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은 마르고 닳도록 보고, 확인하고, 고민해야 한다”
“개념은 마르고 닳도록 보고, 확인하고, 고민해야 한다”
  • 대학저널
  • 승인 2015.09.01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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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달인] 왜 수학 성적이 오르지 않는가? 제4탄 부정확한 개념 학습

수학을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정의를 비롯한 개념들을 학생들이 잘 이해하고 기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좀 더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당연히 이해하고 기억해야 한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현실을 봤을 때, 그런 생각이나 믿음은 적잖이 배신감을 가져다준다. 수학뿐만 아니라 모든 과목에서 개념 학습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대부분 학생들은 개념의 중요성을 추상적으로 알고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측면에서 중요한 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태도를 갖고 있는 학생들이 개념을 제대로 꼼꼼히 본다는 것은 상상하기가 거의 힘들다. 더더욱 문제를 풀 수 있을 정도의 개념 학습을 하고 나면 더 이상 개념을 볼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 현실이다.

1. 원의 방정식, 잘 알고 있다?
평면 위의 한 정점에서 일정한 거리에 있는 점의 자취를 원이라고 한다. 한 정점을 원의 중심, 일정한 거리를 원의 반지름의 길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원의 방정식의 정의에 해당한다. 당연히 기억하고 있어야 할 표현인데, 사실상 원의 방정식에 관한 정의를 제대로 말할 수 있는 학생들이 몇 명이 될지 의문이 든다. 정의를 막무가내로 기억하기에 앞서 그 의미를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원의 방정식의 정의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한 정점, 일정한 거리, 그리고 점의 자취다. 여기서 한 정점과 일정한 거리는 중심과 반지름이라는 사실은 원의 본질이라고 할 만큼 중요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알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눈여겨봐야 하는 부분은 ‘점의 자취’라는 부분이다.

이 부분을 소홀히 하기 쉬운데, 점의 자취라는 것을 통해서 자취의 방정식의 일종인 원의 방정식을 유도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자취의 방정식을 구하는 방법을 통해 원의 방정식을 유도해 보자.

자취를 구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① 주어진 조건에 알맞은 임의의 점을 (x, y)라고 한다.
② 주어진 조건을 이용하여 x와 y의 관계식을 만든다.
③ 위에서 만들어진 x와 y의 관계식을 보고 자취가 어떤 형태인지 판단한다.

위의 방법을 원의 방정식의 정의에 맞춰서 적용해 보도록 하자.

중심이 점 C(a, b)이고, 반지름이 r인 원 위의 임의의 점을 P(x, y)라고 하면

양변을 제곱하면

                                       (x−a)2 + (y−b)2 = r2

위와 같이 원의 방정식이 유도되었다. 방정식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이용된 개념은 우선 자취의 방정식을 구하는 일반적인 과정, 두 점 사이의 거리공식이 사용되었다. 평면좌표 단원에서 배웠던 두 점 사이의 거리공식이 원의 방정식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이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수학에서 배웠던 모든 개념들은 서로 그물망처럼 얽혀 있기 때문에 학습한 개념들은 완벽하게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유도된 원의 방정식을 통해 문제를 풀 수 있는 강력한 개념들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2. 개념의 확산
개념의 확산은 이미 배웠던 개념을 통해 추가적인 개념들을 덧붙이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를 풀 수 있는 강력한 도구들을 모을 수 있게 된다.

원의 방정식 (x−a)2 + (y−b)2 = r2 을 보통 ‘표준형’이라고 부른다. (중심과 반지름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이 표준형을 전개하면 x2 + y2 + Ax + By + C = 0과 같은 형태가 되는데, 이를 ‘일반형’이라고 부른다. 원의 방정식이 일반형으로 주어지면 표준형으로 변형해서 중심과 반지름의 상태를 확인해야 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원의 성립요건과 이외 원과 관련한 중요한 성질을 알 수 있다. 일반형에서 확인할 수 있는 추가적인 개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표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중심과 반지름이 일정한 관련성을 가짐을 알 수 있다. 보통은 중심과 반지름이 각각 독립적인 미지수를 갖게 된다.((x−a)2 + (y−b)2 = r2 에서 a, b, r) 하지만 좌표축에 접하게 되면 미지수가 하나 이상 줄어드는 효과가 생김을 알 수 있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여러분들이 배웠던 기본적인 개념을 통해 갖가지 추가 개념이 확대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대부분의 개념들은 ‘식’의 형태로 표현되고 식은 본질적으로 ‘변형’이 되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변형 식들이 등장할 수 있다. 단순히 원의 방정식의 표준형과 일반형만 알고 있어서는 안 된다. 모든 학문이 그렇지만 수학 역시 고민의 산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3. 개념을 대하는 자세
개념은 수많은 시간을 걸쳐서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갈고 다듬어진 표현이다. 그렇기 때문에 몇 번 스윽 보고 이해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모든 문제의 출발점은 개념이다. 개념은 반드시 이해하고, 증명하고, 기억해야 한다. 최근에 몇몇의 학생들과 수학에 관한 얘기를 나눌 수가 있었는데, 본인들은 “개념은 되어 있는데, 응용문제나 고난도 문제는 잘 안 풀려요”라는 말을 곧잘 했다. 그런데, 과연 개념이 잘 되어 있는지는 의문이었다.

그 학생들이 어렵다고 예를 든 문제들은 전부 개념이 직접적으로 표현되어 있지 않고 해석을 거쳐야 확인할 수 있는 종류의 문제였다.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해서 기억하고 있다면 어떤 형태의 문제라고 숨겨진 개념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부정확한 개념학습은 부족한 문제풀이 능력을 키울 뿐이다.
개념은 마르고 닳도록 보고 확인하고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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