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 10분 정도 참고 공부하면 의욕이 생긴다”
“최소한 10분 정도 참고 공부하면 의욕이 생긴다”
  • 대학저널
  • 승인 2015.05.2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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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신] 강성태의 공부비법

우리나라 대학 도서관 중 가장 큰 곳, 서울대학교다. 2015년 469만 9000여 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학생 1인당 장서는 167.9권에 달한다.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신분증을 맡기면 언제든지 출입이 가능하다. 여러분도 꼭 한 번 방문해보길 바란다. 서울대생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자극이 되기도 하고 신기하게 공부하고 싶은 느낌이 들 것이다. 부러운 느낌과 함께.

서울대 중앙도서관은 여러 구획으로 나눠져 있다. 그 중엔 일반인도 자유롭게 출입해 책을 보거나 자습을 할 수 있는 열람실이 있다. 여러분들도 개방시간이면 제한 없이 들어가서 공부할 수 있다. 그런데 막상 가보면 놀랄지도 모른다. 명색이 서울대 중앙도서관이지만 별게 없다. 칸막이도 없고 그저 큰 홀에 책상과 의자가 있는 것이 전부다. 어지간한 고등학교 도서관보다 못할지도 모른다. 건물도 시설도 많이 낡았다. 오히려 단과대학별로 있는 도서관 시설이 훨씬 좋은 편이다.

그래서 중앙도서관은 자주 가는 곳은 아니었다. 이곳에 갈 때는 정해져 있었다. 24시간 개방하는 열람실이 있어 보통 밤샘 공부를 해야 할 때, 혹은 공부가 잘 안될 때 가곤 했다. 왜 공부가 안될 때 그곳을 찾았냐고?

이유는 칸막이가 없이 온통 트여있기 때문이었다. 몸을 가릴 만한 게 없으니 폰으로 웃긴 걸 보며 키득댄다거나 노트북 키보드 소릴 내기도 쉽지 않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보면 모든 사람들이 하나 같이 책을 보고 있다. 아주 아주 가끔 다정하게 앉아 손을 잡고 공부를 하는 커플이 눈에 띌 때도 있긴 하다. 손을 아예 못 떼버리게 꽁꽁 묶어 버리고 싶은 심술이 들긴 하지만, 그 큰 공간이 공부하는 분위기로 언제나 가득했다.

특히 내 경우 남자들만 가득한 공대에 있다가 샤방한 여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신기한 곳에 온 느낌마저 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여학생들만 보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조금씩만 봤다. 여학생 보러 중앙도서관까지 내려간 거 아니냐고? 더 이상의 답변은 생략하겠다. 더 궁금하면 공대를 오면 된다.

여학생들이 있어서 그랬을까? 엄청난 역학(물리) 원서를 내려다보며 심오한 표정을 짓고 있자면 주로 문과생인 여학생들 눈엔 내가 멋있게 보일 것 같기도 했다. 연습장을 꺼내 꼬부랑거리는 수식을 그림 그리듯 미친 듯 리듬을 타며 휘갈기면 여학생들은 나를 악성 베토벤 보듯 쳐다보진 않을까? 이런 상상을 한 적도 있다. 참 변태 같다. 그녀들이 보는 내 모습은 악성 베토벤이 아니라 악성 종양 같이 보였을지도 모른다. 시험과 과제에 찌들어 초췌하고, 추리한 추리닝에 수염도 덜 깎은 공대생일 뿐이었을 것이다.

공부가 잘 안될 때 그곳에 가서 내가 자주 했던 것은 ‘집중하는 척’하기다. 다들 엄청나게 책에 파고 들고 있는데 나만 딴 생각하고 멍 때리고 있으면 왠지 뒤처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공부하는 시늉이라도 했다. 만에 하나라도 날 바라봐 줄지도 모를 여학생을 위해 책에 빠져든 듯 연기 아닌 연기를 했다. 펜을 들고 마구 뭐라도 썼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러다 보면 공부가 잘 되곤 했다. 어느 순간 집중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수험생 시절에도 이런 경험을 자주 하곤 했다. 잡념이 많은 나는 집중이 안될 때가 많았다. 이럴 때 난 무조건 펜을 들고 책을 눈 가까이 두고 밑줄을 치거나 내용을 미친 듯이 쓰곤 했다. 열심히, 공부가 잘 되는 것처럼 일단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머리로 집중이 안 돼도 몸으로 집중하는 시늉을 하는 건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시험을 앞두고 불안해질 때 이 방법을 자주 썼다. 잡념이 사라지게 하는 데 좋았다.

왜일까? 이것이 뇌과학에서 말하는 ‘작업 흥분’이다. 우리 뇌에서 의욕을 담당하는 측좌핵이라는 부분이 있다. 이곳에서 의욕을 발생시키려면 자극이 필요하다. 자극 없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자빠져 누워있는데 갑자기 엄청난 의욕이 밀려 오는 경우가 있던가? 그런 일은 없다.

이럴 때 가장 쉬운 방법은 학생들이 흔히 말하는 닥공(닥치고 공부)이다. 닥치고 일단 앉아서 맹렬히 하다 보면 측좌핵이 자극돼 의욕이 생기고 집중도 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작업 흥분이다. 이성에게 작업을 걸다가 흥분에 빠지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건 공부뿐만이 아니다.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쉽진 않지만 일단 달리기를 시작하면 계속할 의욕이 생기는 것과 같다. 노는 것도 한 번 시작하면 흥분이 시작되고 계속할 의욕이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게 문제긴 하지만.

그러다 보면 뇌 전체가 이제 공부하는 시간임을 인지하게 되고 따라 온다. 원래 우리 뇌라는 것이 길들여지지 않은 망아지 같아서 방향을 잡을 때 시간이 걸리지만 시동이 걸리면 무서운 힘을 발휘하곤 한다. 이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을 알리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 땐 시늉이라도 해라.

이와 비슷한 방식을 나는 모든 영역에 이용하곤 한다. 용기가 없을 땐 용기가 있는 시늉을 한다. 걱정이 될 땐 걱정되지 않는 척을 할 때도 있다. 그럼 신기할 정도로 용기가 나고 걱정이 사그러 든다. 일종의 뇌를 속이는 것이다. 당당한 내 모습에 나의 뇌는 당황할 필요 없는 거구나! 쫄지 말자! 이런 식으로 당당한 멘탈로 바뀌는 것이다.

책에서 눈을 떼지 않고 책에 빠져 든 듯, 약간 넋이 나간 듯, 혹은 손을 쉬지 않고 맹렬히, 연필로 땅을 파고 들어 갈 기세로 공부를 해보라. 어느 순간부터 정말로 집중이 된다. 최소한 10분 정도를 참고 공부해야 한다. 그 정도 유지를 하면 의욕이 생길 것이다.

간혹 지하철이나 식당에서 책을 보고 있을 때가 있다. 그 모습을 본 분들이 인터넷에 ‘공부의 신을 봤는데 엄청난 집중력으로 공부를 하고 있었어요! 공부에 미친 것 같았어요! 공신이라던데 역시 제정신은 아닌 가봐요’ 이런 류의 글을 써주실 때가 종종 있다.

사실 내가 오버해서 뭔가 휘갈겨 쓰거나 눈이 빠져라 책을 보고 있다면 아마도 집중한 상태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집중이 안 돼 내 스스로 발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 의욕이 생겨서 의욕 있게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의욕이 없기에 의욕 있는 시늉이라도 하는 것이다.

혹시 여학생이 근처에 앉아서 공부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고? 더 이상의 답변은 생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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