런 일을 겪지 않은 부모들은 아이가 돌아올 그 ‘언젠가’를 기다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모를겁니다. 하지만 아이와 나 자신을 포기하지 말고 마음을 굳게 먹기를 바랍니다.”


김보람 기자 brkim@d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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