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만 탓할 일 아니다"
"지방대만 탓할 일 아니다"
  • 신효송 기자
  • 승인 2015.06.01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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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편집국 신효송 기자

 

"꿀벌무리가 A와 B 두 지역에 살고 있다. 갈수록 꽃의 수와 종류가 풍성해지는 A 지역에 반해 B 지역은 갈수록 꽃의 수가 줄어 먹이를 찾기가 쉽지 않아졌다. 이에 B 지역 꿀벌 일부는 A 지역으로 이동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꿀벌이 가버리면 B 지역 꽃들은 번식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 꽃가루 매개자로서 꽃의 수분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A 지역 꿀벌들 또한 한정된 먹이를 공유하는 것이 달갑지 않다."

뜬금없는 꿀벌 이야기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이는 현 지방대의 수도권 이전 문제를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A(수도권) 지역에 정착하길 원하는 B(지방) 지역 꿀벌(대학)들의 입장이 반영된 것. 현재 이와 관련된 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어 찬반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4월 30일 새정치민주연합 박수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를 통과했다. 지금까지 지방대들은 특례를 통해 경기도 주한미군기지 반환 지역 등에 학교 이전과 증설이 가능했다.

한국대학연구소가 발표한  '최근 5년간 8개 지방대학 수도권 이전 승인'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총 20개 대학 캠퍼스의 확장·이전이 추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이전을 추진하거나 완료한 대학은 총 8개 대학이다. 지방에서 지방 혹은 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확장·이전한 대학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이처럼 지방대들이 수도권으로 진출하고 싶어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수도권 집중현상이다. 4월 기준 행정자치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국내 총 인구 5139만 5238명 중 수도권 인구는 2541만 475명으로 전체의 약 49.4%에 달한다.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밀집돼 있는 현상은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당연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인구가 집중돼 있기 때문에 신입생을 충원하기에 유리하다. 주요기업이나 기관 또한 수도권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실습연계 및 취업률 향상에도 큰 도움을 준다. 충원율과 취업률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의 주요 평가지표다. 그렇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 지방대들은 수도권 이전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방대의 수도권 이전은 불가능해진다. 지방대가 살아남기 위한 수단 중 하나가 사라져 버리는 것. 반면 지자체 입장에서는 반길 만한 일일 것이다. 지난 5월 22일에는 14개 시·도지사로 구성된 지역균형발전협의체가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바라는 서한문을 국회의장과 주요 정당 등에 발송한 일도 있었다. 수도권 대학들 또한 반기는 눈치다.

물론 지방대는 '지방에서 발전하고 살아나는 것'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 문제는 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공평한 정책 혹은 수도권 이전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돼 있느냐는 것이다. 무엇보다 현 대학구조개혁평가가 공평한 잣대로 전체 대학을 평가하는지 의심해봐야 한다. 앞서 얘기한 수도권 집중현상은 대학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그런데 교육부는 충원율과 취업률을 중심으로 한 평가를 지방대에 내밀고 있다. 중앙대 김누리 교수가 언론에 밝힌 바에 따르면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취업률로 대학을 평가하는 곳은 없다고 한다. 지방대를 살릴 수 있는 개선된 평가가 필요한 것이다.

지자체도 법안만 믿고 방관해서는 안 된다.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는 요구하면서 정착 지자체들은 향후 지방대 활성화 계획과 혜택은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보내주지는 않되 살려주지도 않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에 정정화 강원대 교수는 지난 2월 열린 '지역대학 생존전략-해법과 전망' 심포지엄에서 "기존 중앙정부 중심의 지방대 육성정책이 이제는 지자체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방대가 가진 풍성한 연구력과 인재를 이제는 지역에서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보듬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제 꿀벌들은 다시금 제자리에서 살기 위한 경쟁을 펼칠 것이다. 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꽃을 심어주는 것이 지금의 우리들이 해야 할 역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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