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자체에만 너무 집중되면 엉망진창이 된다”
“‘학습’ 자체에만 너무 집중되면 엉망진창이 된다”
  • 대학저널
  • 승인 2015.05.07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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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달인] 왜 수학 성적이 오르지 않는가? 제3탄 정리 없는 수학 공부①

아침 7시 30분부터 시작된 공부는 그날 밤 12시를 넘기고 다음 날 1시 30분, 가끔씩 진도가 밀리면 새벽 2시까지 이어진다. 학교 수업 사이 10분의 쉬는 시간과 점심 먹고 남은 20분의 시간도 아껴가며 하루 공부 시간에 보탠다. 최근에 상담했던 한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의 하루 스케줄이다. 이 정도면 웬만하면 전교 1, 2등은 충분히 넘볼 수 있는 학습량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여학생은 실제로 그렇지가 못하다. 과연 이유가 무엇일까?

1. 엉망진창인 냉장고
시시때때로 냉장고를 열면 항상 스스로에 대한 불만이 생기곤 한다. 물론 냉장고 안을 들여다보는 동안 잠깐일 뿐이지만 마음이 항상 불편하다. 이유는 정리되지 않은 냉장고. 유통기한이 2년이나 훌쩍 지나버린 닭볶음 양념장, 쳐다만 봐도 시큼한 맛이 눈으로도 느껴지는 김치통, 곰팡이가 살짝 올라온 어묵볶음, 우리나라 유통기한은 생각보다 엄격하다는 후배의 얘기에 안 버리고 놓아둔 유통기한이 3일 지난 우유.

냉장고는 음식물의 보관 시간을 연장시키는 축복(?)을 우리에게 가져다주었지만 동시에 ‘계획’과 ‘정리’라는 소중한 의미를 희미하게 만들거나 앗아가 버렸다. 냉장고를 믿고서 먹고 남을 정도로 많은 반찬을 만들어서 ‘계획’이라는 단어를 희미하게 만든다.(어머니들에게 죄송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여러 번 만드는 것이 귀찮아서 한 번에 많이 만들어서 며칠간 먹으려고 만드는 경우가 많다. 어머니의 수고로움을 이해하지만, 가장 안전한 음식은 먹는 그 때 만드는 것임을 부정하기는 힘들다.)

대부분의 어머니들이 정확하게 3일간 먹을 ‘가지무침’이라는 식의 계획 하에 가지무침을 만드시지는 않는다. 물론 현실적으로 그렇게 계획을 세우기는 쉽지가 않다. 하지만, 네 명의 식구 중 두 명이 가지무침을 싫어하면 많은 양의 가지무침은 필요하지 않다. 3일간 먹을 양보다는 두 끼 정도 양이면 적당(?)한 선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상대적이긴 하지만. 그런데, 가지가 싸다며 한 아름 사 오셔서 일주일 동안 네 식구가 계속 먹어야 할 양의 가지무침을 만드신 후, 먹기 싫어하는 두 명의 가족에게 몸에 좋은 거라며(심지어 아침 TV에 소개됐다는 표현까지 써 가시며) 강요하는 모습은 낯설지가 않다.

냉장고는 또 교묘하게 ‘정리’라는 의미를 살짝 잊게 만든다. 문으로 닫혀 있으니 안이 보이지 않고,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보관을 위해서기 때문에 굳이 가지런하게 정리할 필요도 당장은 없어 보인다. 물론 남들이 냉장고를 들여다볼 일이 없으면 더더욱 냉장고 안은 자유롭다. 그러다 보니 유통기한이 아직 덜 지난 체다 슬라이스 치즈 두 봉지가 있고 또 새로운 체다 슬라이스 치즈 한 봉지가 냉장고 안으로 들어간다. 체다 슬라이스 치즈가 냉장고에 있다는 사실은 이미 기억에서 지워져 버렸고, 눈앞에도 바로 보이지 않아서 체다 슬라이스 치즈는 그렇게 늘어만 간다.

2. 엉망진창인 ‘학습고’
어머니에겐 ‘냉장고’가 있는 것처럼 학생들에게는 ‘학습고’라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학습고에는 어떤 것이 들어 있을까? 교과서를 비롯한 갖가지 교재, 다시 보기 싫은 시험지 뭉치, 학교와 학원에서 받은 프린트물, 야심차게 준비한 플래너, 인터넷 강의를 보기 위한 태블릿 PC, 학습 시간을 재는 스탑워치, 필통, 그리고 기억을 저장하는 뇌와 이 모든 것을 만지고 느끼는 자신의 몸.

문제는 이 모든 것들을 학생들이 제대로 ‘계획’하고 ‘정리’해서 활용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 전에 쳤던 3월 모의고사 시험지를 찾느라 허둥대는 친구도 있을 것이다.(1학기 중간고사에 모의고사 문제를 낸다고 하니 별수 없다) 플래너가 없는 남학생들은 부지기수고 예쁜 플래너만 여러 개 모아 놓고 스티커만 열심히 붙인 여학생들도 더러 있을 것이다. 내가 육상 선수냐며 스톱워치의 의미를 무식하게 날려버리는 학생도 한 둘이 아닐 것이다. 상황이 이쯤 되면 “여러분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라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일 뿐이다.

3. 왜 엉망진창이 됐을까?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결정적인 것은 ‘학습’ 자체에만 너무 집중이 돼 있기 때문이다. 마치 소설의 구성 3요소에서 ‘인물’만 집중한 나머지 ‘배경’의 의미에 대해서 소홀하거나 무시하는 경우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인터넷 강의가 좋냐?’, ‘OOO 선생님이 잘 가르치신다’, ‘OO 교재가 정말 좋다’는 등의 얘기만 할 뿐 정작 본인의 학습 환경과 공부 습관에 관한 문제는 저만치 밀려나 있거나 무시되기 일쑤다.

인터넷 강의가 등장하고 심지어 EBS까지 전방위적으로 다양한 학습 콘텐츠들을 제공하고 정말 좋은 책들은 넘쳐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학생들의 학습능력은 크게 나아진 점이 보이지 않는다. 오죽하면 수능 난이도까지 낮춰가면서 학생들의 떨어진 수준에 맞추고 있는 상황일까?

모든 학습 환경이 열악하고 부족했던 과거에 공부했던 학생들의 실력이 현재보다 훨씬 더 나았다는 연세가 지긋하신 선생님들의 넋두리는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부족했던 만큼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문제 상황을 해결하고 해답을 찾으려는 끊임없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학습 환경과 태도의 개선을 가져왔고 그 과정에서 실력이 쌓여갔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넘쳐나는 정보와 양을 어떻게 처리할지 몰라 안절부절 못하는 학생들로 가득 차 있다. 안절부절 못하는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다음 호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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