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성교육"
"이상한 나라의 성교육"
  • 신효송 기자
  • 승인 2015.08.18 0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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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편집국 신효송 기자

 

지난 10일,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 전화는 ‘학교 성교육 표준안’에 대한 의견서를 교육부에 제출함과 더불어 온라인을 통해 공개했다.

‘학교 성교육 표준안’이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담당교사들이 학생들의 발달단계에 따라 성교육을 지도하는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이다. 이들 단체는 표준안이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기는커녕 오히려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이 있다며 이 의견서를 제출 및 공개한 것이다. 13페이지 분량의 의견서에는 남성성기 중심의 서술, 성별 고정관념과 차별적 성별규범의 강화, 성적 다양성의 배제, 비현실적인 금욕 강조, 잘못된 성폭력 예방법 등 이들 단체가 지적한 내용과 주장들이 가득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타당한 대목과 함께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거나 다소 지나친 대목이 공존하는 의견서라고 생각됐다.

문제는 ‘교육부가 정말 이런 내용을 기재했을까?’ 할 정도로 의구심이 드는 황당한 대목들이었다. 의견서에 따르면 표준안 초등고 8차시에는 '미혼 남녀의 배우자 선택 요건'에서 여성은 외모를, 남성은 경제력을 높여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이에 실제 내용을 확인한 결과, 지도서 내 포함된 국가통계포털의 통계자료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자료에서 미혼 남성은 배우자를 선택할 때 신체적 조건이나 성격을 중시하며, 여성은 경제력을 가장 중시한다는 결과가 담겨져 있다.

그런데 학생 그것도 저학년들에게 어른들의 고정관념을 굳이 심어줘야 할 필요가 있을까? 오히려 지도서 본문에는 경제력과 외모 등은 우선순위에서 배제된 형태로 게재돼 있다. 해당 자료가 없더라도 지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외모와 경제력이 성교육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냐는 데 있다. 교육부의 올바르지 못한 교육이 물질만능주의와 외모지상주의를 가중시킨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성욕에 관한 잘못된 견해도 문제다. 표준안 초등저 23차시 ‘참고자료-음란물’ 항목에는 ‘(남성의)성에 대한 욕망은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충동적으로 급격하게 나타나는데’라고 적혀있다. 참고 문헌 및 사이트만 믿고 기재한 황당한 내용이 아닐 수 없다. 남성은 언제 어디서든 성적 욕망을 표출할 수 있으니 성범죄자의 가능성이 내제돼 있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이러한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내용이 청소년들에게 교육된다 생각하니 말문이 막힌다. 고등 18차시에는 ‘대부분의 경우 여성은 한 특정 남성에게만 성적으로 반응하는 데 비해 남성은 성적으로 매력적인 여성들과 널리 성교할 수 있다’는 확인되지 않는 내용도 적혀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바로 ‘데이트 성폭력’이다. 현재는 삭제 처리됐지만 고등 24차시 참고자료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데이트비용의 불균형: 생각과 가치관, 마음을 주고받는 과정인 데이트에는 비용이 들기 마련이다. 남성은 돈, 여성은 몸이라는 공식이 통용되는 사회 속에서는 데이트 비용을 많이 사용하게 되는 남성의 입장에서는 여성에게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원하게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원치 않는 데이트 성폭력이 발생할 수도 있다.’

청소년들에게 ‘남성은 돈, 여성은 몸’이라는 고정관념을 심어주는 것은 물론 여성이 동등하게 데이트비용을 부담하지 않았기 때문에 데이트 성폭력이 일어난다는 오해를 심기에 충분하다. 이외에도 계절에 따른 성폭력 횟수 차이, 데이트 시 모든 가능성을 차단하고 무조건 ‘거절’로만 대처해야 하는 여성의 가이드라인까지 문제되는 부분이 상당하다.

교육부는 아직까지 의견서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한 매체가 의견서를 토대로 작성한 데이트 성폭력 기사에 대해서는 해명자료를 신속하게 공개했다. 교육부는 해당내용이 공신력 있는 전문도서, 자료집, 특정 대학 상담센터의 예방법 등을 참고해 작성한 것이라며 붙임 형태로 이를 상세히 나열했다. 결국 교육부는 참고자료를 활용해 작성한 것이니 자신들에게는 문제가 없다는 자세를 취한 셈이다. 현재 해당 내용은 삭제된 상태지만 교육부의 무책임한 행동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

이번 취재를 통해 교육부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이 올바르고 충분한 성교육을 받아야 할 청소년들에게 오히려 부적절한 정보와 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교육부에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잘못을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먼저 참고자료가 아닌 교육부 스스로의 시각으로 학교 성교육 표준안을 돌이켜보고 문제점이 있다면 확실히 공지하고 이를 개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또한 과거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구시대적 성교육이 아닌, 다양한 기관, 단체의 전문가들과 함께 우리 청소년들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신시대에 걸맞은 표준안으로 다시금 완성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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